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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악랄하다".. 중국이 도쿄올림픽에, 눈에 쌍심지 켜는 이유

김광수 입력 2021. 08. 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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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도쿄올림픽에 잔뜩 심사가 뒤틀렸다.

중국 사격선수 양첸(21)이 도쿄올림픽 1호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는데 CNN이 비아냥대며 악담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CNN은 헤드라인을 '올림픽 첫 금메달 중국 품에 그보다 더 많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잡았다.

금메달보다 중국의 코로나 상황을 부각시킨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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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언론, 中 관련 올림픽 중계 편파적" 주장
中 지도에 대만 빼놓고,  굳이 찡그린 표정 실어 
금메달 기사에는 "中 코로나 확진 늘어" 악담도
"저급한 심보에 구역질 나, 추한 정치 꼼수" 비판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중국 선수단이 입장하는 장면. 미국 NBC 방송은 현장 중계를 하면서 중국 지도(왼쪽 아래 박스)를 삽입했는데 대만과 댜오위다오 등 중국이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곳이 모두 빠져 있다. 공청단 웨이보 캡처

중국이 도쿄올림픽에 잔뜩 심사가 뒤틀렸다. 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다. 중국 선수에 대한 미국과 영국 매체의 중계 행태가 편파적이라는 불만 때문이다. “악랄하다”거나 “중국을 비하한다”는 격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경기장의 치열한 승부 못지않게 중국과 서구의 장외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7월 23일 개막식 날부터 중국 여론이 들끓었다. 미 NBC가 중국 선수단 입장 장면에 삽입한 지도가 화를 돋웠다.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고사하고 ‘하나의 중국’을 상징하는 대만조차 중국 영토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불과 3주 전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이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며 “대만의 독립 계략을 단호히 분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중국은 “스포츠를 정치화하려는 꼼수에 반대한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지도는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한 표현”이라며 “중국인의 존엄과 감정을 심각하게 해치고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를 즉각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는 미중 관계가 평화와 화합의 제전인 올림픽을 통해 오히려 더 악화할 빌미만 남긴 셈이다.

도쿄올림픽 1호 금메달을 딴 중국 사격선수 양첸의 소식을 전한 미국 CNN 방송 기사. 금메달보다 중국 코로나 확진자가 늘었다는 내용이 더 부각돼 있다. 텅쉰왕 캡처

다음 날 중국은 또다시 분통을 터뜨리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중국 사격선수 양첸(21)이 도쿄올림픽 1호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는데 CNN이 비아냥대며 악담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CNN은 헤드라인을 ‘올림픽 첫 금메달 중국 품에… 그보다 더 많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잡았다. 금메달보다 중국의 코로나 상황을 부각시킨 기사였다. 나흘 전 난징에 유입된 델타 변이로 중국 내 신규 확진자가 35명으로 늘어날 때다.

이날 미국의 하루 감염자는 5만5,000명을 넘어섰다. 중국 환구시보는 “미국의 저급한 심보가 악랄하다 못해 구역질이 날 지경”이라고 거칠게 반발했다. 이어 “CNN의 이중 잣대”라며 시비를 걸었다. 아마추어 선수로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오스트리아의 ‘수학 박사’ 안나 키센호퍼(30)를 CNN이 “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충격을 준 수학 천재”라고 치켜세운 반면, 양첸이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 학생이라는 점은 쏙 빼놓았다는 것이다.

중국 역도 선수 허우즈후이의 금메달 소식을 전한 영국 로이터 통신 기사. 사력을 다해 바벨을 드는 순간의 사진이라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 중국은 "굳이 이 사진을 택한 건 그들이 얼마나 추한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웨이보 캡처

중국은 영국 로이터 통신에도 화살을 돌렸다. 여자 역도에서 우승한 허우즈후이(24)의 얼굴 사진을 하필 바벨을 들 때 찡그린 표정으로 실었다는 이유에서다. 밝게 웃거나 말쑥한 외모의 다른 금메달리스트와는 차이가 컸다. 이에 주스리랑카 중국대사관은 트위터 계정에 “굳이 이 사진을 선택한 건 그들이 얼마나 추한지를 보여줄 뿐”이라며 “정치나 이념을 스포츠 위에 두지 말라”고 몰아세웠다.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영국과도 앙금이 깊다. 올 들어 영국 BBC가 신장위구르 여성 성폭행, 코로나19 기원 조사 등과 관련해 중국을 비판하자 양국은 서로 대사를 초치하고 상대국 매체의 자국 내 방송을 금지하며 격렬하게 맞서 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가짜 뉴스 방송국"이라고 BBC를 비난했다.

최근 허난성 정저우 폭우 피해 현장을 취재하던 독일 기자는 BBC 기자로 오인받아 성난 군중에 둘러싸이는 봉변을 겪기도 했다. 특히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이 전례 없이 남중국해에 진입해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터라 중국에 영국은 이래저래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급기야 텅쉰왕은 “중국 선수들 얼굴에 먹칠하는 외국 매체를 더는 쳐다보지 말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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