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삐끼 득실하던 '수락산 청학계곡' 무료개방 후 아이들 천국

이상휼 기자 2021. 8.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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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밸리리조트'..불법식당 사라지고 시민들 자유롭게 이용
조광한, "내년 50% 단계 확장, 3년내 자연친화적 예술공간으로"
남양주시 청학밸리리조트에서 모래놀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 © 뉴스1 /2021.8.1

(남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폭염이 쏟아지던 휴일(1일) 오후 남양주시 수락산(水落山) 청학동 계곡. 수십년간 불법행위로 악명 높았던 곳이 지금은 '청학밸리리조트'로 변신했다.

과거 청학계곡 초입은 불법 주정차로 난장판이었다. 교통체증, 행락객과 상인들간 실랑이, 무허가 음식점 '삐끼'들의 호객행위가 뒤범벅이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뉴스1>은 3년 전인 2018년 7월14일 '[르포]기업형 식당 난립 남양주 청학동 계곡은 '무법천지'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그 실상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수십개의 대형 식당이 계곡물을 가두고 불법 시설물을 설치해 시민들로부터 자릿세를 갈취했다. 업자들은 위생상태가 검증되지 않은 음식들을 바가지 요금을 씌워 판매했다. 이들로 인해 여름철이면 이 일대는 교통혼잡과 각종 민원과 소동이 끊이질 않았다.

이들이 조직폭력배 등과 연관됐다고 엄포를 놓으며 불법 행위를 저질러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3년 전인 남양주시 수락산 청학동계곡 상류에 난립한 무허가 시설물들의 모습. 상인들은 계곡물을 불법 구조물로 가둬두고 수영장처럼 꾸며 피서객들을 끌어들여 부당이득을 착복했다. © 뉴스1 /2018.7.14

현재의 청학동계곡은 불과 몇 년 전까지의 아수라장은 온데간데 없는 깨끗한 모습이었다. 잘 정비된 넉넉한 규모의 공영주차장들이 초입에 조성돼 피서객들을 맞이했다. '수락산마당바위' 버스정류장에서 몇 걸음만 걸어가면 하천이 나왔다.

하천 하류부터 상류까지 깨끗한 물이 흘렀고 곳곳에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무더위를 피해 망중한 물놀이를 즐겼다.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하며 자연을 만끽하는 어린이들의 웃음이 흥겨웠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관리요원이 출입명부와 체온을 측정했고, 4명의 안전요원이 구간별로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지원했다. 안전요원들의 부지런한 관리·감독 덕분인지, 간식을 먹는 피서객들은 있어도 취사장비를 꺼내 고기를 굽거나 술을 먹는 피서객은 없었다.

'청학밸리리조트' 중심부에는 해변이 연상되도록 모래사장을 조성했다. 마스크를 한 어린이들이 모래를 쌓고 허물면서 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남양주시 청학밸리리조트 © 뉴스1

양주시에 사는 김모씨는 "양주는 얼마 전 장흥계곡이 여전히 음식점을 거쳐야 하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에 있는 이곳으로 왔다. 수도권에서 이렇게 자연친화적으로 가꿔진 하천계곡을 처음 만나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민 박모씨는 "이렇게 좋은 곳을 가족과 함께 무료로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앞으로도 변질되지 않고 이 모습을 꾸준히 유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양주시는 민선7기 시작과 동시에 수도권 최초로 하천과 계곡을 정비해 '청학비치'로 재탄생시켰고, 올해 '청학밸리리조트'로 한단계 끌어올렸다.

조광한 시장은 취임 직후 "모든 시민들이 자연을 평화롭게 누려야 한다. 하천과 계곡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선언했다. 언뜻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이었다. 그만큼 이 일대는 무법천지였다.

처음엔 갸우뚱했던 일부 직원들도 조광한 시장과의 수차례 토론, 워크숍을 거치며 마음을 모았고 용석만 생태하천과장(현 남양주시 국장)을 비롯한 뚝심 있는 공직자들이 현장에서 맹활약했다.

조 시장과 직원들은 반발하던 상인들을 설득하고 때론 기꺼이 치열하게 논쟁했다. '손도끼'를 들고 극렬하게 저항하는 상인도 있었지만 당당하게 법집행에 나섰다.

남양주시 청학밸리리조트 © 뉴스1

'군사작전식 일방적 단속과 철거' 또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수그러들었다. 수십 회의 만남과 대화를 거쳐 주민들도 남양주시의 의견에 귀기울였고 하나둘씩 자발적 '철거'로 동참했다. '훼손된 자연을 살려내고 가꿔 주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원칙을 세운 뒤 맹렬하게 추진한 남양주시의 '뚝심행정'이 이뤄낸 승리다.

하천정원화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남양주시 공직자들은 경기도, 국회의원 회관 등에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경기도내 하천들도 잇따라 청정계곡으로 변신했다.

시는 남양주시민들을 위해 '하천변에서 누리는 숲속 해변'을 만들어냈다. 수락산 청학동 계곡은 '청학비치'로 새롭게 탄생했다. 모래놀이터, 데크 산책로, 그늘막 그리고 청정하천이 숨 쉬는 자연친화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올해 다시 '청학밸리리조트'로 개명하고 청정하천의 규모를 상류로 확장했다.

남양주시 청학밸리리조트에서 물총놀이를 하는 가족 © 뉴스1

조광한 시장은 "청학계곡의 현재 모습은 완전체의 30%다. 내년에는 50% 수준까지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다. 자연경관을 살리면서 조성하는 일이라 시간이 소요된다. 기존의 훼손지역을 다 회복하고 주차시설도 확대할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3년간 '예술이 살아 숨쉬는 자연친화적 리조트로 조성해 수도권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만 십수회 이곳을 현장방문하면서 직원들과 세밀하게 논의하고 함께 일을 했다. 직원들이 '우리가 이런 작품(청학밸리리조트)을 만들어냈다'는 보람과 자긍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위원장 홍영표)는 '2020년 지방정부 우수정책·지방의회 우수조례 경진대회'에서 남양주시의 '전국 최초, 하천정원화사업'을 최우수 정책으로 선정했다.

청학밸리리조트 © 뉴스1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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