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모두 팔아치운 중고거래 끝판왕..결국 요트 사서 떠났다

최태범 기자 입력 2021. 8. 4. 10:00 수정 2021. 8. 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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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준 작가 중고거래로 4100만원 모아 요트 장만..'소유 보다 공유' MZ세대 덕에 중고시장 급성장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은 현재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빅3'로 불리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의 치열한 영역 다툼 속에서 대기업과 합종연횡도 이뤄지며 전장(戰場)이 더욱 넓어졌다.

당근마켓은 GS리테일, 번개장터는 현대백화점, 중고나라는 롯데쇼핑과 각각 손을 잡았다. 중고거래 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중고거래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분위기가 바뀌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있다. 1차적인 소유를 넘어 2차 판매·거래에 거리낌 없는 이들의 '세컨슈머(Second+Consumer)' 성향이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MZ세대는 집이나 자동차 등 고액의 자산을 소유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현재의 삶에 충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되 효용이 다했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처분해 현금화하거나 다른 물건으로 교환한다.

단순히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을 넘어 판매자로부터 물건의 후기를 직접 듣고 신뢰도 높은 선택이 가능해 중고거래를 선호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추가 수입도 올려 일석이조다.

중고거래로 4100만원 모아 요트 장만한 송호준 작가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작가 /사진=번개장터
2013년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 발사'로 화제가 됐던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작가가 번개장터와 기획한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송·요·프)'는 중고거래의 성장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송 작가는 15년간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비롯해 전자기기·작업용품 등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중고로 팔아 그 돈으로 요트를 구매한 뒤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겠다는 다소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저 바다가 좋다는 자신의 취향 때문이었다.

번개장터는 '취향 기반 중고거래'라는 플랫폼 정체성에 딱 맞는 송 작가의 도전을 전폭 지원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송 작가 작업실에 많은 취향의 물건들이 있었고 이들의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송·요·프 오픈 이후 10개월간 250여개의 상품이 판매됐다. 9억9999만9999원의 '방사능 목걸이'와 2억원짜리 인공위성도 있었지만 판매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삼각김밥과 교환하자며 번개톡을 보내온 이용자 등 여러 에피소드를 남겼다.

"러시아 항해 성사, 과거와 다른 미래 개척한다"

송 작가는 중고판매를 통해 약 4100만원의 돈을 모았다. 자금을 더 보태 지난 6월 1억원대의 중고 요트를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번개장터에는 요트 판매자가 없어 요트 구매는 선박거래 전문 사이트를 이용했다.

팔리지 않은 물건들은 지난 6월말 서울 망원동 작업실에서 진행한 개인 전시회 '이제는 육지를 떠날 때-로그아웃'을 통해 홍보·판매했다. 이틀간 진행된 전시회에는 3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송 작가는 지난달 동료들과 함께 요트를 타고 러시아 캄차카 반도로 향했다. 오는 10일쯤 돌아오는 1개월간의 일정이다. 당장 세계 일주는 어렵지만 요트 여행을 통해 땅에서 벗어나 바다 위에서 새로운 작업들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출항 전 만난 송 작가는 "대부분의 짐들을 정리하며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품을 수 있었다. 스스로 리셋하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며 "각자의 취향이 존중돼 다양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으로는 물질적인 작품이 아닌 디지털 작품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중고거래는 물리적인 것을 모두 정리한다는 선언적인 의미였다"며 "향후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나 블록체인 형태로 작업할 것"이라고 했다.

"중고거래, 예술작품 권위 해체하고 경제성까지 갖춘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송호준 작가의 작업실 모습. 1100만원에 판매 중인 작품 'Apple'이 왼쪽에 전시돼 있다. /사진=번개장터
송 작가는 이번 중고거래가 기존 문화예술계에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고거래는 예술 작업의 권위를 해체하면서도 판매를 통해 경제성까지 갖추는 측면에서 중요한 구조"라고 했다.

그는 "소위 위대한 예술가들을 보니 실망스러운 점도 많았다. 개방성과 다양성을 얘기하면서도 정작 작품은 고급 갤러리에만 전시하거나 판매한다"며 "이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중고거래로 판매하는 것은 어떨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금만 다르게 살면 '왜 그렇게 사느냐'고 지적당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왜 일론 머스크나 테슬라 같은 회사가 없냐고 한다. 상당히 모순적"이라며 "바다를 통해 미래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일론 머스크의 가난한 버전처럼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송 작가는 "미술관에서만 프로젝트를 했다면 만나는 사람들이 제한적이었겠지만 중고거래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요트 위에서 어떤 재미난 작업이 펼쳐질지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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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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