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의 '탈원전' 아집..'에너지차관' 신설했지만 원전 정책은 '찬밥' 신세

세종=박정엽 기자 2021. 8. 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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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국, 정책 중심 '에너지실' 밖으로 밀려나
주무국·과 이름에도 '에너지 전환' 명시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설되는 에너지 전담 2차관 산하 직제의 중심은 ‘탄소중립’ 정책을 주도할 에너지산업실이다. 산업부는 전력 분야와 수소 경제 분야 조직을 각각 국장급 조직으로 확대·독립시켰고, 재생에너지 확대 지원을 위한 과 2개를 신설했다.

반면 원전 담당 조직은 화석연료 담당 조직과 함께 차관 직속이 됐다. 에너지 정책의 중점 과제를 다루는 에너지자원실에서 원전정책 담당 부서를 뺀 것이다. 사실상 원전 정책은 에너지 정책의 외각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 개발 중심으로 재편하고, 원전 정책에는 힘을 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을 전담할 2차관 산하의 조직 개편도. 왼쪽이 현재 조직 체계이고, 오른쪽이 오는 9일부터 시행될 새 조직 체계다./ 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3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하고 공개했다. 오는 9일부터 시행될 새 직제에 따르면, 신설될 에너지 전담 2차관 산하에 2관 4과를 신설하고 27명을 보강하게 된다.

이번 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 2차관 직속으로 에너지산업실, 자원산업정책국, 원전산업정책국 등 1실 2국 체제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에너지산업실은 전력, 수소경제 및 재생에너지 등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비전의 중심 이슈들을 담당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산업실 조직의 개편 배경을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에너지 정책 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산업실 주무국·과의 명칭을 에너지’혁신’정책관·정책과에서 에너지’전환’정책관·정책과로 변경해 조직의 정체성이 ‘에너지 전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화석연료 및 원자력 등 전통적 에너지원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2차관 신설과 조직 개편은 탄소중립을 에너지 분야에서 이행하기 위한 취지”라며 “탄소중립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중요한데 이를 강조하기 위해 조직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밖에 에너지산업실 산하에는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를 지원하는 조직이 대거 확대됐다. 우선 기존의 ‘신재생에너지정책단’을 개편한 ‘재생에너지정책관’ 아래에는 ‘재생에너지보급과’가 신설된다. 해상풍력, 수상태양광, 농촌태양광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 보급이 주된 임무다. 특히 ‘원스톱샵’으로 불리는 풍력 인허가 통합기구 도입이 가장 큰 과제다. 산업부는 당초 태양광과, 풍력과 등 발전원 별로 과 조직을 신설하기 원했지만, 행정안전부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력혁신정책관(전력국) 산하에는 전력계통혁신과가 신설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발전하는 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발전 설비를 한전의 전력망(전력계통)에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격히 늘면서 기존 전력망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생겼고, 발전 사업 허가를 받아도 송·배전 인프라가 부족해 사업이 지체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그 만큼 전력망이 함께 늘어나야 된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새로 만들어지는 전력계통혁신과가 전력망 확충을 담당하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발전 단위 투자가 먼저고 그 뒤가 계통 투자였다면, 앞으로는 선제적인 계통 투자가 필요하다”며 “독립된 과가 이를 책임지고 담당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조직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적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화석연료 및 원자력은 에너지산업실 손을 떠났다. 석유, 가스, 석탄 등을 담당하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을 담당하는 원전산업정책국(원전국)은 2차관에게 직보하는 시스템이 됐다. 원전이 석탄과 같은 취급을 받는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들은 에너지산업실장이 챙기도록 하고, 자원국이나 원전국은 기존에 추진하던 업무들이라 차관 직속으로 둔 것”이라면서 “실장 산하에 국장급 조직 6개를 다 넣을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원전국 산하에는 ‘원전지역협력과’가 신설된다. 새로 만들어지는 조직이지만 원전지역협력과의 주요 역할은 당분간 탈원전 정책의 뒷수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중심에서 밀려난 원전 지역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의 민심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 지역 인근 지자체와 주민들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원금은 발전소의 발전량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원전 발전량이 줄어들 경우에는 장차 지원금 액수가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지난 2일 부산, 울산, 전남, 경북, 기장, 울주, 영광, 경주, 울진 등 국내 9개 광역·기초 자치단체들로 구성된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산업부 등에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에 따른 원자력 기반의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인해 일자리 및 세외 수입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전이 있는 지자체에 국가산업단지를 지정·조성하고 정부 주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원전 지역의 산업 구조를 개편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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