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일자리 없고 육아도 부담"..30대에 드리운 '그림자 실업'

원다연 입력 2021. 8. 1. 17:06 수정 2021. 8. 1. 21: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잠재구직자 감소 속 30대에서는 늘어나
'찾아봐도 일자리 없어서'·'육아' 등 증가
"인구감소 감안해도 30대 회복세 더뎌"
"기업환경 개선, 민간일자리 창출 이끌어야"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외국계 항공사에서 일하다 작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실직한 서른 살 권모씨는 최근 구직 활동을 아예 쉬고 있다. 해외 연수를 다녀오고 3개 국어에 능통하지만 지원해 볼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아 언제까지 구직 활동을 계속해야 할 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아서다. 권씨는 “구직 활동 기간만 길어지다 보니 이러다 다시 일자리를 잡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지금은 아예 자영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취업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잠재구직자 171.7만…60세이상 외 30대만 증가

최근 코로나19가 가한 고용 충격이 서서히 완화되고 있는 와중에서도 유독 회복세에서 소외돼 있는 30대에서 `그림자 실업자`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모든 연령층에서의 잠재구직자는 171만7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만2000명 줄었다. 그러나 같은 달 30대 잠재구직자는 27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2000명이나 늘어났다.

잠재구직자는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일을 원하고 일이 주어지면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취업을 원하고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업자와의 경계 상황에 있는 `그림자 실업자`로 불린다.

지난 6월 잠재구직자가 늘어난 연령층은 고령화 등에 따라 경제활동 참여 의사가 늘어나고 있는 60세 이상을 제외하고는 30대가 유일했다. 그림자 실업자의 증가는 코로나19 상황 속 30대의 더딘 고용회복 상황을 나타낸다.

실제 지난 6월 모든 연령층에서 전월대비 취업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30대 취업자수는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이에 대해 정부는 “30대의 인구 감소를 반영한 취업자 자연증감분이 마이너스(-)11만4000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고용수준을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중에도 같은달 68개월 만에 취업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40대와 비교해 보면 30대에서의 고용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인구 효과를 제거해도 30대의 고용 회복세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 찾는 30대…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해야”

30대 잠재구직자들이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에 찾아 봤지만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년 새 1만3000명 증가해 가장 크게 늘어났다.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7만5000명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1년 전에 비해 3000명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다만 이 역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여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어 “주변에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를 이유로 꼽은 응답자가 6000명 증가했고, “육아 때문에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들도 3000명 늘어났다. 코로나19 상황 속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은 데다 휴교 등의 여파에 육아 부담이 커진 것도 30대를 잠재 실업자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30대의 더딘 고용 회복이 정부의 직접 일자리 지원 속에서 양질의 민간 일자리는 회복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고용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30대의 경우 한, 두 번의 일자리 경험에서 미스매칭을 발견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구직시장으로 다시 나오는 시기”라고 진단하면서 “정부의 단기 일자리 지원 등이 20대 고용 증가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등 민간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다연 (her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