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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에 주방까지"..'러브하우스' 미화원 휴게실, 아파트주민들 발벗고 나서

김정은 입력 2021. 08. 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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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나운동 수송금호어울림아파트 미화원 휴게실 앞 주민들이 걸어둔 현수막. [사진 출처 = 수송금호어울림아파트 입주자대표회]
"미화원분들을 위한 휴게시설은 사실 진작에 해드렸어야 하는 너무 당연한 권리죠. 주민분들도 미화원분들도 모두 너무 기뻐하시고 계십니다."

지난 2일 미화원들을 위한 휴게시설 개소식을 가진 전북 군산 수송금호어울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정민종 회장의 말이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미화원이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미화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의 한 아파트에서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입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미화원들을 위한 별도의 휴게공간을 마련하면서다.

약 36평형(면적 119㎡)의 이 휴게시설엔 각종 식기와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이 구비된 주방과 거실, 방 2개, 샤워실 등이 갖춰졌다.

2008년 준공된 이 아파트에는 당초 미화원을 위한 별도의 휴게시설은 없었다. 미화원들은 지금까지 아파트 내 비어있는 창고건물을 휴게시설로 사용해왔다.

이 아파트 미화원들이 휴게시설로 사용하던 창고건물에는 간단한 조리 시설과 샤워실조차 없었다. 미화원들이 식사를 위해 식기를 세척하려면 창고건물에서 25m가량 떨어진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는 것이 아파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북 군산시 나운동 수송금호어울림아파트 내에 주민들이 마련한 미화원 휴게실. [사진 출처 = 수송금호어울림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이에 지난 2019년 입주자 대표회의에서는 이같은 열악한 환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이들은 미화원 휴게시설 개선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입주자대표회는 주민 설득을 위해 아파트에 공고문을 게재, 개별 가구에 우편을 보내는 등 미화원 휴게실의 열악한 상황을 알렸다. 이같은 노력으로 주민 중 약 86%가 흔쾌히 동의했고, 2년간 모은 장기수선충당금 8000만원으로 비어있는 아파트 내 약 36평(면적 119㎡)의 필로티(건물을 지상에서 분리시킴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를 리모델링했다.

이 과정에서 군산시가 행정 지원 등에 적극 나서 미화원 휴게시설 마련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입주자 대표들이 미화원분들이 휴게공간으로 창고건물을 쓰시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가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며 "아파트 주민분들도 모두 흔쾌히 서명해주셨고, 군산시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이렇게 휴게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개소식을 가졌는데 주민분들이 더 기뻐하시면서 미화원분들이 언제 이사하는 것이냐고 계속 물어보신다"며 "너무 당연한 것인데 크게 미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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