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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마스크 잔혹사' ..쌍방울, 최대 납품처 지오영 공정위에 신고

이현승 기자 입력 2021. 08. 0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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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공정위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련 지오영 신고
지난해 지오영과 700억대 마스크 공급계약..납품 5% 그쳐
지오영 "시장에 마스크 물량 대거 풀리며 약국 매출 감소"
마스크 제조사 1년 만에 10배로 급증..가격은 4100원→650원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마스크가 기업의 신성장동력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폭증, 가격은 급락하며 대규모 공급계약에 차질이 생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마스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속옷 제조업체 쌍방울은 최대 납품처인 지오영과 체결한 계약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708억원 규모의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이후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지오영 측이 발주를 미룬 것이 발단이 됐다. 계약이 종료된 지금 발주 물량은 5%에 그쳤다.

쌍방울이 작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제조·출시한 KF94 마스크.

4일 쌍방울(102280)은 지오영에 708억 원 규모의 마스크를 공급하는 계약을 작년 8월 4일 체결했고 지난달 31일이 기한이었으나 실제 발주 물량은 33억5006만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이 다 끝나도록 공급 하기로 약속한 금액의 5% 밖에 납품하지 못한 것이다.

쌍방울은 “지오영과 관련 계약에 대해 다툼이 있으며, 공정위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 가운데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행위 등 지오영이 어떤 부분이 위반했다고 판단해 신고를 했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계약 연장, 재계약 등을 두고 지오영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1963년 설립된 쌍방울은 내의 브랜드 트라이(TRY)로 잘 알려진 속옷 제조·판매 업체다. 2011년 매출이 1500억 원을 넘었으나 해외 속옷 브랜드가 국내에 하나둘 진출하며 국내 시장이 정체하자 실적이 악화됐다. 2019년 기준으로 매출이 1000억 원을 밑돌았다.

회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스크 사업에서 찾았다. 작년 4월 쌍방울 공채 출신이자 만 42세였던 김세호 최고경영자(CEO)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6월 657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중 절반은 빚을 갚고, 절반은 마스크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익산 국가산업단지에 마스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김세호 쌍방울 대표가 자사몰 트라이샵 배너 광고에 등장한 모습. /트라이샵 캡처

쌍방울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공식화 한 뒤 두달 만에 지오영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02년 설립된 지오영은 각종 의약품을 약국과 병원에 도·소매 형태로 판매하는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다. 정부가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는 업체로 지오영을 선정하며 수혜를 입었다. 쌍방울은 지오영과의 납품 계약을 발판 삼아 마스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오영의 발주량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대체할 만한 신규 공급처도 확보하지 못했다. 쌍방울 전북 익산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올해 1분기 기준 36%에 그쳤다.

지오영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적 마스크 공급 제도가 끝난 이후 시장에 여러 소매채널을 통해 마스크가 풀렸고, 약국에서 판매되는 마스크 매출이 줄어들며 계약 대비 공급이 지연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계약기간을 연장할 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양사가 계약을 체결한 작년과 비교해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는 급증하고 공급가는 급락한 상황이어서, 단가 등 계약조건이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쌍방울은 “향후 마스크 제품을 다양화 하고, 3분기부터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다각화를 추진해 포화 상태인 마스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보건용·비말차단용·수술용 마스크 제조업체는 작년 1월 137개에서 올해 1월 1185개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KF94 마스크 평균 온라인 판매가격은 4100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65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평균가격으로, 일부 업체들은 쿠팡 같은 오픈마켓에서 1개당 150~200원에 땡처리 판매를 하고 있다.

지난해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며 마스크 사업을 시작한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마스크 사업에 진출한 소리바다는 같은해 7월 와이제이코퍼레이션과 60억 원 규모의 일회용 마스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5개월 만에 해지 됐다.

회사 측은 “와이제이코퍼레이션이 (마스크를 공급받기로 한)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마스크 생산량 폭증, 생산·유통가격 폭락 문제로 발주 계약 종료를 요청 받았음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타이어 금형 제조사 세화아이엠씨도 작년 9월 미즈코리아 주식회사와 115억 원 규모의 덴탈 마스크 공급계약을 맺었으나 한달 만에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거래 상대방이 급변하는 시장 상황 등의 사유로 공급수량 및 단가 인하, 계약금 비율 및 지급일 변경을 요구한 데 이어 추가로 잔금 납입일 변경을 요구해 계약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업계에선 국산 마스크 품질을 고급화 해, 수출 판로를 확대 하는 수 밖에는 답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마스크산업협회는 “한국의 중소 마스크 제조업체 가운데 품질관리 기준 없이 양적 팽창만 지향하는 기업들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해외로 수출하는 마스크에 대한 품질 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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