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주막', 술이나 권하라고 김희선을 주모로 모신 건가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1. 8. 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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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캐스팅 '우도주막', 새 출발이 필요한 이유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우도주막>은 예능으로는 호화캐스팅이다. 제주도 옆 우도에 마련한 '우도주막'이라는 숙박 시설에 신혼부부들을 초대해 '달콤하고 고소한 첫날밤 주안상을 봐 드리고 특별한 신혼부부들의 밤을 위한 심야주막 운영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는 '주모' 김희선을 중심으로 탁재훈, 유태오, 문세윤, 카이(엑소)가 함께 신혼부부들을 응대한다.

김희선은 20대 때부터 톡톡 튀는 성격과 거침없는 언행 등으로 예능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톱스타 배우였다.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는 입담 끝판왕 탁재훈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예능 선수고 문세윤도 버라이어티든 콩트든 어떤 형태의 예능에서도 재미를 뽑아내는 재주꾼이다.

유태오는 독일 출신의 배우로 신비스러운 이미지만큼이나 공개된 모습이 많지 않아 흔히 '배우 예능'이라 불리는 타입의 예능에서 꼭 등장하는 '알아가는 재미'를 담당하기에 적당하다. 카이도 JTBC <아는 형님>에서 '고요 속의 외침' 게임으로 역대급 짤을 만들어내면서 이후 신세대 예능 유망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우도주막>은 근래 등장한 예능 중 가장 캐스팅이 돋보이지만 4회까지 마친 현재 평균 1%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체류 예능, 또는 식당 숙박업소 슈퍼 등을 운영해보는 자영업 예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우도주막>의 부진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우도주막>은 캐스팅의 호화로움에 비해 출연자들의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친다. 프로그램의 핵심 김희선은 예능에서도 아직 '배우'다. 배우들이 예능에 나올 때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친근한 모습보다는 스타로서의 느낌이 더 여전하다.

망가지면 가장 재미있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김희선이면 뭔가 털털하고 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시청자들은 기대할 텐데 3회에서 노래를 시키는 탁재훈에게 비방 용어를 던지며 사양하는 장면 정도를 빼면 김희선스럽지 않은 정적인 태도로 우도주막을 운영한다. 요리나 손님 응대 등에서 보여주는 서툰 모습은 다른 예능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할 만큼 김희선에 대한 예능 기대치는 높다. 주모로 보여주는 모습도 음식과 페어링할 술을 추천하는 정도다. 파격을 하다마는 듯한 모습이랄까.

물론 여배우가 술을 좋아하고 잘 알아 추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이 누구나 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여성 스타가 술을 즐기는 일이 흠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받아들여지는 대중들의 인식도 있어 이 정도로 예능을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파격을 건들다 마는 듯한 느낌만 계속된다.

배우들이 예능에 나올 때 배우 이미지는 해치지 않으면서 호감이 갈 수 있도록 망가지는 선을 잘 찾아야 성공한다. 그런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이서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도주막>의 김희선은 아직 그 선을 찾지 못한 듯하다.

처음 만나는 여러 신혼부부 사이에서 특유의 재치로 아이스 브레이킹 역할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환경이라 <우도주막>에서는 임팩트가 약해 보인다. 어둡거나 억눌린 정서의 상황에서 절정의 기량을 발휘한다. 실패나 실직 같은 부정적 상황 설정 속에서 비난에 처하거나 상대에게 깐족대는 순간에 아무도 근접 못 할 입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우도주막>에서는 순백의 시간인 신혼부부들을 상대하다 보니 막 달리지 못하고 선을 지키려 애쓰는 느낌이 들면서 재미는 반감된다.

고정 출연자들이 시작하자마자 다른 스케줄로 사라지는 것도 <우도주막>의 출발이 처지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문세윤과 카이는 1회에 등장한 후 서울로 일이 있어 올라가고 그 자리를 배우 류덕환이 채웠다. 그러다 보니 문셰윤과 카이가 맡던 객실 방 정리 일에서의 실수를 류덕환도 똑같이 반복한다. 이런 자영업 예능은 성장이 굉장히 중요하다. 처음에는 실수하는 모습이 재미를 부르지만 점점 성장하는 과정에 시청자들은 빠져든다. 하지만 실수가 출연자들을 돌아가면서 반복되면서 성장은 제자리인 모습은 이런 류의 예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영업 예능에서 중요한 출연자의 고생도 잘 보이지 않는다. 스타들이 시달리고 고생하는 모습은 손님 만족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자영업 예능에서 가장 기본적인 재미 요소다. 하지만 3회까지 요리를 사실상 혼자 담당하던 유태오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멤버들은 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상황이 거의 없다.

유태오는 기대에 맞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예능적 재미를 기대하기보다는 덜 드러난 개인 공개와 요리 과정 자체가 주는 흥미로움을 담당한 입장에서 이를 충실히 해내고 있다. 고정 출연자는 아니지만 등장하는 신혼부부들의 갖가지 사연들도 <우도주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 요소들이다.

<우도주막>은 지난 2일 방송된 4회에 문세윤과 카이가 다시 합류해 다른 멤버들과 본격적인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호화캐스팅의 장점을 살리는 반전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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