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 등 자각증상 땐 이미 4기..'암 사망률 1위' 무서운 질병 폐암

정진수 2021. 8. 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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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절반, 4기 전이성 폐암 진단
5년 생존율 8.9%.. 재발률도 높아
흡연량 많을수록, 기간 길 수록 위험
초기 발견땐 수술로 제거하면 완치
면역 항암제 사용 생존기간 2배 ↑
1차치료 급여 안돼.. 비용부담 많아
국내에서 한해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는 8만1203명(2019년 기준)이다. 이중 지난 10년간 부동의 암 사망률 1위는 바로 폐암(1만8574명)이다. 발생률은 위암과 갑상선암에 비해 낮은 3위지만 사망률 1위를 굳건히 지키는 폐암은 암이 주는 공포를 잘 보여주는 ‘암 중의 암’이다. 특히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9%에 불과해, 10명 중 9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1∼2기 폐암 환자의 재발률도 다른 암에 비해 높다.

전문가들은 “폐암이 무서운 암인 것은 맞지만, 최근 5∼6년 새 항암제가 크게 발전하면서 치료 옵션이 늘고 있는 만큼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호흡곤란 등 증상 나타나면 이미 진행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데에는 발견 시기와 관련이 있다. 초기에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4기에 진단받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 호흡곤란, 기침, 혈담, 체중감소 등이 있다. 이외에도 흉통, 피로, 식욕감소, 목쉼 등이 있지만 대부분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환자의 대다수는 무증상 상태에서 건강 검진이나 다른 병의 검사에서 우연히 폐암을 발견한다.

폐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처음부터 4기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된다. 4기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8.9%에 불과하다. 지난 1월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폐암의 5년 생존율은 32.4%로, 갑상선(100%)과 전립선(94.4%), 유방(93.3%) 등 다른 암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폐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 요인은 흡연이다. 담배를 피우는 양이 많을수록, 일찍 흡연을 시작할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위험도는 높아진다. 간접 흡연 역시 폐암의 원인이 된다. 석면과 미세먼지, 방사성물질 등도 영향을 준다.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 위험은 2~3배 높다.

다행히 폐암에 대한 분류가 세분화되면서 폐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폐암 치료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항암제는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에 이어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이승현 교수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위암과 대장암을 합한 사망자 수보다도 많다”며 “초기 폐암은 수술로 암을 제거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말기라도 새로운 신약, 방사선, 감마나이프 등 적극적인 치료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 등 혁신 신약으로 말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높아져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적치료 이어 면역항암까지…늘어나는 치료 옵션

흔히 ‘항암치료’라고 하면 1950년대 이후 지속되어 온 세포독성 항암제를 일컫는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무차별 공격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털과 점막 세포 등 빠르게 자라는 정상세포도 공격받으면서 탈모와 구토, 백혈구 감소에 따른 감염 우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2000년대와 2010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암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만 공격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부작용은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덜하다. 하지만 EGFR, ALK, ROS1 등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 효과가 제한된다. 이런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즉 70∼80%의 환자는 표적항암제 사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하도록 해주는 항암제다. 특히 암세포에 PDL1 단백질 발현이 높은 환자에 효과적이다. 면역세포 작용으로 과도한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초 세계폐암학회에서는 4기 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과 관련해 고무적인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1세대 치료에 비해 생존 기간이 22개월로 2배 이상 늘고, 3년 생존율 역시 31.3%까지 증가한 것이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효과를 발휘해 2년간 중단없이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는 80.4%가 4년간 생존했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는 수십 년의 폐암 치료 역사상 유례없는 혁신적인 결과다. 기존에는 4기 환자가 4년을 사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었다”며 “각 항암제 효과는 환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최상의 치료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첫 치료부터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면역항암제의 경우 높은 비용이 문제다. 현재 4기 환자의 2차 치료에서만 면역항암제 급여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3∼4기에서 첫 진단 후 바로 면역항암제를 쓰려면 1년에 1억원 수준의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의미다.

안 교수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세계적으로 최적의 폐암 표준 치료로 인정받고 있고 해외에서는 1차 치료 급여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의 경우 허가는 됐지만 아직 급여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치료를 시도도 못 하고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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