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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 밀린 미국인 수백만명, 거리 나앉을 위기

윤기은 기자 입력 2021. 08. 01. 21:44 수정 2021. 08. 0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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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퇴거 중단 조치 만료’ 항의하는 시민들 코리 부시 민주당 하원의원(가운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세입자 퇴거 중단 조치 만료에 항의하는 밤샘 캠핑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미 정부, 코로나 확산 막으려
작년 ‘강제퇴거 중단책’ 단행
공화당 반대로 ‘연장안’ 실패
결국 ‘7월 말’ 자동으로 종료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주의 한 아파트에 사는 록산 셰퍼(38)는 곧 노숙인 신세가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여자친구, 형제와 함께 사는 그는 3000달러(약 345만원)의 월세를 내야 한다. 호흡기 장애를 앓고 있는 그는 정부에서 주는 수당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여자친구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었다. 집주인은 지난 1월 월세가 밀린 이들을 내쫓으려 했지만 연방정부의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조치 때문에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조치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종료되면서 미 전역의 가난한 세입자들이 집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퇴거 위기에 놓인 사람은 360만~15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퇴거 중단 조치 종료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주택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9월 시민들이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인해 거주지에서 쫓겨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입자 퇴거 중단 조치를 시행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자 지난 6월30일 만료 예정이었던 이 조치를 7월31일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연장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상·하원에서 차례로 부결됐다.

미 인구조사국이 지난달 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360만명의 세입자가 집세를 내지 못해 남은 두 달 안에 퇴거할 위기에 놓였다고 답했다.

국제 비영리단체 아스텐인스티튜트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약 1500만명이 200억달러(약 23조400억원)의 임차료를 체납하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퇴거하면 미국 사회에서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에밀리 벤퍼 웨이크포리스트대 법학과 교수는 강제퇴거를 집행하기 위한 법원 소송이 줄이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간 집주인 단체들은 임대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세금, 보험료 납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이미 프린스턴대 퇴거연구소는 6개 주 31개 도시에서 지난해 3월15일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45만1000건이 넘는 퇴거 요구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했다. AP통신은 시민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코로나19 확산 등 공중보건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회가 여름 휴회기에 들어가 퇴거 중단 연장안이 언제 다시 논의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백악관은 연장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주정부 및 지방정부에 올해 초 배정한 465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긴급 임대차 지원 자금을 서둘러 집행할 것을 당부했다.

세입자 퇴거 중단 조치는 1944년 제정된 공중보건법에 근거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적용돼왔다. 세입자는 집세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연방 주택지원을 받기 위해 애썼다는 점, 퇴거 시 노숙인 전락 가능성 등을 증명해야 했다. 강제퇴거를 면해도 세입자는 집세와 이자 등을 추후 내야 한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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