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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만났단 조은산 "넌지시 물었다. '조국 수사' 왜 했냐고, 당신의 정의냐고"

김경훈 기자 입력 2021. 08. 04. 05:50 수정 2021. 08. 0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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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연합뉴스
[서울경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를 기치로 들고 대선 출사표를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치는 '시무7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정부를 꼬집었던 진인(塵人) 조은산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3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났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조씨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한 한식당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전한 뒤 "식사를 겸한 대화는 100분가량 이어졌고 많은 대화가 오갔으나 구체적 내용을 되짚기 힘들어 짧은 메모에 근거해 이 글을 남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조씨는 "윤 전 총장은 먼저 시무 7조를 읽고 한 시민의, 직장인의, 가장의 분노가 강하게 와 닿아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면서 "나는 다분히 술에 취해 쓴 글이며, 그 글로 인해 인생이 뒤틀렸다 답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이해한다고, 글은 결국 사람의 삶에서 나오지만, 때론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적었다.

조씨는 또한 "인생이 뒤틀린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아 넌지시 물었다. 조국 수사 왜 했느냐고"라면서 "국정원 수사에 이어 적폐 청산까지 마무리했으니 그대로 진보 진영의 화신으로 거듭나지 그랬냐 물었다. 정치 참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당신의 정의였냐 물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같은 조씨의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며 "그건 상식이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아울러 조씨는 "'정의'라는 것에 대해 그가 말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지금의 그를 형성한 관념적인 틀, 정의로운 검사 내지는 정권에 반기를 든 투사의 모습에서 벗어난 그저 한 인간에 충실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짚었다.

여기에 덧붙여 조씨는 "의외로 그는 '정의'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법을 말할 때, 정의와 연관 짓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의 논거는 정의도 결국 인간의 사적인 감정일 뿐이며,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수사는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는 정의보다 윤리와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것을 '직업적 양심'이라 표현했다'고도 했다.

더불어 조씨는 "수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들어왔을 때, 그때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정의라고 했다"면서 "마침내 정권을 향할 수밖에 없었던 검찰의 수사에 어떤 압력이 가해졌는지 나는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고 그 또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말하길 '압력은 굉장히 지속적이고 굉장히 소프트하게, 그러나 굉장히 강력하게 밀고 들어왔다'고 했다"고 썼다.

조씨는 그러면서 "노무현을 수사하는 것은 부정의이고, 이명박, 박근혜를 수사하는 것은 정의이며, 조국을 수사하는 건 또다시 부정의이고, 그를 수사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것은 또다시 정의라 말하는 정치 편향적 정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는 차라리 그가 정의가 아닌 상식을 말하는 게 다행스러웠다"고 했다.

조씨는 이어서 "윤 전 총장에게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와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중에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면서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이슨이라 답했다.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말 또한 직설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또한 조씨는 "그는 듣던 대로 달변가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하지 않았고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말했다"면서 "연이은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소 정제된, 그리고 정략적인 언사에 치중했다면, 애초에 지금의 윤석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조씨는 또 "언론 기사 속 사진이나, 각종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그러나 내가 직접 접한 그의 모습은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선글라스 하나 걸치면 영락없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 가까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씨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7월 30일, 그는 전격적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다"면서 "나는 그의 건투를 빌 뿐"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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