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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상하이 외교관,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있었나

전혜원 기자 입력 2021. 08. 0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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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부영사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과거에도 외교부 청사에서 투신하려다 구조된 적이 있다.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고인이 남긴 일기 등 생전 기록을 검토했다.
7월10일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이주현씨(가명)의 추모행사가 대구 수성구 한 호텔에서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외교관이 죽었다. 이주현씨(가명). 향년 40세.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부영사. 지난 5월29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되었다. 가족들은 상하이로 출국해 2주간 격리 뒤 장례를 치렀다.

5년여 전인 2015년 9월24일, 서울 외교부 청사 건물 17층에서 직원이 투신하려다 구조된 적이 있다. 이주현씨다. 당시에는 아침에 출근한 청소 노동자가 발견해 설득했으나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상하이에서 이씨는 혼자 머물고 있었다.

앞서 4월12일에는 중남미 코스타리카 대사관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부영사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언론은 두 죽음을 ‘코로나 블루(우울)’의 여파로 전했다. 그게 다일까? 〈시사IN〉은 이주현씨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고인이 남긴 일기 등 기록을 검토했다. 이것은 외교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그러나 이씨가 겪은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보편적 질문과 만나게 된다. ‘우리는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었나?’

1981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이주현씨는 구미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학과활동을 적극적으로 했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도 다녔다. 고등학교 때부터 외교관을 꿈꿨다. 2013년 외무고시가 폐지된 뒤 공채로 뽑는 외교관은 크게 5급 ‘외교관 후보자’와 7급 ‘외무영사직’으로 나뉜다. 5급 시험은 외무고시와 비슷하다. 7급 시험도 바늘구멍이긴 마찬가지다. 이씨는 3년의 시험 준비 끝에 65.8 대 1의 경쟁률(비장애인)을 뚫고 2012년 외교부 7급 외무영사직에 합격했다. 연수를 마치고 2013년 1월, 외교부 본부 북핵외교기획단 북핵협상과에서 꿈에 그리던 외교부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입사하고 얼마 안 되어서 높으신 분과 (7급 공채 외교관들이) 대화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그 높으신 분이 ‘어, 지방대 출신이 있네?’라고 했다는 거다. 가뜩이나 서른 넘어 들어갔는데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얘길 들으면 누구라도 위축되지 않겠나. 실제로 그런 얘길 많이 했다. 주위에 다 서울대 출신인데 나보다 어리다고.” 이씨의 고등학교 친구인 강혜란씨가 말했다.

이씨의 대학 동기인 신은정씨는 “누군가를 믿고 이야기했는데 그게 주위에 알려져서 매우 곤란해졌다고 했다. 그 뒤로 사람을 잘 믿지 못했다”라고 기억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무 지시도 명확하지 않다 보니 서류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쟤 저런 거 왜 물어봐’ 하는 분위기라고 했으니까. 나중에는 점심도 혼자 먹었다. 그 큰 조직에서 의지할 데가 없던 거다.”

이씨는 2014년 7월부터 그해 12월까지 21차례 심리상담을 받는 등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결국 2015년 9월24일 투신을 시도했고, 극적으로 구조된 뒤 휴직한다. 당시 일기를 보면, 이씨는 수험 생활 동안 “시험과목 외에 정보 습득을 최소화”했다. “수험 생활 마지막에 글자를 못 읽음. 연수받을 때도 노트는 많이 하나, 머리에 남지 않음. 너무 꽉 차서 넣을 공간이 없는 느낌.” 이런 상황에서 업무에 투입된 이씨는 극도로 위축되었다. “기한이 있는 일. 긴장. 눈앞이 캄캄.” “대체로 서울대 출신. 동등 대화 ×. 상대방이 옳다고 생각. 간단한 일도 내가 판단 못함.” “주말도 없이 매일 출근, 야근. 불안해서 쉬지 못함.” “나의 모든 행동/말/글이 조롱의 대상이 됨. (중략) 적응 좀 하셨어요? 他人(타인) 욕. → 견딜 수 없다.”

7월10일 고 이주현씨의 어머니와 대화하고 있는 김완중 외교부 기조실장(오른쪽).ⓒ시사IN 조남진

투신 시도 당사자인 걸 몰랐던 인사과

3개월 휴직 뒤 2016년 1월 이씨는 다시 출근해 여권과에서 근무했다. 이전 과보다는 비교적 순탄했다. 2017년 5월 외교부 인사과에서 다음 인사 때 해외로 나갈 차례임을 알려왔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이씨는 자신이 과거 투신 시도 사건의 당사자라고 말했다. 인사과 담당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진단서를 제출하며 해외 발령을 한 차례 미룬다. 당시 정신과 전문의가 작성한 소견이다. “만약 외국 출장과 같은 생체주기리듬에 변화가 오면 증상의 악화가 예상되므로 주의를 요함.”

해외 발령을 무기한 미루지 못한 이씨는 2018년 2월 중국 선양 총영사관 부영사로 부임해 재외국민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일기를 보면 이씨가 안정을 찾아가는 게 보인다. 2018년 11월26일 일기에서 “피곤하면서도, 하루하루 설렌다. 뭔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라고 썼다. 다음은 2019년 1월4일 일기의 한 대목이다. “어떻게 살면 될지 감을 잡은 것 같은 요즘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2019년 12월31일 이씨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로부터 ‘모범 공무원증’을 받는다.

선양 생활도 후반기는 순탄하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2019년 12월30일 이씨는 “(대놓고) 소외시키는 태도 때문에 직장 생활에 전에 없던 우울감이 생겼다”라고 쓴다. 인사 발령 시점도 다가오고 있었다. 외교관은 한 곳에서 최장 3년간 근무하는데, 이주현씨가 선양에 온 지도 3년이 되어갔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남편 이상영씨에게 보낸 위챗 메시지에서 이주현씨는 2020년 10월13일 “내년 상반기에 선양에 남는다고 인사의견서 냈어”라고 말한다. 열흘 뒤인 10월23일 결과를 전한다. “인사과에서 나 선양에 더 있게 해줄 수 없대. 뭐 인사과에 우겨서 좋을 일은 없으니까, 중국 지역 써내보고, 경과를 볼까?” 이씨는 1지망으로 베이징 대사관, 2지망으로 상하이 총영사관, 3·4지망엔 중국의 다른 도시를 썼다. 상하이로 발령이 났다.

2021년 2월9일 이씨는 상하이에 도착했다. 남편 이상영씨는 “출근 뒤 무계획적으로 본인에게 업무가 들어온다고 느껴서 ‘이게 전임자가 하던 일이 맞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니었다고 한다. 신참이 오면 업무를 막 던져주는 듯했다”라고 말했다. 한 재외공관에서 영사로 일한 적 있는 ㄱ씨는 “영사 업무가 민원 성격이 대부분이다. ‘고시 출신’으로 불리는 5급은 주로 정무 일을 하고, 다른 직렬은 그 외 뒷수습 일을 떠맡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상하이 도착 열흘 만인 2021년 2월19일 ‘사건’이 벌어진다. 외교관들은 인사 발령이 나면 한두 달 정도 호텔에서 머물면서 자신이 살 집을 구한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게 적응하던 이씨는 상급자의 “집을 알아보라”는 말이 출근 첫날부터 반복되자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해당 상급자는 “집을 빨리 구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일종의 ‘망상’이 시작되어, 집을 알아보러 나갔다가 다른 거주민의 집에 들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도주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중국 공안이 출동할 만큼 큰 사건이었다.

숨지기 전날 ‘전지 의료검진’ 문의한 이씨

이씨의 남편 이상영씨가 보여준 아내의 건강진단서에는 ‘외국 출장 시 (정신건강 관련) 증상 악화가 예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시사IN 조남진

그러나 이 사건은 당시 외교부 본부에 공식 보고되지 않았다. 이주현씨는 병원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긴 했지만, 귀국은커녕 휴직 없이 정상 근무했다. 이후 이씨는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2021년 3월21일 일기다. “참 기분이 이상해지는 지역이다. 새로운 지역에 와서 들뜬 것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하다. 무미건조한 선양에 3년간 길들여져 있다가 시각·청각·촉각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자극이 input(입력)되고 있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데 기존보다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것 같다.” 4월5일 일기는 더 구체적이다. “불안함. 외로움. 조급함. 낯섦 때문이 아닌가. 새 환경, 분위기 파악이 안 되어서. 분위기 파악-〉행동요령 설정.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 how to 찾기.”

중국에서 이씨가 불안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은 중국 근무 이후 같이 살던 자신의 모친밖에 없었다. 그런 모친마저 5월14일 귀국했다. 외교관의 부모가 동반 가족으로 함께 거주하려면 부모의 소득이 연 100만원이 넘으면 안 되는데, 이씨의 아버지 소득이 3년에 300만원 조금 넘은 것으로 잡혀서다. 이씨의 어머니 김정숙씨는 “어디 말할 데가 없으니 늘 엄마한테 직장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 없었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나를) 많이 의지했는데, 내가 한국에 오고 2주 격리가 끝나자마자 그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숨지기 전날 이씨는 ‘전지 의료검진’ 이야길 꺼냈다고 한다. 외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한국으로 잠시 들어와 의료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상하이 총영사관 관계자는 “금요일 아침에 갑자기 ‘다음 주 월요일에 전지 의료검진을 가겠다’기에, 격리나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이를 감수하면서 꼭 가야 하는지 물었고, 가고자 한다면 본부 절차를 따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이 답변을 듣고 퇴근한 다음 날인 지난 5월29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씨가 남편과 마지막으로 만난 건 2019년 9월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안주연 마인드맨션 원장은 “자살의 제일 주요한 예측인자가 이전의 자살 시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몇 가지 지점에서 매우 아쉽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회사(외교부 청사)에서 투신을 시도했기에 처음 해외에 보낼 때부터 미리 회사가 발령 시점이나 지역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본인이 직접 ‘뛰어내리려던 직원이다’라고 말해야 했다. 선양에 1년 더 남기를 원했을 때, 뜻대로 해줄 수는 없더라도 정신건강을 체크했어야 한다. 인사나 지역 이동이 정신건강을 악화하는 임계점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2월19일의 이상행동은 ‘정신과적 응급 상태’로 볼 수 있다. 자해·타해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절히 보고가 이뤄졌어야 했다. 5월14일 어머니 귀국으로 주 보호자가 없어지는 문제도 대안이 필요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고립감이 심한 상황에서 의료검진 요청이 마지막 SOS였던 것 같은데, 그마저 당장 어려워 보이니 마지막 희망을 잃은 게 아닌가 싶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치료를 명하는 등 직원 근태관리는 공관장 판단하에 이뤄진다. 만약 해당 직원이 더 이상 근무가 어렵겠다고 판단하면 공관에서 본부에 귀환 명령을 건의하고, 그러면 본부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조치한다. 초기 증상이 있었다면 빨리 발견했으면 좋았을 텐데, 공관에서 그렇게까지 보지는 않은 것 같다. 동반가족 제도에 대해서는 개정 방안이 없을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상하이 총영사관 관계자는 “(이상행동 당시) 고인이 귀국을 원하지 않았고 아프다고 호소하지 않았다. 향후 경력에 불명예가 될까 배려해 본부에는 비공식적으로만 알리고, 강도가 낮은 업무에 배치해서 적응 기간을 두었다. 2015년 자살 시도는 풍문으로만 들었지, 그 정도 상황인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부영사 사망의 경우 초기에 언론에 보도되었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철저히 조사해서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으며 외교부가 감사단을 파견했다. 이주현씨의 죽음은 그렇지 않았다. 앞서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 수사 당국이 외부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코스타리카는 법의학자의 소견을 기다리고 있다. 둘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업무상 어려움을 조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외교부 차원에서는 없다”라고 답했다.

고 이주현씨가 생전 받은 모범 공무원증(위 왼쪽)과 외교부의 문제점을 기록한 문건(위 오른쪽)을 비롯해 2019년 중국 선양 총영사관에서 일할 때 쓴 일기(위). ⓒ시사IN 조남진

외교부는 “근무여건 개선과 심리적 고립감 해소 등 구체적인 지원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남편 이상영씨는 공무상 재해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일이 또 생길 수도 있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아내가 이상행동을 일으켰을 때 본부에 제대로 보고가 되었다면, 사망 전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구조요청 콜이 있어서 ‘나 좀 빼주세요’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외교부에서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직원의 질병 이력을 노출할 수 없다고 한다. 진단서가 아니더라도 주의를 요한다는 인사 기록은 있어야 하는데 체계적인 관리 자체가 없다. ‘전우’가 죽은 걸 안타까워는 하지만 다시 제 갈 길을 가는 특수부대 같다.”

이씨는 숨지기 직전 자신보다 어린 코스타리카 대사관 부영사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생전에 작성한 ‘2020-2040 업무계획’에서 그는 외교부 조직의 문제점을 이렇게 쓴다. “△모래알 조직 △정기적인 직원 재교육 부재” “각 경험이 네트워킹 안 되고 흩어짐→노하우 누수” “직원이 일회용 부품화/배터리화. 직원은 조직 생활을 0에서 시작함에 따라, 쉽게 번아웃. 조직 부적응 시 낙오자 발생→인적자원 관리 실패.” 안주연 마인드맨션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울증이 있는 직원에 대한 회사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우울증의 존재를 묵살하거나, 아예 환자 취급하거나. 실은 제3의 길을 가야 한다. 정기적으로 이 직무를 어디까지 할 수 있고 마음 건강이 어떤지 어려운 대화를 계속해가야 한다. 조직원은 자원이긴 하지만 ‘인적자원’이기 때문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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