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4세 '접종 거부' 127만명, 델타유행에 다시 기회 준다
'거부시 맨 뒤로 배치' 원칙이지만
기계적 공정보다 위험군 접종 택해
“그동안 우리 부부가 기죽어 살았습니다. 백신 안 맞았다고 일자리 탈락을 걱정하며 마음고생 했어요. 이번에 기회가 왔으니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지요.”
강원도에 사는 진모(68)씨는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목소리에 생기가 넘쳤다. 진씨와 남편(70)은 지난 6월 3일 마감한 60~74세 우선 접종 예약을 못 했다. 진씨는 접종 기간에 중국에 체류하게 돼 있어 예약할 생각을 못 했다. 혼자 있게 되는 남편은 이상반응 대처가 힘들 것 같아 망설이다 끝내 예약하지 못했다. 진씨는 접종 거부자로 몰린 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부부는 정부의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데, 정부가 대상자 선정에 백신 접종 가산점을 준다고 해서 일자리를 잃을까 봐 걱정해 왔다. 진씨는 “아스트라제네카(AZ)이면 어떠냐. 이번에 안 맞으면 기회가 다시 오겠느냐. 델타 변이가 퍼진다는데, 2일 당장 예약하겠다”고 말했다.
진씨 같은 60~74세 ‘접종 거부자’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1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일 오후 8시 60~74세 고령층 126만9000명의 AZ 예약을 재개한다. 이달 31일까지 예약하고, 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접종한다. 이들은 5~6월 우선 접종 순번이 돌아왔을 때 예약하지 않았다. 상당수는 AZ 백신의 희귀혈전증 논란 때문에, 일부는 개인 사정 때문에 예약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그동안 접종 순번을 거부하면 맨 뒤로 밀린다고 강조해왔다. 질병관리청은 “기회를 줬는데 응하지 않은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공정에 어긋난다”며 “순번이 한 바퀴 돈 뒤 10월에 맞거나 약간 당겨도 9월에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런 ‘기계적 공정’을 깬 이유는 4차 유행이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고령층 위험이 부각돼 왔기 때문이다. 60세 이상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접종 기회가 부여된 후 미접종자에게 기회가 부여되지만 60세 이상은 감염될 경우 중증 악화, 사망 위험이 굉장히 높아 신속하게 접종을 종료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원칙을 양보해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4순위로 간다고 하더니 인제 와서 원칙을 무너뜨리니까 신뢰성에 흠집이 난 면이 있다”면서도 “고위험군이고 고령층이니 일단 맞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우림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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