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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 먼저 남혐" 폭력의 목소리 대변한 '국민의힘 대변인'

오연서 입력 2021. 08. 01. 14:26 수정 2021. 08. 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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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변인이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향한 '백래시(성평등에 대한 반발성 공격)'를 "안 선수의 남혐 용어 사용" 때문이라는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양 대변인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문제삼는 것은 안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웅앵웅' '오조오억' 등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남혐 용어'라고 규정짓는 단어들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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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 커뮤니티 터무니없는 주장 반복
"그런 목소리 승인한 이준석도 문제"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 대변인이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향한 ‘백래시(성평등에 대한 반발성 공격)’를 “안 선수의 남혐 용어 사용” 때문이라는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근거 없는 주장을 제1야당 대변인이 그대로 수용해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 선수를 향한 온라인 공격에 대해 “논란의 시작은 허구였으나, 이후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 이걸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으로 치환하는 것은 그동안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안 선수가 ‘남혐 용어’를 사용해 ‘페미니즘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양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의 공약인 ‘토론배틀’을 통해 선발된 당직자다.

양 대변인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문제삼는 것은 안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웅앵웅’ ‘오조오억’ 등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남혐 용어’라고 규정짓는 단어들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매우 많은 수를 뜻하는 ‘오조오억’이나 잘 들리지 않는 한국말을 의성어로 표현한 ‘웅앵웅’은 이미 몇년 전부터 사용됐지만 최근 남성 커뮤니티에서 이를 ‘남혐 용어’로 규정했다고 한다. 안 선수가 저런 표현을 사용했다며 페미니스트라고 공격하는 건 근거 없는 백래시인 셈이다.

그러나 양 대변인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남성 커뮤니티의 근거 없는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남성들 마음대로 해당 단어를 ‘남혐 용어’라고 붙여놓고 이를 사용하는 이들을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해 입막음하려는 시도”라고 짚으며 “제1야당 대변인이 이들과 똑같은 주장을 하면 이들의 얘기가 힘을 얻게 된다. (백래시 주장을) 공적인 영역으로 승인해 논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또 “이걸 20대 남성 대변인만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 그런 남성의 목소리를 정당하다고 승인해준 당대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준석 대표가 대변인의 이런 주장에 대해 회피하거나 거리를 두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대변인이 증폭시킨 이번 논란은 ‘20대 남성의 역차별’ 정서를 대변했던 ‘이준석 체제’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양 대변인의 글에서는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식의 뉘앙스가 풍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청년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가해진 페미니즘을 빌미 삼은 온라인 폭력”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의적으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휘두르며 동료 여성 시민들을 검열하고 몰아세우고 낙인찍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남초 커뮤니티가 됐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애초에 잘못은 안산 선수에게 있었다, 그게 핵심이다, 여혐 공격한 남자들의 진의를 이해해줘야 한다 이런 얘기인가”라며 “이준석표 토론배틀로 뽑힌 대변인이 대형사고를 쳤다.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양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안 선수의 사례를 들 때 남혐 용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고 한 것이지 이게 진짜 혐오 단어라곤 단정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혜영 의원을 지목하며 “이걸 ‘남혐단어 썼는데(!) 공격 받을 만한 일이냐’는 식으로 받아치면 안 선수는 뭐가 되냐”고 적었다.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식의 뉘앙스가 풍긴다”는 장 의원의 글을 “안산 선수가 쓴 게 남혐 단어가 맞다고 공식 인정”했다며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이에 장 의원은 “양 대변인이 반성은 못할망정 ‘남혐 단어를 공식 인정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이는 사과로 끝나지 않는다. 사퇴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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