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찰 "쿠오모, 보좌관 블라우스 안에 손넣고 움켜쥐었다"

박현영 2021. 8. 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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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뉴욕주지사 성폭력 의혹 조사 발표
특검, 4개월여 수사해 165쪽 보고서 내놔
"11명 성추행..민사 성격 강해 기소 안 해"
바이든·펠로시 민주당 지도부 "사임하라"
레티시아 제임스 뉴욕 검찰총장(왼쪽)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주 검찰이 3일(현지시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특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욕 검찰은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여성 공무원 11명에 대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지만, 즉각 기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주도(州都)가 있는 알바니 카운티(주 아래 행정단위) 지방 검찰은 쿠오모 주지사의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혀, 형사 처벌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민주당 소속인 쿠오모 주지사에게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

레티시아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하고, 여성에게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등 주(州)와 연방 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총장이 지난 3월 임명한 준 H 김 변호사(전 뉴욕 남부지검장 대행)와 앤 클락 변호사는 피해 여성들과 쿠오모 주지사, 주 정부 관계자 등 179명을 조사하고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사진 등 증거를 수집해 165쪽 분량 보고서를 작성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달 17일 맨해튼의 주지사 사무실에서 11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날 보도했다.


신체 접촉, 성적 발언 사례 담은 보고서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쿠오모 주지사의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 정황이 자세히 담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쿠오모 주지사가 보좌관을 껴안은 뒤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처참한' 정황 등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이 보좌관은 주지사가 포옹과 볼 키스, 최소 한 번은 입술에도 키스하는 등 신체 접촉을 늘려가던 중 관저에서 셀카를 찍으면서 엉덩이를 움켜잡았다(grabbed)고 진술했다.

또 다른 날에는 주지사가 포옹하면서 블라우스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그가 내 가슴을 모아쥐었다(cupped).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의 손과 내 브래지어 위쪽을 내려다본 장면이 기억에 있다"고 진술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직원 10명이 있는 곳에서 그랬다면 미친 짓"이라며 부인했으나, 보좌관은 주지사 관저의 개인 사무실 중에서 작은 곳에서 일어났고,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2017년 쿠오모가 규정을 바꿔가며 한 여성 경찰관을 자신의 경호팀에 파견 근무하도록 지시한 뒤 지속해서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주지사 경호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근무 경력이 3년을 넘어야 하는데, 2015년 임용된 이 경찰관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주지사 측은 자격 기준을 2년 이상으로 낮춰 그를 경호팀에 배치했다.

이후 쿠오모 주지사는 그가 출입문을 잡아줄 때 배와 엉덩이를 만졌고, 엘리베이터에서 앞에 서 있는 그의 목에서부터 허리까지를 손으로 훑으며 '이봐, 너(hey, you)'라고 불렀다. 엘리베이터에는 고참 경호원도 함께 타고 있었다.

여자친구를 구해달라면서 "고통을 참을 줄 아는" 여자여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고, 결혼하면 "성 충동이 줄어드는데" 왜 결혼하려고 하냐, 근무할 때 왜 치마를 입지 않느냐 등 발언을 했다고 한다.

레티시아 뉴욕 검찰총장이 3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폭력 혐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학적이며 공포스러운 직장 분위기"
피해 여성들은 주지사실 분위기가 가학적이고, 폭로자에 대한 보복도 자행됐다고 전했다. 성추행을 폭로한 전 보좌관의 인사 기록을 주지사 측이 공개했다는 것이다.

제임스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사는 주 정부의 조직과 성격을 좀먹는 행위를 밝혀냈다"면서 "쿠오모 주지사는 공포 분위기(climate of fear)를 조성했고,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행위는 몹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뉴욕 검찰은 이번 사건이 본질에서는 민사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 쿠오모 주지사에 대해 범죄 수사나 기소를 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제임스 총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수사할 수는 있다"고 밝혔는데, 알바니 카운티 지방검사가 이날 수사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제임스 총장은 쿠오모가 사임해야 하는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 결정은 궁극적으로 뉴욕 주지사의 몫"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성희롱 폭로는 지난해 12월 참모였던 린지 보이랜(36)이 처음 제기한 이후 여러 여성이 동참했다.

피해 여성들은 쿠오모가 입술에 키스하거나, 몸을 더듬고, 성적인 발언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과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했다고 폭로했다.

고발자가 늘면서 사임 압력이 커지자 쿠오모 주지사는 혐의를 벗을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제임스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간을 벌기 위해 수사받기를 자처한 측면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당시 "검찰총장 보고서에 담길 팩트를 기다렸다가 의견을 제시하라"고 큰소리쳤지만, 정작 검찰 보고서가 나오자 "묘사된 상황이 사실과 아주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쿠오모는 "나는 부적절하게 누군가를 만지거나 성적으로 접근한 적이 없다"며 포옹하고 뺨에 입 맞추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쿠오모 주지사는 검찰의 공정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제임스 검찰총장이 차기 주지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기자들과 문답에서 성추행 사실이 인정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쿠오모에 "사임하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오모 주지사에게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은 지난 3월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의혹이 수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한 말을 지키겠다"면서 "수사 결과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으므로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쿠오모의 사퇴를 촉구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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