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애들 혼내주는 딸, 레슬러 본능을 발견했다..아빠의 고민이 시작됐다
인도 여성 레슬러 실화 바탕으로 한 '당갈'
한국 광복 이후 첫 메달도 레슬링에서 나와
도쿄올림픽 8월 1일부터 경기 시작
사람들이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탄생하는 현장이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편견이나 벽을 깬 선수들에게 특별한 찬사가 쏟아지는데요. 필리핀에 첫 금메달을 안긴 역도 선수 디아스, 첫 혼성 양궁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17살의 김제덕 선수. 이번 올림픽에서도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이들도 영화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죠.
올림픽이 한창인 요즘 생각나는 스포츠 스타를 다룬 인도 영화 '당갈'을 소개합니다. 역대 발리우드 흥행 1위를 차지한, 여성 레슬러 자매 기타 포갓과 바비타 포갓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입니다.
"내일 이기면 넌 혼자 이긴 게 아니라 수많은 소녀와 함께 이긴 거야. 남자들에게 무시당하고 집에서 아이나 키워야 할 모든 소녀를 위한 우승이지."
'당갈'이 주는 쾌감은 올림픽의 매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공정한 경기장에서 누구나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가지는 것. 영화는 이 두 여성 스포츠 영웅을 통해 여성 인권과 스포츠맨십 그리고 부성애라는 주제의식을 골고루 섞어 빚어냅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착한 맛을 아주 정석의 방식으로 요리해 냈죠.
한국 관객이라면 첫 장면부터 흥미를 느낄 것 같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러시아와 미국 선수 간 경기를 지켜보는 전직 레슬링 선수였던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의 모습으로 시작되기 때문이죠.
사실 감동을 '반감'시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꿈과 교육방식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부분, 나라를 위해 메달을 따야 한다는 목적 의식은 2021년 관객이 쉬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영화가 2016년 인도에서 개봉한 만큼 시차가 있습니다.
그는 부리부리한 눈에 고집스러운 입매를 가진 말수가 없는 무뚝뚝한 아버지를 연기하는데요. 영화 내내 경기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 외에는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덤덤한 얼굴이 딸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인한 슬픔과 기쁨으로 미묘하게 움찔거릴 때마다 가슴이 '찡'합니다.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로도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는 명연기를 보여주죠.
사실 이 영화는 특별한 명대사나 명장면이 있는 건 아닙니다. 굉장히 어디서 들어본 듯한 대사와 장면의 연속인데요. 딸의 학교까지 찾아가 자존심을 내버리고 부탁하는 장면. 낮에는 엄하게 훈련시키지만 저녁에는 딸들 몰래 종아리를 주물러주는 모습.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아버지의 교육을 거부하는 딸에게 "나는 또 구식 취급을 받겠지"라며 자조하는 대사. 아빠를 이기고 의기양양해하는 언니에게 건네는 둘째 딸의 "아빠의 기술이 약한 게 아니라 아빠가 약해진 거야"라는 뼈아픈 일침. 인도 아버지와 한국 아버지들은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아는 맛이 맛있다고, 감동받았던 이야기에 또 한 번 감동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아미르 칸은 20대에서 50대까지를 연기하는데 20대의 근육질에 날렵한 몸매와 50대의 복부비만 체형을 모두 소화합니다. 늙은 아버지를 먼저 연기한 뒤 살을 빼고서 젊은 장면을 찍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위해 28㎏을 증량하고 감량해 가면서 몸매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아빠는 우리 건강에 해로워요." "고장 난 차처럼 운이 없어요. 아빠가 바로 운전자."
영화는 2시간40분짜리로 러닝타임이 꽤 긴데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레슬링 경기가 영화 전반에 녹아들어 있어 전혀 길다는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당연히 이길 걸 알면서도 혹시나 질까봐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데요. 정말 실제 경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연출력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 레슬링이라는 종목 자체가 지금 응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레슬링은 최근 십수 년간 재미없다는 평가와 함께 부정부패, 편파 판정 논란에 휩싸이며 이번 도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에서 제외될 뻔했습니다. 가까스로 기사회생했죠.
한국에게도 레슬링은 특별한 스포츠인데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광복 이래 최초의 올림픽 대회 우승이었죠. 이후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3개를 따낸 대표적인 효자 종목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그레코로만형 72㎏ 류한수(33) 그리고 130㎏급 김민석(28) 단 두 명만이 출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역대 올림픽 출전 최소 인원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 레슬링 일정은 8월 1~7일로 남자 그레코로만형·자유형 각각 96명, 여자 자유형 96명 등 총 288명이 참가합니다. 금·은·동 각각 18개 메달을 두고 경기를 펼친다고 하네요.
영화 '당갈'은 레슬링의 룰과 기술을 상세하게 다뤄줍니다. 1일 시작하는 경기에 앞서 영화를 보면 경기를 한층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숨은 명작 찾기 코너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국적의 영화와 드라마를 주말에 소개합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어려운 요즘 방 안에서 세계의 다양한 명작들을 만나 보는 건 어떨까요?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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