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어 일본 추월하는 국방비.. "韓 방산업체 낙수효과는 미미"

정민하 기자 2021. 8.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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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무기구매는 3년새 4배 증가.. 해외기업이 오히려 수혜

우리 정부의 올해 국방 예산이 러시아를 넘은 데 이어 2~3년 내에는 일본까지 제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방산예산이 늘어난 만큼 낙수효과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방부·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도 국방 예산은 올해(52조8000억원)보다 5.5% 늘어난 55조7000억원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증가율이 계속되면 3년 후인 2024년에는 국방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비가 국방 예산 세계 9위였던 러시아(2019년 기준)를 넘어선 데 이어 7위인 일본도 추월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채택된 2021년 판 일본 방위백서(오른쪽) 표지에 '무사'(사무라이)가 말을 타고 있는 장면을 그린 묵화(墨畵)가 등장했다. 왼쪽은 2020년 판 일본 방위백서 표지. /연합뉴스

일본도 이를 의식하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2021 방위백서’를 통해 “한국의 방위예산이 2018년에 이미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506억 달러에 달해 일본(494억 달러)을 넘어섰다”며 일본의 방위예산이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따라 연 1.1%씩 증가하고 한국이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연 6.1%씩 증가하면 2025년엔 한국 국방비가 일본의 1.5배가 된다고 추정했다. 일본의 2021년 방위예산은 5조3422억엔(약 55조1502억원)으로 2013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방 예산은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크게 증가해 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증가율은 전년도 대비 7~8.2%였다. 2021년부터 5년간 예상되는 국방비 증가율 역시 평균 6.1%로, 총 300조7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게 한국의 국방중기계획이다.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는 올해 2.7%로 G7국가 중 미국 다음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늘어난 국방 예산의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가 발주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업계 특성상 국방비(방위력개선비 포함)가 증가하면 매출도 증가해야 하지만, 지난해 국내 10대 방산기업의 매출은 2016년(14조8163억원) 대비 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하락세다. 이들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 7.4%에서 2015년 5.1%로 줄었고 지난해엔 3.7%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방산업체의 실적이 저조한 데는 수출 부진도 한몫했다. 지난해 방산 수출 규모는 약 1조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최대치를 기록한 2016년과 비교하면 66.8%에 불과하다. 방산 수출의 선행지표인 수출 수주 역시 수년간 정체 상태다. 수출 수주액은 2015년까지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대 36억1000만달러에 달했으나, 2017년 이후 26억~30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방산 매출 1위인 한화의 방산부문 매출은 세계 1위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의 10분의 1 수준일 정도로 국내 방위산업 시장 규모 자체가 작다”면서 “무기체계 개발도입 등에 쓰이는 방위력 개선비를 포함해 국방비가 해마다 증액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생산성 저하와 수출 부진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비 증액에 따른 수혜는 오히려 해외 기업이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2018년 국외 무기구매는 전체 방위력개선비 약 55조원 중 38%(22조2000억원)를 차지했다. 국외구매 무기는 2016년 약 1조원에서 2018년 4조3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글로벌 통계조사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남한의 미국산 무기 수입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에 이어 세 번째(9억1000만700달러)에 달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은 최근 한미 미사일협정 종료 선언 등 미국이 우리를 일본에 버금가는 공동 안보 파트너로 생각하게 했다”면서도 “다만 미국 최첨단무기 수입 확대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길은 사실상 막혀 있어 장기적으로 국내 방산업체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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