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말기에 마각 드러낸 보수 언론 장악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1. 8. 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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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갈법'..러시아 미얀마보다 못한 언론 원하는가?
기자 한 명 잡지 않고 언론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발상
ⓒ김어준의뉴스공장 화면캡처

가짜뉴스를 뿌리 뽑고 그 피해를 막으려면 김어준 방송부터 잡아야 한다. 좌파 진영의 이익을 위해 근거도 없는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온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집권 세력은 김어준을 과연 문제로 보고 그런 법을 추진하고 있는가?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이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미얀마 같은 언론 자유 후진 독재 국가들의 뒤를 따라가려 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이달 중 강행 처리를 준비하고 있는 ‘언론재갈법’은 위 독재 국가들에도 없는, 독소 조항을 담고 있어서 사실 따라가는 게 아니고 ‘언론 통제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를 반년 남짓 남겨 놓고 왜 이런, 세계에 부끄러운 무리한 일을 벌이려 하는가?


소위 ‘언론중재법’이라는 이름(약칭)부터 국민을 속이기로 작정하고 지었다.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줄이기 전의 전체 명칭. 언론 탄압이 진짜 목적인 ‘언론재갈법’인데, 중재니 피해 구제니 하는 용어들을 앞세운 저의가 뻔하다.


이것이 왜 재갈법이냐 하면, 언론의 눈과 귀와 입을 막기 위해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한다는, 무시무시한 언론 탄압을 목적으로 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가짜뉴스’라는 게 핵심인데, 독재 정권의 수법이 늘 그렇듯이 갖다 붙이면 가짜 뉴스가 되고 만다. 그래서 언론재갈법이고, 그래서 무시무시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폭염 속에 해외에 비슷한 사례가 있나 여기저기 검색하느라 땀을 꽤 흘렸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해외 선진국들에는 감히 이런, 표현의 자유 성지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 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의 질의에 대한 보고서에서 “언론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미국의 수정헌법을 보라. 제1조는 ‘미합중국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종교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 또는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할 수 있는 권리와 고충 처리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민과 언론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의해 보장된 불가침적 권리이며 정부나 의회는 그것을 제한하기 위한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에는 대통령 자신이 가짜뉴스를 만들어대고 자기에게 불리한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선전하며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도 이 수정헌법 때문에 자기 편을 비판하는 소위 ‘가짜뉴스’ 단속을 위해서는 다른 우회적인 방법을 써야 했다.


법 대신 매체 불신(Discredit) 조작이 그것이다. 트럼프가 ‘CNN은 가짜뉴스 나팔수다’라고 나팔을 불거나 ‘NYT는 급진 사회주의 좌파 선동꾼들이다’라고 좌표를 찍으면 지지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악성 댓글을 달고 불매 운동도 벌이는 방법으로 ‘징벌’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우리 헌법은 제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했지만, 여타의 조항에서는 제한적인 조건을 내세워 금지하거나 강제하고 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그 위성 정당 열린민주당은 이런 헌법의 모순을 믿고 ‘언론재갈법’을 만들어 절대다수 의석을 이용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밀어 붙일 태세다.


이 법이 이른바 ‘검찰개혁’과 함께 양 날개로 추진하는 ‘언론개혁’의 핵심 조치로 받아들여지는 건 그 독소 조항 때문이다.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것, #피해액을 언론사의 매출액과 연동해 1만분의 1~1000분의 1을 하한으로 상정한 것 등이 그런 것들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정권이 의도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언론을 억압하는 세계 후진국 독재 정권들의 방식과 다른 점은 기자를 투옥시켜서 겁을 주는 게 아니고 그 기자들이 소속된 회사 전체를 벌주겠다는 것이다. 기자 한 명만 잡지 않고 언론사 자체를 망하게 한다는 게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이고, 가장 후진적이면서 가장 독재적인 마각(馬脚)이다.


그러므로 일반 독자들은 고의나 중과실, 가짜뉴스 같은 용어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마치 언론사가 잘못이라도 해서 기사를 내보낸 것처럼 들리는 말들이지만, 사실은 집권당이나 청와대 인사가 일방적으로 그렇다고 주장하면 허위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법이고, 따라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종을 치게 되는 악법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법이 발효되면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가? 기자들은 얼어붙고 데스크들이 달달 떤다. 문장 하나, 표현 하나, 단어 하나에 회사의 사활이 걸리게 되므로 증거가 불충분하고 수사가 착수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사안의 경우 거의 보도 불가 딱지를 스스로 붙이게 될 것이다. 무섭고 비극적인 자기 검열의 시대 도래다.


이 법안은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신문 사업자만 대상으로 해놓았다. 가짜뉴스 하면 악명 높은 사람들이 특정 진영 유튜버들인데도 말이다. 김어준 같은 음모론 방송인과 자기 편 유튜버들은 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 오직 ‘밥’이 될 매체들은 보수 성향, 반 진보좌파 정부 메이저 신문들과 인터넷신문들뿐일 것이다.


현재 법안은 국회 문체위 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윤석열, 최재형 등 야권 대선 후보들에게는 이 법안 저지 전선이 대선 예비 선거의 전장(戰場)이 될 것이고 이재명, 이낙연 등 여권 후보들에게는 그들의 진면목이 드러날 시험대다.


이런 재갈법이 없었기에 조국 사태가 터졌고, 윤미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졌으며, 오세훈과 박형준이 서울 부산 보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언론재갈법’은 반정부 보수 언론들에 의해 불 지펴진 국민의 정권교체 욕구를 대선 투표 전에 차단시키려는, 현 진보좌파 집권 세력의 결사적인 정권 재창출 도구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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