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SS현장]첫 올림픽서 피까지 본 '17세 탁구신동' 신유빈,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용일 입력 2021. 8. 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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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8강 한국-독일 네 번째 단식. 신유빈이 독일 한잉과 경기중 부상을 치료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언니들에게 미안하다.”

‘17세 탁구신동’ 신유빈(대한항공·세계랭킹 85위)은 2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8강에서 독일에 2-3으로 패한 뒤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7일 개인 단식 32강전에서 져 올림픽에서의 첫 패배를 맛본 그는 단체전에서 메달을 고대했다. 전날 폴란드와 16강전에서 승리에 앞장선 신유빈은 이날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최효주(23·삼성생명·64위)와 힘을 합쳐 준결승을 노크했으나, 2016년 리우 대회 은메달을 거머쥔 독일의 벽에 가로막혔다. 신유빈은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다. 내가 단식에서 이겨서 (단체전을) 끝냈어야 했는데…”고 울먹였다.

독일은 5년 전 리우 대회 멤버가 그대로 나섰다. 중국에서 귀화한 베테랑 수비수 한잉(38·22위), 펜홀더 공격수 산 샤오나(38·33위)와 왼손 페트리사 솔자(27·16위)로 구성됐다. 세계랭킹 4위 한국 여자탁구를 지휘하는 추교성 감독은 3위의 독일을 맞아 첫 복식 경기에 신유빈과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를 투입했다. 전지희를 단식에 한 차례만 뛰게 하더라도 복식을 잡겠다는 의지였다. 이어 제2~3단식에서 최소 1승을 따낸 뒤 신유빈이 나서는 제4단식에서 마침표를 찍겠다는 전략.

도쿄 | 연합뉴스

보란 듯이 신유빈은 지난 3월 국제탁구연맹 WTT 스타 컨텐더 도하 여자복식 우승을 합작한 전지희와 찰떡 호흡을 뽐냈다. 독일의 샨사오나-솔자와 겨뤘는데 세트 스코어에서 1-2로 뒤지다가 4세트부터 신유빈의 백핸드, 전지희의 드라이브를 앞세워 독일을 몰아붙이면서 3-2(9-11 11-8 6-11 11-6 11-3)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최효주가 제2단식을 내줬지만, 전지희가 제3단식을 따내며 매치 포인트 2-1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신유빈은 운명의 제4단식 경기에 출격, 상대 간판스타 한잉을 상대했다. 그는 한잉의 깎기 기술에 고전하며 1세트를 내줬지만 금세 구질을 파악, 영리하게 맞서면서 2세트를 따냈다. 특히 신유빈은 2세트 3-4로 뒤졌을 때 한잉의 짧은 서브를 받다가 테이블에 팔꿈치가 긁혀 피가 났다. 그럼에도 당황해하지 응급처치를 받은 뒤 경기를 재개했고,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는 예리한 스매싱을 뽐냈다. 하지만 한잉은 노련했다. 3세트부터 신유빈의 공격 템포를 꺾는 깎기 기술과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결국 신유빈은 끝까지 사력을 다했으나 한잉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1-3으로 졌다. 그리고 매치 포인트 2-2로 맞선 가운데 제5단식에서 최효주마저 샨사오나에게 1-3으로 밀리면서 한국 여자 탁구의 도쿄 여정은 끝이 났다. 신유빈은 “(팔꿈치) 상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제3단식에서) 지희 언니가 잡아줬는데 내가 마무리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도쿄 | 연합뉴스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쏟아낸 건 ‘맏언니’ 전지희다. 그는 “리우에 이어 또다시 준결승을 못 갔다”며 “내 마음이 안 좋은 건 이제 나이도 있고, 파리 대회까지 관리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지희는 대회 기간 자신의 성형을 트집 잡은 중국 네티즌과 설전으로 더 유명해졌다. 최근 중국 네티즌은 그의 쌍꺼풀 수술 얘기를 꺼내들었고, 웨이보 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한국으로 갔다더니 성형하러 간 것이냐’는 얘기와 더불어 전지희의 과거 사진을 꺼내드는 등 인신공격성 내용도 보였다. 그러나 전지희는 웨이보 중국 계정을 통해 “쌍꺼풀 수술을 한국 돈 77만원을 주고 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쳐 눈길을 끌었다. 이 얘기에 그는 “별 뜻은 없었다. 그냥 (중국)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보여서 깜짝 놀랐다”며 “탁구엔 관심이 없는 것 같고 내 쌍꺼풀에 더 관심이 있더라. 나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유빈이는 이번 대회에 너무 잘 했다. 이제 올림픽이 처음인데 한 단계를 넘어서면 더 좋아질 것”며 3년 뒤 파리를 기약했다.

여자 탁구대표팀 맏언니 전지희가 2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패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도쿄 | 김용일기자

여자 탁구는 올림픽에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2012 런던 대회에서 4위를 한 데 이어 최근 두 개 대회 연속 8강에 만족해야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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