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우롱한 관찰예능, 연예인 사생활 리스크에 거센 후폭풍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1. 8.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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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카메라로 재미 본 방송사들.. 조작방송의 쓰나미급 부메랑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른바 관찰카메라 시대다. 적어도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연예계를 강타한 '사생활 논란'의 후폭풍은 고스란히 관찰카메라로 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관찰카메라를 보며 그 상황을 진짜로 몰입했던 시청자들은 그것이 조작된 것이었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연한 일이다. 진짜를 강조하며 그것으로 시청률 장사를 해왔던 방송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이니 말이다.

배우 김용건의 혼전 임신 스캔들은 즉각적으로 그가 출연했던 관찰카메라 속 모습들과 오버랩되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싱글 라이프를 강조했지만 낙태강요미수죄로 피소된 김용건이 39세 연하 연인과 만남을 유지해온 건 무려 13년간이라고 한다. 그의 싱글 라이프가 거짓 콘셉트였다는 것이다.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도 이 사태로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김용건은 황신혜와 가상커플로 출연해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바 있다. 물론 가상 콘셉트였지만, 그 상황에서의 반응만큼은 진심이라는 걸 내세움으로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던 프로그램이다. 당시에도 연하 연인이 있었다면 가상 콘셉트라 해도 출연하지 않았어야 하는 게 맞다.

관찰카메라가 막 태동하고 있을 때만 해도 주로 논란은 '일반인 출연자들'을 통해 벌어지곤 했다. 완벽한 검증 자체가 어려워 심지어 범죄자가 출연하는 일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때로는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 희생양이 되는 일로 이를 폭로하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SBS <짝> 같은 연애 매칭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벌어져 결국 프로그램이 폐지되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검증된' 연예인이 나을 수 있다는 거였다.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쏟아져 나온 이유였다. SBS <동상이몽>은 애초 일반인 출연자들의 관찰카메라를 소재로 하다가 아예 연예인 부부 관찰카메라로 방향을 틀었고, MBC <나 혼자 산다>는 1인 라이프스타일을 조명한다는 기치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되었다. 그래도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점점 시청률 보증수표로 자리하면서 SBS <미운 우리 새끼> 같은 프로그램이 생겼다.

그리고 종편은 연예인 관찰카메라의 수위를 높였다. TV조선은 <동상이몽>을 연출했던 서혜진 PD가 이적하면서 종편의 관찰카메라 시대를 열었다. <아내의 맛>, <연애의 맛>을 연거푸 성공시킨 TV조선은 <우리 이혼했어요> 같은 도발적인 소재로까지 관찰카메라를 확장시켰다. MBN이나 채널A도 관찰카메라가 종편에서도 먹히는 트렌드라는 걸 간파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런칭시켰다.

하지만 결국 실상은 드러나는 법일까. 종편 연예인 관찰카메라 시대를 열었던 <아내의 맛>이 함소원의 '조작 방송'이 드러나며 문을 닫았고,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부터 참 많은 연예인들의 프로그램 바깥 논란들이 불거지면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았다. <미운 우리 새끼>도 마찬가지였다. 김건모는 성폭행 논란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홍진영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역시 프로그램에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에는 박수홍의 결혼 발표로 인해 '독거 생활'에 대한 진정성 논란을 겪게 됐다.

이제 연예인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안전하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더 검증이 된 인물들로 연예인들을 치부해왔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연예인 리스크'가 만만찮다는 걸 드러내고 있어서다. 물론 모든 관찰카메라가 '조작'이라고 매도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연출이 들어가고, 때론 관찰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행동하는 출연자들로 인해 진정성의 훼손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연예인들의 숨겨진 실체가 폭로되는 상황은 그것이 옳은가 아닌가를 떠나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시선을 잡아끄는 콘텐츠 소재로서 연예인 사생활 폭로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어서다. 현재 트렌드로 자리하며 시청률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던 연예인 관찰카메라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갈수록 늘고 있는 연예인 사생활 리스크가 쓰나미급 후폭풍으로 돌아오고 있어서다. 관찰카메라 특유의 깊은 몰입감은 조작이 드러나게 되면 더 큰 배신감을 만든다. 진정성 논란은 일개 프로그램이 아닌 방송사 전체의 신뢰 하락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N, MBC, TV조선,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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