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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하게 자란 첫 야생 번식 따오기, 우포늪 식구 되다

한겨레 입력 2021. 08. 02. 11:16 수정 2021. 08. 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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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 관찰 일기
담비와 수리부엉이 공격 피해 모곡리 주민 품에서 번식
주민 20명 당번 짜 교대로 지킴이 앞장 "따오기 마을"
붉은 얼굴과 긴 부리가 특이하지만 푸근한 느낌을 주는 따오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9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 모곡리를 찾았다. 방사된 따오기가 13년 만에 야생에서 첫 번식을 한 곳이다. 알에서 깬 새끼가 잘 자라고 있을까. 먼저 우포 습지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이인식 우포 자연학교 교장 댁에 들러 따오기에 대한 생태정보를 듣고 번식지를 안내받았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이 따오기 서식지에서 따오기 보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08년 중국 후진타오 주석 방문 때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따오기를 기증받았다. 이듬해 5월 22일 첫 방사를 시작해 2020년 5월 28일, 2021년 5월 6일에 방사를 이어갔다. 따오기가 한강하구에서 자취를 감춘 지난 40여 년을 기억하기 위해 회마다 40마리씩 풀어놓았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과 함께 따오기의 첫 야생 번식 장소인 창녕군 이방면 모곡마을에 들렀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 모곡마을 들머리 모습.

지난해 모곡마을 인가 옆 야산에 따오기가 둥지를 틀어 알을 낳았지만 무정란이었고 공교롭게도 담비의 습격을 받아 주민들이 나서 쫓아내기도 했다. 따오기가 다급하게 울어 대며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올해는 도로 건너편에 둥지를 틀어 4월 26~27일 2마리가 차례로 부화했고 6월 9일에는 이소(둥지 떠나기)에 성공했다. 다른 곳에서 번식한 따오기는 수리부엉이의 습격을 받아 번식에 실패했다. 우포에서 따오기의 천적은 담비, 삵, 수리부엉이다. 따오기가 인가 주변에 둥지를 마련하는 이유도 이런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행동인 것 같다.

따오기 처음 번식한 소나무 둥치를 미끄러운 양철판으로 둘러 담비와 삵이 나무로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왼쪽). 따오기가 첫 야생 번식에 성공한 모곡리 야산 전경.

때마침 모곡리 아주머니들이 허름한 창고에 모여 있었다. 동네 분이 모여 이야기 나누기에 적합한 장소다. 모곡마을은 50가구의 작은 마을이다. 동네 아주머니 20명은 2인 1조로 나뉘어 번식기에 따오기 보호활동을 하고 있다. 따오기 당번 명단엔 이름과 함께 태어난 동네 마을 이름에 ‘댁’을 붙인 명칭을 사용해 이채로웠다.

당번의 보조는 이름 없이 댁이라는 호칭만 적는다. 따오기에 관해 묻자 대답하는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그동안의 따오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모곡리에 따오기가 둥지 튼 것을 매우 기뻐하며 인근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귀한 새가 모곡마을에 날아드니 아주머니들은 따오기 마을로 불러주길 바란다. 따오기를 보호하며 생전 처음 조류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한다.

따오기를 살피며 당번을 맡았던 모곡리 아주머니들이 그동안의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벽에 붙은 모곡리 따오기 보호 당번 명단. 이름 옆에 아주머니들이 태어난 동네 이름이 적혀 있어 정겹다.

대여섯 마리의 따오기가 모곡리 농경지에 매일 와서 먹이를 사냥한다고 한다. 7월 10일 새벽부터 해 질 무렵까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관찰되지 않는다. 무더위에 관찰이 무척 힘들다. 우포 인근 농경지를 살펴보았지만 따오기는 볼 수 없었다. 올해 처음 야생에서 태어난 두 마리의 따오기는 각각 70X와 71X라고 표기한 가락지와 위성추적장치를 달고 있다.

7월 13일 논에서 백로들과 함께 있는 따오기가 보인다. 가락지의 70X가 올해 야생에서 처음 태어난 새끼를 가리킨다. 오랜 기다림 끝의 만남이었지만 잠시 모습을 보이곤 날아가 버린다. 일찍 논을 돌보기 위해 나온 농부가 다가가자 날아간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혹여 다시 올까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따오기 새끼는 얼굴 피부가 아직 황색을 띤다. 태어난 지 1년이 되어야 붉은색으로 변하고 2년이면 성조가 된다.

올해 모곡마을에서 태어난 어린 따오기 70X가 농경지에서 머물다 사람이 접근하자 급히 날아가고 있다. 어린 따오기의 얼굴 피부색은 어른의 붉은빛이 아닌 황색이다. 이 따오기의 이름을 70X란 일련번호 말고 \

지난 6월 30일까지만 해도 5~11마리의 따오기가 모곡리 농경지에서 관찰되었다고 주민이 귀띔을 해주었다. 그러나 주변 논에 제초제와 농약 살포 등 농사일을 위해 사람들이 빈번하게 드나들고 수로 공사를 하면서 이곳 논을 찾는 횟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관찰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오기 복원센터의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하회근 창녕군 우포따오기과 과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하 과장은 “우포습지는 생명이며 한번 보고는 그 가치를 모를 수 있으나 자주 볼 때 비로소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우포습지 창공을 힘차게 날아가는 따오기 성체.

창녕군청 따오기과 서식 담당자인 한영인·이유진씨, 이득규 관리팀장의 안내를 받아 따오기 종 복원 센터에서 관찰과 촬영을 했다. 복원장 내에는 작은 연못 4곳이 마련돼 있다. 방사된 따오기를 위해 매일 미꾸라지 20㎏을 한 번에 5㎏씩 나누어 연못에 먹이로 공급한다. 우포 인근에 방사된 따오기가 자주 관찰되는 농경지에도 따오기가 좋아하는 미꾸라지를 일주일에 1번 정도 준다.

처음에는 백로류에 먹이를 빼앗기는 일이 발생했지만 따오기가 야생에 적응하고부터는 먹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위치 추적기가 부착된 따오기의 위치가 오전과 오후 두 번 수신되지만 그곳에 가보면 벌써 다른 곳으로 날아 가버린 경우가 많다.

방사된 야생 따오기를 위해 미꾸라지를 공급하는 한영인 따오기 사육사.
다정한 따오기 부부. 수컷이 애정 표현을 하고 암컷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우포를 벗어난 따오기가 있었다고 이유진 담당자가 전해주었다. 지난 1월 20일 강원도 영월에서 가벼운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되어 구조하여 복원센터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번식과 사후관리를 통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따오기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첫 번째 따오기 야생 방사에서 생존한 개체는 40마리 가운데 23마리였고 15마리는 폐사했고 2마리는 구조해 회수했다. 두 번째 야생 방사에서는 40마리 가운데 27마리가 생존했고 13마리가 폐사했다. 현재까지 총 50마리의 따오기가 생존해 생존율은 62.5%다. 올해 방사된 따오기는 좀 더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

한영인 사육사는 13년간 따오기 사육과 번식을 도운 우리나라 따오기 사육사 1호이다. 2008년부터 중국에서 파견 온 2명의 따오기 전문 사육자로부터 6개월씩 2번 모두 1년 동안 현장 실습으로 경험을 쌓았다.

따오기는 몸길이 75~77㎝이며 수컷이 조금 크다. 2월부터 6월 번식기 내내 교미 과정을 거친 후 산란한다. 한 번에 알 3~4개를 낳는데, 한꺼번에 낳는 게 아니라 알 하나를 낳고 2~3일 지난 뒤 다음 알을 낳는 식으로 대략 8~12일 기간 동안 산란기를 보낸다.

그 후 어미 새가 28일 정도 알을 품는다. 부화한 뒤 40~45일이 지나 어린 따오기가 이소한다. 둥지를 떠나고 나서도 어미는 새끼에게 10~15일 동안 먹이를 먹인다. 암컷보다 수컷이 더 열심히 새끼를 돌보는 습성을 보이기도 한다. 미꾸라지, 개구리, 게, 우렁이, 땅강아지, 조개류를 먹는다. 봄·가을에는 게, 여름에는 곤충, 겨울에는 소형 어류를 주로 먹는다. 우포에서는 장마 때 숲 속에서 곤충을 잡아먹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 목록에 위기종(EN)으로 분류된 국제 보호조다.

이인식 우포 자연학교 교장은 “우포늪 주변 농경지는 경제성이 높은 양파와 마늘을 재배해 무분별한 농약 살포 등 따오기 서식환경과 충돌하기도 한다”며 “따오기가 야생에 정착하려면 친환경 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창녕군·경상남도·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오기 번식 사업도 중요하지만 야생으로 방사된 따오기의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창녕군은 따오기 복원에 대한 행정 정보를 지역주민과 공유하였으면 한다. 따오기 복원에 주민의 참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원센터가 모든 정보를 지역주민에게 알리고 현장에서 야생 따오기와 자주 만나는 주민의 정보도 함께 공유하며 모니터링을 비롯한 따오기 생태관찰, 서식지 관리 등에 주민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검토되었으면 한다. 우포 따오기의 미래는 지역주민의 참여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포 지역을 답사하면서 창녕군 이방면 모곡리 147번지 일대 농경지와 이방면 옥천리 197번지 농경지 일대의 산기슭이 감싸 안은 농경지가 따오기가 살기에 가장 좋은 거점 서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오기 복원센터와 직선거리는 약 1.6㎞이다.

따오기가 선호하는 주요 서식지를 집중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경제적인 효과와 더불어 따오기 보전사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따오기 복원사업에 가장 중요한 민·관의 소통으로 주민이 해야 할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여 지자체에서는 종 번식사업을 우선으로 하고 야생으로 방사된 따오기는 자율적인 주민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야생에서 서식하는 따오기는 지역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보호는 그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앞으로 따오기와 사람의 조화를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따오기 보전사업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 따오기 생태관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창녕군청 따오기과 직원과 주영학 우포지킴이,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께 감사드립니다. 따오기 복원에 열과 성을 다하는 창녕군청과 주민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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