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돋보기]CDMO vs. 신약..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민

김유림 입력 2021. 8. 4. 08:03 수정 2021. 8. 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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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본격적으로 바이오 벤처 투자
서비스업 CDMO, 신약개발은 고객사 잠재적 경쟁
CDMO 및 투자, 신약 중 양자택일 상황 직면 전망
고객 납득할 만한 정보교류 차단 시스템 구축 필요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삼성물산(028260)이 바이오 벤처 투자에 나섰다. 선진 바이오 기술을 접할 수 있는 CDMO(위탁생산개발)를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투자 결정에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은 1500억원 규모의 SVIC 54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990억원, 495억원을 출자하고, 삼성벤처투자는 벤처투자촉진법에 따라 펀드의 1%인 15억원을 출자한다. 펀드명은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이며, 삼성벤처투자가 운용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CDMO 회사로 거듭나면서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위탁생산을 뜻하는 기존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에 개발(Development)을 합친 단어다. 한 마디로 개발에 위탁생산을 더한 것이다.

CMO는 제조(Manufacturing) 단계이며, 신약의 후기 개발 정보를 접하게 된다. CDO에서는 신약 개발(Development)을 고객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함께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초기 신약 개발 정보를 접하게 된다. CDMO 기업은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을 접하면서 바이오 투자에 대한 눈이 트이게 되며, 자연스럽게 바이오 벤처 투자로 이어지게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CDMO 2인자 중국 우시앱텍(WuXi AppTec)은 오래전부터 바이오 벤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약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의료기기 개발, 헬스케어 IT&AI, 의약품 유통 기업 등 90개가 넘는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지난해 투자자산 가치가 67억 위안(1조2000억원)에 이르러 전체 자산의 21.6%를 차지했다.

여기서 핵심은 우시앱텍은 투자에만 그칠 뿐 신약개발에는 선을 긋고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1위 CDMO 론자도 마찬가지로 위탁개발과 생산 서비스 제공에만 집중한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면서, 신약개발을 최종 목표로 잡은 상황이다. 업계는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와 신약개발 모두 주요 사업으로 가져갈 수 없으며, 양자택일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했다.

우시바이오와 론자 고객사 바이오기업 대표는 “CDMO는 서비스 업체다. 고객사 신약의 중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약점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서비스 업체가 자기만의 신약을 개발하면 글로벌 빅파마에게는 잠재적인 경쟁사다”며 “특히 서양권에서는 서비스 업체가 고객과 잠재적으로 경쟁하는 부분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접 개발을 안하고 자회사나 계열사, 인수합병 회사가 한다고 해도 고객사의 항의와 저항이 있을 거고,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했던 회사와 우시바이오의 CDMO 협의 과정을 지켜본 결과, CDMO와 바이오 회사의 정보공유가 잘 될수록 개발이 잘 된다. 상호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과 CDMO를 동시에 할 경우 이해관계 충돌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만 TSMC가 파운드리하면서 자체적으로 본인들 반도체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CDMO로 출발해 신약개발을 하는 곳이 전무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초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 임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CDMO와 신약개발 사업부 간에 정보 교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빅파마 고객사들이 그 시스템을 신뢰한다는 전체 하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런 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거다”고 했다.

김유림 (ur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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