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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중계 방송에 뜬 'Delay' 자막, 경기 지연 표시일까?

이은지 입력 2021. 08. 02. 12:52 수정 2021. 08. 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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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8월 2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도쿄 올림픽 일정이 절반을 지났습니다. 우려 속에서 시작됐지만, 스포츠는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어 주고 있는데요. 연일 이어지는 올림픽 중계 속에서도 우리의 언어생활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보죠. 슬기로운 언어생활, 오늘도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교수(이하 신지영):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오늘은 도쿄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니 올림픽 얘기 나눠 볼게요. 스포츠 경기 볼 때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진행자나 해설자가 사용하는 '전문용어'인데요. 쉽게 개선하자는 분들도 많지만 이미 사용되고 있는 걸 바꾸는 게 더 혼란을 가져오지 않겠냐는 분들도 있어요. 애청자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스포츠 전문용어, 쉽게 바꿔야 할까, 바꾸지 않아야 할까', 또 어떤 용어를 바뀌면 좋겠다, 이런 의견도 궁금합니다. 이 주제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게 7월 24일 열린 태권도 경긴데요. 스페인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가 자신의 검은 띠에 한글로 '기차 하드, 꿈 큰'이라는 한글을 새겨서 화제가 됐는데, 교수님도 보셨습니까?

◆ 신지영: 직접 보지는 않았고 보도를 통해서 봤는데요. 아주 재미있고 재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꽤 오래 전부터 그걸 새겨서 큰 꿈을 꿈 큰, 이렇게 했는데 그걸 향해 왔던 그런 선수 같았어요.

◇ 최형진: 이게 구글이나 어디서 아마 오번역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들었는데, 보시면서 한글을 아끼는 세계인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셨겠습니다.

◆ 신지영: 한국어를 아끼는 세계인들은 워낙 많고 또 태권도라는 게 종주국이 대한민국이다 보니까 관심을 많이 가진 선수인 것 같고요. 제 생각에는 오번역일 수 있겠지만, 트레인(Train), 이걸 영한사전에서 찾지 않았을까, 동사로 쓰면 훈련하다고 명사로 쓰면 기차라는 뜻도 있으니까 기차가 먼저 나오니까 '기차구나, 트레인 하드(Train Hard) 한국어로는 기차구나' 아니면 누군가가 얘기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드림 빅(Dream Big)이니까 드림도 꿈이고 빅은 큰 거니까 그렇게 해서 쓴 게 아닐까. 구글링의 오류는 아닐 것 같아요. 구글 번역기가 생각보다 괜찮거든요. (웃음)

◇ 최형진: 한글이 등장할 정도로 올림픽 풍경이 달라졌는데, 이런 변화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국제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름을 얘기할 때 '찬호 박', 이나 '세리 박', 이랬는데 지금은 좀 바뀐 것 같아요?

◆ 신지영: 네, 아마 눈 여겨 보셨던 분은 달라졌다는 걸 확인하셨을 텐데요. 사실 지금 형태는 신지영이라고 하면 '신 지영', 이렇게 성 다음에 이름을 적는 순서였잖아요. 이번에 보시면 황선우 선수, 어제 높이뛰기에 우상혁 선수, 양궁의 안산 선수, 이런 선수들의 이름이 나오는 걸 보면 공식 자막에 '황선우', '우상혁', '안산', 이런 공식중계 공통화면에 다 성과 이름의 순서로 나온다는 것을 눈치 채셨을 것 같아요.

◇ 최형진: 제가 한 가지만 말씀을 드리자면, 이렇게 변화가 생긴 것 같고, 아직 유럽에 뛰고 있는 우리 축구선수는 손흥민 선수 같은 경우는 가령 아직도 '흥민 손', 이렇게 불리거든요. 이건 점차 바뀌어야 되는 겁니까?

◆ 신지영: 이 얘기를 하기 전에 제가 한 번 퀴즈를 내볼게요. 우리나라 최초의 금메달 누가 땄죠?

◇ 최형진: 손기정 선수 아닙니까?

◆ 신지영: 우리나라가 해방 후에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다음에요.

◇ 최형진: 전 알아요. 양궁선수 아닙니까?

◆ 신지영: 양정모 선수께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거든요. 그런데 시상식에서 양정모 선수 어떻게 불렸을까요? 이름이?

◇ 최형진: 뭐라고 불렸을까요?

◆ 신지영: 정모 양, 이렇게 불렸습니다. 그때 1976년에 그랬는데, 그 이후에 보면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라든지, 물론 서울 올림픽 때는 성 다음에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래서 92년 올림픽에 보면 황영조 선수 같은 경우에 금메달 땄잖아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으로 금메달 땄잖아요. 금메달 딸 때 황영조 선수는 황영조로 불린 게 아니라 영조 황, 이렇게 불렸습니다. 그리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펜싱 선수들을 보면 김용호 선수 같은 경우는 자막에는 영호 김으로 불렸고요. 윤미진 선수는 자막에 윤미진으로 되어 있었어요. 그러니까 일관성이 없이 어떤 선수는 성 다음에 이름, 어떤 선수는 이름 다음에 성, 이런 식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다가 로마자 표기법이 2000년 7월 7일에 규정이 바뀌면서 원칙이 뭐였냐면, 우리가 해외에서 할 때는 성 다음에 이름을 써라, 이런 식으로 자기 이름을 해외에 가서 로마자로 쓸 때 성 다음에 이름을 쓰는 순서를 가져라, 이렇게 원칙이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성 다음에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었고, 이름 다음에 성을 쓰는 경우도 있었고, 약간 왔다갔다 했었어요. 그러다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참가선수 성명의 통일안을 만들어서 통일하자, 이런 얘기가 있었고요. 그래서 2012년 5월 31일에 성 다음에 이름을 쓰자, 이렇게 통일하자,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는 다 성을 쓰고 이름을 쓰는 그러한 순서와 방식으로 계속해서 일관성을 가지고 하고 있고요. 물론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로 성과 이름으로 그래서 아까 말씀 드렸듯 이번에 우상혁 선수, 황선우 선수, 안산 선수, 모두 다 공식적인 자막에서 성 다음에 이름으로 자막이 나갔죠. 그리고 난 다음에 2013년 이후에는 이걸 더 넓혀서 공식적으로 공무원들이 명함을 가지고 해외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로 성 다음에 이름을 쓰는 원칙을 계속해서 가져가자,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 최형진: 굉장히 의미있는 것 같은데요?

◆ 신지영: 네, 그런데 사실은요, 외신에서 언론보도에서는 1970년대부터 세계 언론에서 한국사람을 얘기할 땐 성 다음에 이름을 쓰는 순서를 그 문화를 존중해서 그렇게 사용하자는 원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AP통신의 지침이나 유네스코 지침을 보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베트남인처럼 성 다음에 이름을 쓰는, 서구의 대부분 나라처럼 이름 쓰고 성 쓰는 게 아니라 성 쓰고 이름을 쓰는 경우에는 그 문화와 전통을 존중해서 '성+이름'의 순서로 일관되게 써라, 이런 게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혹시 선수단 경기복에 쓰인 이름 주목해보셨나요? 선수들이 경기복을 입고 나오잖아요. 그 뒤 등판에 선수들 이름이 써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축구, 야구 경우도 그렇고요. 럭비, 배구 선수도 그렇고 경기복에 이름이 써있는데 그 이름들이 통일되게 안 써있는 거 혹시 눈치 채셨나요?

◇ 최형진: 저 같은 경우는 성은 CHOI, 이름은 H J,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다 다른 것 같은데요?

◆ 신지영: 굉장히 다른데요. 제가 그래서 주목해서 그걸 봤습니다. 공식적인 자막에는 모두 다 성과 이름을 완전한 이름으로 약자 없이 내보내는 게 원칙인데요. 우리가 그렇게 냈으니까 그렇게 공식적으로 해주는 거죠. 그런데 우리 선수단 경기복들을 보면, 축구하고 야구는 공통적으로 어떻게 되어 있냐면 이니셜로 써있고, 성이 써있습니다. 럭비 선수단의 이름을 보면 약자 없이 이름을 풀어 쓰고 성을 쓰는 방식이고요. 유도는 이름 이니셜을 먼저 쓰고 성을 뒤에 썼습니다. 배드민턴 같은 경우는 성 쓰고 이름 이니셜을 썼습니다. 축구하고 완전히 반대로 쓴 거죠. 배구는 성 쓰고 이름을 전체적으로 썼습니다. 그러니까 핸드볼 같은 경우는 성 쓰고 이름의 첫 번째 이니셜 뒤에 점을 찍었어요. 선수단의 선수복을 보면, 왔다갔다한다는 거죠. 과연 이런 걸 통일할 필요가 있을까 통일할 필요 없을까, 이걸 보는 사람들은 헷갈릴 수 있거든요. 어떤 게 성이고 어떤 게 이름인가 뿐만 아니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이런 것들을 헷갈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서 여러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해봅니다.

◇ 최형진: 저 같은 경우, 요즘 올림픽 보면 체조도 그렇고 배드민턴 같은 경우는 본인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유니폼을 입고 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교수님은 이름을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신지영: 통일을 한다는 것은 이름을 쓰는 이유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성 다음에 이름을 썼다 그러면 그 방식은 같이 맞춰주는 게 어떨까, 그러나 전체를 쓸 건지 일부를 쓸 건지, 대문자로 쓸 건지 소문자로 쓸 건지, 이런 것들을 개성에 맡겨도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공식적인 자막에 따라 맞춰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면서 한 가지 개인적인 얘기를 해볼게요. 제가 충격을 받았던 장면인데요. 제가 93년에 영국에서 유학을 가서 외교관으로 파견되는 사람들한테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외교관한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제 이름을 소개했는데요. 그 사람의 이름이 예를 들어 '존 스미스'다 그러면 그 사람이 '저의 이름은 스미스 존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당신 이름은 스미스 존이 아니고 존 스미스 아닌가요?'라고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한국 사람은 성 쓰고 이름 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한국어로 말할 때는 스미스 존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 안 해봤거든요. 이름을 먼저 쓸 거냐 성을 먼저 쓸 거냐, 이러한 문제도 사실은 그런 맥락에서 상황을 살펴보면서 내가 무엇으로 불릴 거냐,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네, 알겠습니다.

◆ 신지영: 사실 이번에 가장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게 방송 자막에 갑자기 당황스럽게 영문이 나오는데 저게 무슨 뜻이지, 이런 게 있었어요. 그런 자막 없었나요? 저는 보는 입장에서 딜레이(Delay)라는 자막이 굉장히 깜짝 놀랐어요. 저거 무슨 뜻이지, 게다가 한글로 되어 있는 게 아니고 영문으로 자막이 뜨는 거예요. 저게 뭐지, 여태까지는 한 번도 그런 말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경기 자체가 시간이 늦어진다는 뜻인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 최형진: 원래를 지연되다, 이런 뜻이잖아요.

◆ 신지영: 그렇죠. 경기 자체가 지연되어서 방송을 하는 거구나, 오른쪽에는 라이브(Live)라고 써있고요. 라이브도 사실은 거슬렸거든요. 그걸 못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걸 생각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우리 방송에서. 그러니까 라이브로 송출되고 있는데 이 경기 자체의 시간이 순연되어서 사람들이 예상하는 시간보다 늦어지는 거구나, 이걸 보여주는 건가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딜레이라는 말을 못 알아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가지고 SNS나 검색창에 보면 '이게 무슨 말이죠?', 이런 게 굉장히 많았거든요. 자막에 리플레이(Replay)도 있었어요. 다 영문으로요. 너희도 알아야 돼, 그래야 TV 볼 자격이 있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런 영문 단어 자막이 달리니까 굉장히 불쾌감이 느껴졌거든요. 그 세 가지의 뜻이 뭐냐면, 라이브라는 건 생중계라는 거죠. 생중계라고 하면 돼요. 딜레이라는 건 뭐냐면, 생중계는 아닌데 아직 보지 않은 것들, 동시에 많은 경기들 중에 선택해서 생중계를 하는 것도 있지만 생중계로 못 보여 드린 게 있단 말이죠. 그걸 처음 보여드릴 때는 딜레이라는 자막을 쓴 거예요. 사실은 녹화중계인 거죠. 그런데 그걸 딜레이라고 쓴 거고요. 리플레이는 이미 나갔던 것을 다시 보여주는 거죠. 재중계 혹은 재방송을 의미하는 거죠. 이렇게 써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 왜 우리가 모르는 영문자막을 봐야할까, 이런 생각을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 최형진: 애청자 의견입니다. '스포츠 용어 어려워도 설명을 곁들여주면 좋겠죠. 용어 기원을 알면 스포츠 즐기는 묘미가 배가 되죠', '당연히 우리말로 바꿔야죠. 뭐라고 하는 용어인지 영어 모르는 사람은 못 알아 들어요', '스포츠 용어 그대로 사용하는 거 찬성합니다', 라고도 해주셨습니다.

◆ 신지영: 다행히 KBS에서는 딜레이를 바꿔서 지연중계라고 얘기를 했어요. 혹시 청취자들이 더 좋은 말이 있을까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최형진: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신지영: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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