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따도 나 힘든건 똑같아"..올림픽, 달라진 시선도

박민기 2021. 8.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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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기준 메달 총 19개..종합 9위
'양궁 첫 3관왕' 등에 선수 응원 뜨거워
일각에선 "메달이 왜 국위선양" 반응도
"코로나 불경기..예전처럼 관심 어려워"
전문가 "절박한 현 상황, 상대적 박탈감"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달 23일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오륜기가 게양되고 있다. 2021.07.2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지난달 개막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3일 기준 총 19개의 메달을 따면서 전체 국가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양궁 종목의 안산 선수가 역사상 첫 금메달 3관왕을 달성하는 등 감동 스토리를 자아내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올림픽이 열리면 전국민적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던 과거만큼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메달을 따는 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등과 같은 냉담한 시선까지 나오고 있다.

체육계 등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지난달 23일 개막한 일본 도쿄 올림픽에서 이날 오전 기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9개 등 총 1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은 양궁, 펜싱, 도마 등 종목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오는 8일 종료되는 도쿄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양궁 종목에서 안산 선수가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등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을 달성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응원도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림픽에 열광하며 일상을 보내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민국이 과거 경제 성장기에 있었을 때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국위선양이 시민들에게 힘을 주는 등 도움이 됐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현 상황에서는 예전과 같은 벅찬 감동을 느끼기 힘들다는 이유 등 때문이다.

자영업자 박모(62)씨는 "1980~1990년대에만 해도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이 귀국할 때 시내에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 국위선양하는 선수들을 환영하고 그들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도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특히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으로 삶이 더 힘들어져 예전처럼 올림픽에 관심을 갖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굳이 올림픽 경기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비해 즐길거리가 많아진 현재 상황이 또 다른 이유로 언급되기도 했다.

직장인 박모(33)씨는 "과거에는 올림픽 경기가 아니면 딱히 즐길거리가 없었는데 요즘은 유튜브 영상 시청과 게임 등 인터넷에 오락거리가 넘쳐나지 않느냐"며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종목은 한 번씩 찾아서 보지만 예전처럼 국위선양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하기 위해 모든 경기를 챙겨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달 23일 오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3. photo@newsis.com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올림픽을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목소리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자기가 좋아서 운동하다가 1등을 한 건데 그게 왜 국위선양인지 모르겠다"며 "포상이나 후원금은 과거보다 더 많이 주는데 (금메달이) 일반 국민들의 일상이 큰 도움이 되느냐. 그냥 하루 즐길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메달을 딴다고 군대 면제를 해주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외국인들은 한국 선수 아무도 모르는데 차라리 손흥민이나 방탄소년단(BTS)이 더 국위선양하는 것 아니냐"며 "연금과 포상금 등 전부 포함해 금메달 1명당 세금 30억원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적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성과를 내기가 힘들어진 사회에서,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더 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며 "메달 획득으로 인해 선수들이 누리게 되는 포상금 등 혜택조차도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도 심리적인 여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취업 절벽 등으로 노력을 해도 성과를 못 내는 절박한 지금 상황에서는 선수들의 성공에 따르는 결과물에 대해 도리어 박탈감을 느끼고 반발심을 갖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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