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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하루 5만원도 못 버는데 에어컨은 무슨.." 찜통 가판대에 갇힌 상인들

최은서 입력 2021. 08. 0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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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은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았고 습도는 70%를 웃돌았다.

영중로 일대 거리 가게 상인 대부분은 "많이 벌어봤자 하루 5만 원, 월 매출은 100만 원 남짓"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에어컨도 손님도 없으니 아예 길거리에 앉아 있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와 구청 역시 거리 가게 상인들의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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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점상들이 장사하는 서울 '거리 가게'
폭염에 가판대 가열.. 사비로 에어컨 달아야
코로나로 매출 급감해 영세업자 어려움 가중
서울시에서 불법 노점상을 근절하기 위해 구청 주도로 2019년부터 합법화해 확대 운영하고 있는 '거리 가게' 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오후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부근의 '거리 가게' 상인들이 가게 밖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3일 서울은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았고 습도는 70%를 웃돌았다. 그늘 아래 있어도 피부가 끈적이고 가끔 부는 바람은 후끈했다. 보도 가장자리에 늘어선 '거리 가게' 상인들은 폭염에 지쳐 손부채질도 관둔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매출 저하에 기록적인 폭염까지, 올여름은 이들에게 가장 잔혹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시는 불법 노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1월부터 거리 가게 사업을 확대 시행 중이다. 가로 2.1m·세로 1.6m 크기의 네모난 부스 형태로 합법적인 가판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같은 자리에서 수십 년간 노점을 했던 상인들은 구청 허가 아래 점유료를 내고 거리 가게로 들어가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3일 오후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부근의 '거리 가게' 앞에서 한 상인이 냉수 한 컵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 달 수익 털어 에어컨 구매"

그러나 한 평 남짓한 부스 안은 폭염에 취약하다. 야외에 있다 보니 부스가 직사광선에 바로 노출돼 내부 온도가 치솟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에서 분식을 판매하는 A(61)씨는 "가게 온도가 40도를 넘어갈 때도 있다"며 "이러다 사람 죽겠다 싶어서 사비로 에어컨을 달았다"고 말했다. 영중로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B(70)씨 역시 "지난달 번 돈 80만 원을 거의 다 털어 에어컨을 샀다"고 했다.

그렇게 달아둔 에어컨도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여파로 장사가 안 되니 전기료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A씨는 "오전 9시부터 한낮처럼 덥지만 꾹 참았다가 낮 12시가 되면 에어컨을 켠다"며 "그마저도 2, 3시간 정도 켜뒀다가 손님들이 빠지는 시간대엔 다시 끈다"고 말했다. 영중로 일대 거리 가게 상인 대부분은 "많이 벌어봤자 하루 5만 원, 월 매출은 100만 원 남짓"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떤 날은 2,000원이 하루 매출 전부였다는 증언도 있었다.

3일 오후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부근의 '거리 가게' 안에서 한 상인이 선풍기 바람에 의존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못 견디고 폐업한 곳 수두룩

에어컨도 손님도 없으니 아예 길거리에 앉아 있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종로구 창신동에서 거리 가게 앞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은 이모(76)씨는 "가게 밖은 바람이라도 불어서 가게 안보다는 덜 덥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 옷을 파는 황모(77)씨는 "장사가 안 되니 한 명이라도 더 호객하기 위해 가게 앞에 나와 있는 게 속 편하다"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몇 주째 셔터를 내린 가게도 적지 않았다. 창신동 거리 가게에서 옷을 판매하는 유모(69)씨는 "거리 가게 상인 대부분은 수십 년 노점을 해 온 노년층이다보니 폭염을 이겨내기가 더 어렵다"며 "차라리 가게 문을 닫고 집에서 건강 챙기는 게 경제적으로 낫다는 판단에 장사를 접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구청 역시 거리 가게 상인들의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자영업자 전반이 어려운 시기에 거리 가게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거리 가게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상인들의 요청 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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