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의 수상한 주식 거래 향한 검찰의 정조준

문상현 기자 입력 2021. 8. 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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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가 주가조작 '선수' 이씨를 만나 돈과 증권 계좌를 건넨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운 정황이 포착되면서 포괄일죄가 적용될 수 있다.
2019년 7월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씨와 함께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는 2002년 한국에 설립된 법인이다. 독일 완성차 브랜드인 BMW와 MINI의 공식 딜러를 맡고 있다. 이 회사가 상장된 것은 2009년 1월30일이다. 문화콘텐츠 업체 코스닥 상장사 ‘다르앤코’의 지배지분(경영권)을 사들여(우회상장) 도이치모터스의 이름을 주식시장에 올렸다.

도이치모터스 상장 이후 이 회사의 공시 자료 곳곳에 뜻밖의 이름이 등장한다. 지난 6월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다. 도이치모터스와 김건희씨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이 업체 및 그 자회사 주식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거래를 벌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09년 5월19일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 도이치아우토는 가지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124만 주 가운데 24만8062주(8억원어치)를 한 개인투자자에게 장외 매도했다. 주당 3225원으로, 당일 장내 종가 3630원보다 405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 주식을 산 투자자가 김건희씨다.

주식이 김건희씨에게 가기까지의 과정도 눈길을 끈다. 앞서 도이치모터스는 ‘다르앤코’ 흡수합병 전, 자금 마련을 위해 자회사 도이치아우토로부터 40억원을 빌렸다. 도이치모터스는 상장 이후 빌린 돈을 현금으로 갚는 대신 40억원어치(124만 주)의 자사 주식을 새롭게 발행해 도이치아우토에 넘겼다.

도이치아우토의 당시 사명은 ‘두창섬유’였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자동차 딜러 사업에 진출하기 전부터 경영해오던 회사다. 결과적으로 권 회장은 자신의 다른 회사(두창섬유)로부터 빌린 돈으로 다르앤코를 인수해 새로운 회사(도이치모터스)를 상장했고, 그 빚은 상장사의 신규 발행주식으로 갚은 셈이다. 이 과정에 김건희씨가 등장했다.

도이치아우토가 신규 발행주식을 받은 날짜는 2009년 5월14일이다. 김건희씨가 장외거래로 주식을 산 날(5월19일)로부터 불과 5일 전이었다. 김건희씨의 주식 매입 가격 3225원도 도이치아우토가 받은 신규 주식 가격 그대로였다. 사실상 개인투자자 중 한 명이던 김건희씨가 도이치아우토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시세(3630원)보다 낮은 가격(3225원)으로 매입한 것이다. 김건희씨가 주식을 매입한 2009년 5월은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하향세를 지속하던 시점이었다. 2009년 1월 상장 당일 평가가격 5760원을 훌쩍 넘겨 9000원에 출발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같은 해 12월11일엔 1825원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2010년 초부터 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9월부터는 급등해서 다음 해(2011년) 3월30일엔 장중 8380원까지 상승했다. 종가 기준 고점은 그다음 날(3월31일)의 7940원이다. 주가는 이 가격대를 그해(2011년) 가을까지 유지하다가 11월부터 다시 4000원대로 내려앉았다. 2년 뒤인 2013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급등한 2009년 11월~2011년 11월, 가격을 인위적으로 띄우기 위한 ‘작전’이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내사에 착수한 당시 경찰은 이 내용을 담아 38쪽 분량의 보고서 형태 문건을 작성했다. 2020년 2월 〈뉴스타파〉가 이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경찰은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직접 주도했다는 이 아무개씨의 자필 진술서를 토대로 보고서를 썼다. 이씨는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 ‘선수’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주가조작을 위한 재료는 크게 세 가지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주식, 돈, 금융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복수의 차명계좌다.

이씨 진술에 따르면, 2009년 11월 권오수 회장은 이씨를 만나 시세조종을 부탁하며 도이치모터스 주식 100만 주를 맡겼다. 3개월여 뒤인 2010년 2월엔 권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주주 8명에게 이씨를 소개했다. 권 회장은 주주들에게 주식과 돈이 들어 있는 증권 계좌를 맡기면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그 자리에 온 주주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료를 확보한 이씨는 이후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특수관계가 아닌 이상 매우 드문 경우다”

경찰 보고서에는 이씨에게 돈과 계좌를 맡긴 주주 8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김건희씨다. 이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2009년 5월19일 매입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및 현금 10억원이 들어 있는 증권 계좌를 2010년 2월쯤 이씨에게 위탁했다. 이씨가 이 계좌의 주식과 돈을 어떻게 운용해 어느 정도 손익을 김건희씨에게 돌려줬는지 같은 개인 거래내역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김건희씨 계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시가 상승기이던 2010년 상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 사이에 팔렸다면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맡겼던 증권 계좌 속 현금 10억원의 투자수익은 별도다.

2013년 당시의 경찰 내사는 더 진전하지 않고 중단됐다. 정식 수사로 전환되려면 직접 주가조작을 했다는 이씨의 ‘자백’을 뒷받침할 근거이자 시세조종 증거인 주주 8명의 거래 기록, 차명 거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했는데, 이에 경찰은 실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3년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시세조종 정황이 있다는 첩보를 받고 자료수집에 나섰으나 금감원 측 협조(해당 주주의 거래내역 제공 등)가 이뤄지지 않았고, 제보자 측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여 같은 해(2013년) 10월 내사가 중지됐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이 주가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의심한 시점(2010년 2월~2011년 상반기) 이후에도 도이치모터스와 김건희씨의 거래가 이어졌다. 금감원 전자공시를 보면, 2012년 11월13일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 가운데 51만464주에 해당되는 신주인수권(W:Warrant)을 따로 장외 매수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종의 회사채다. 회사 측이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할 때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쳐서 갚는 것은 물론 ‘덤’까지 끼워준다”라며 투자자들을 유혹할 수 있다. 그 ‘덤’이 바로 신주인수권이다. 신주인수권이란 이후의 정해진 기간 안에 약속된 가격에 따라 해당 업체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기업이라면 그 신주인수권을 탐낼 만하다. 예컨대 ‘약속된 가격’이 1만원인데 해당 기업의 주가가 2만원까지 오른다면, 신주인수권을 행사(1만원으로 주식을 매입)한 뒤 곧바로 팔면 주당 1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해당 기업에 돈을 빌려준 대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받은 채권자만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주인수권만 떼어내 따로 거래할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도이치모터스 BMW 전시장. ⓒ시사IN 이명익

앞서 도이치모터스는 2011년 12월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이 은행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할 권리(신주인수권)도 팔았다는 이야기다. 도이치모터스는 곧바로 269만7841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주당 278원에 다시 사들였다. 그런데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로부터 51만464주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주당 195.9원(모두 1억원)으로 매입했다. 도이치모터스로서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인수한 금액보다 약 30% 싼 가격에, 즉 원금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김건희씨에게 신주인수권을 넘긴 것이다.

김건희씨를 포함해 같은 날 신주인수권을 사들인 투자자는 총 5명이었다. 다른 두 명은 김건희씨와 같은 가격(주당 195.9원)에 샀고, 또 다른 2명의 매입가는 각각 274.7원과 222.5원이었다. 또 다른 투자자 한 명은 매수(2012년 11월) 다음 해인 2013년 6월27일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을 한 사모펀드에 팔았다. 매각가는 주당 358원이었다. 사모펀드의 공시를 보면, 김건희씨는 이때 43만6793개의 신주인수권을 매각했다. 남은 주식의 행방은 공시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도이치모터스의 2014년 1분기 보고서부터 주요 주주 명단에 올라 있던 김건희씨의 이름이 빠졌다.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이 회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도이치모터스는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받은 돈 등으로 자회사인 자동차 할부금융사 도이치파이낸셜을 설립(2013년 6월)한다. 김건희씨는 주당 500원에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 주를 매입(2억원)하면서 이 회사의 5대 주주가 된다. 그는 이 회사 주식을 액면가로 매입했다. 3년6개월여 뒤인 2017년 1월에는 도이치파이낸셜의 비상장 주식 20억원어치를 샀다. 주식의 가격은 주당 800원이었다. 5개월 전인 2016년 8월, 미래에셋캐피탈이 300억원을 들여 도이치파이낸셜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당시 매입가는 주당 1000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거래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오너 일가나 공동 창업자에 준하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이상, 일반투자자가 액면가 그대로 주식을 사거나 기관투자자보다 싼 가격에 매입하는 일, 상장사 주식을 장외에서 시세보다 싼 가격에 사는 일 등은 매우 드물다”라며 “회사에 투자가 필요할 때마다 김건희씨가 등장했고, 동시에 그가 이익을 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성격이 앞서와 다른 거래도 있다. 도이치모터스의 2014년 3분기 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김건희씨에게 10억원, 다른 개인투자자에게 24억원, 한 법인 대표로부터 750만원을 빌렸다. 공시에는 도이치모터스가 다른 금융사로부터 빌린 돈의 이자율은 적혀 있었지만, 세 투자자가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율은 적혀 있지 않았다. 상장사가 개인투자자에게 돈을 빌렸다는 점, 유일하게 이들의 이자율만 공시되지 않은 점 등도 이례적이다.

‘현직 검사’였던 윤 전 총장의 존재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건희씨는 2012년 결혼했다. 이 때문에 김건희씨와 도이치모터스의 거래, 그리고 비슷한 시기 이뤄진 김건희씨의 전시·공연 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협찬, 경찰 내사 중단까지 당시 ‘현직 검사’였던 윤 전 총장의 존재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윤 전 총장 측은 도이치모터스와 코바나컨텐츠 관련 의혹에 대해 그동안 “총장 후보자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검증과 2019년 7월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이미 검증을 받았다”라고 강조해왔다. 다만 청문회에 도이치모터스 의혹 증인으로 채택된 권오수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고, 윤 전 총장이 직접 김건희씨의 거래 내용에 대해 설명은 했으나 계약서 등 근거자료는 제출하지 않은 만큼 반쪽짜리 검증에 불과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정치참여 선언 이후 윤 전 총장 측은 처가 의혹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신주인수권 특혜 거래 의혹에 대해선 공식 입장문을 내며 반박했다. “당시 신주인수권 양도는 모두 공시됐는데, 특혜성 거래라면 금감원에서 진작 문제 삼았을 것이다. 김씨는 신주인수권을 매수한 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신주인수권 자체로 매각했으며, 그 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정상 납부했다. 이미 공개되어 검증까지 마친 자료를 토대로 이제 와서 ‘특혜 거래’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정용환)는 현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해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김건희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상장사 신규 발행주식으로 빚을 갚는 과정에서 김건희씨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가조작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김건희씨가 주가조작 ‘선수’ 이씨를 만나 돈과 증권 계좌를 건넨 것은 2010년 2월로,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됐다. 그러나 수사팀은 1년3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100건이 넘는 계좌 추적을 진행하고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낸다. 최근에는 대검으로부터 회계 분석 요원 4명을 파견받았다. 통상 대기업 등 대형 사건 수사에 2~3명의 요원이 파견된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번 수사팀의 4명 충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새로운 정황을 포착하면서 수사가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은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는 ‘선수’ 이씨가 2010년 9월부터 2011년까지 김건희씨의 ‘모친’ 최 아무개씨와 동일한 IP로 주식을 거래했고, 2012년 이후에도 제3자와 IP를 공유한 흔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IP를 공유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포괄일죄(서로 다른 시점에 벌어진 여러 행위를 하나의 죄로 처벌하는 것)가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공소시효는 2022년까지 연장된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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