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겁 많고 소극적인 아이

입력 2021. 8. 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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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남자인 J는 너무 겁이 많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유괴라도 당할까봐 두려워 아이를 놀이터에 혼자 나가서 놀지 못하게 한다.

J의 부모처럼 불안을 부채질하거나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경우엔 아이의 불안이 과도해진다.

불안이 적당히 높으면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겠지만, 지나치면 두려움, 공포를 피하기 위해 회피, 도피하며 소극적이고 겁이 많은 아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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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태도, 아이에게 '참조의 틀'


초등학교 2학년 남자인 J는 너무 겁이 많다. 놀이터에서도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두려워하고 그네도 타질 못한다. 친구들과 부딪히면 다칠까봐 축구도 하지 않는다. 집안에서도 혼자 있지를 못하고,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질 못한다. 친구가 물건을 빼앗아 가도 ‘안 된다’는 말을 못한다. 싫어도 거절하거나 화도 내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엄마는 요즘 J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데 소극적이라 따돌림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유괴라도 당할까봐 두려워 아이를 놀이터에 혼자 나가서 놀지 못하게 한다. 엄마의 걱정이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었다. 어려서도 놀이터에서 넘어지거나 놀이기구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라 가르쳤다. 학교에 갈 때마다 빼 놓지 않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길을 잃으면 고아가 될 수 있다며 겁을 주며 두 번 세 번 당부한다.

진화 심리학적으로 불안은 물론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정서이다. 그래서 생후 9 개월 경에는 ‘낯가림’(stranger anxiety), 36개월 까지 분리 불안 등의 다양한 불안을 정상적으로 겪는다. 위험한 대상으로부터 보호 받기 위해, 양육자의 보살핌을 독점적으로 받기 위해 발달한 진화의 산물이다.

뇌의 발달학적 측면에서도 불안을 관장하는 뇌인 ‘편도체’는 가장 빨리 발달하는 부위이다. 아이가 3세까지는 불안의 뇌인 ‘편도체’로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된다. 당연히 불안에 압도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아이가 부모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보면서, 설사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부모가 격려해 주면 조금씩 모험도 하고, 대인 불안이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고등한 뇌인 전두엽이 발달하고 제대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가게 된다. 이런 양육을 받으며 3세 이후는 전두엽이 활발하게 작용한다. 의욕, 집중력 등을 가지고 양육자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진취적으로 주위의 환경과 관계하면서 차츰 자율성을 가지며 심리 사회적으로 발달한다.

불안은 기질적인 요인이 많아 불안 수준이 선천적으로 높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낮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태도에 따라 부모가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양육하게 되면 기질적으로 불안한 아이들도 성장하면서 많이 완화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엔 더욱 악화되어 불안 장애가 되기도 한다.

Gibson과 Walker라는 학자들이 한 ‘시각적 절벽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10개월 정도의 영아를 대상으로 시각적으로 절벽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 유리로 다리를 만들어 기어서 엄마에게로 건너오게 하는 실험이다. 아기는 깊이 감으로 인해 공포심을 느끼지만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편안하게 표정을 지을 땐,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하는, 불안한 표정을 지을 때 아기는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기는 똑같이 위험이 감지되는 순간에도 엄마의 표정이나 태도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의 세상에 대한 태도는 아이에게 ‘참조의 틀’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결정한다.

J의 부모처럼 불안을 부채질하거나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경우엔 아이의 불안이 과도해진다. 불안이 적당히 높으면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겠지만, 지나치면 두려움, 공포를 피하기 위해 회피, 도피하며 소극적이고 겁이 많은 아이가 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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