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 흐르는 '新냉전 기류'..中 "서방 개입 용납 못해"

박수현 기자 2021. 8. 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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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가 공개한 중국의 남중국해 난사군도 ‘피어리 크로스’의 모습. 2020년 9월 기준 활주로 등이 건설돼 있다.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남중국해는 강대국 갈등의 각축장이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며 “개별 역외국가가 지역 평화와 안정의 양호한 국면을 깨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3일 화상으로 진행된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간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리가 경계할 것은 개별 역외 국가가 이 지역 영토 및 해양 분쟁에 공공연히 개입하고 중국과 아세안 국가 사이에 이간질을 하고 선진 군함과 항공기를 대량 파견함으로써 곳곳에서 도발해 이미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의 최대 교란자가 됐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보다 앞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주권과 권익은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앞으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과 아세안의 공동 노력으로 남중국해 상황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항행 및 비행의 자유는 법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중국은 이날 왕 부장의 발언을 통해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7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해당 지역 국가들의 주권을 밟는 것”이라며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 연안국들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그들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미·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불법적 영유권 주장’을 거부한다며 중국의 강압에 처한 동남아 국가들 편에 서겠다고 강조했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남중국해는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바다로 매년 5조달러(약 5749조원) 규모의 무역량이 오가는 곳이다. 2000배럴 이상의 석유 자원도 매장돼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안보를 위한 핵심 지역이다. 중국은 군사력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충돌과 같은 유사시에 잠수함이 발사하는 핵무기로 본토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핵억지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런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수심 2000미터에 달하는 깊은 바다가 곳곳에 있는 남중국해가 제격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그간 이곳을 난하이(南海)라 부르며 자국 영해로 표시한 새 지도 발행을 인가해왔다. 2015년부터는 이 일대 섬들을 일방적으로 점령해 전투기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군사기지화하고, 남중국해 해역(350만㎢) 중 200만㎢ 이상을 자국 관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도 설정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모든 해역은 중국의 영역이 된다.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이와 관련해 2016년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해당 영역을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중국이 PCA의 판결에도 아랑곳 않고 남중국해 주권 주장을 이어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하나 둘 군함을 파견하고 있다. 중국이 이곳에서의 재해권을 강화하기 위해 가하는 압력이 베트남 등을 미국과 그 동맹 쪽으로 밀어내는 작용을 하면서다. 독일은 지난 2일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군함을 남중국해로 보냈고, 영국은 지난 5월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을 인도태평양에 투입했다. 프랑스는 지난 4월 미국 주도 군사협의체인 쿼드(Quad) 국가들과 뱅골만 일대에서 처음으로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은 2022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말까지 육상자위대 미사일 부대를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서남단의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섬, 오키나와 본섬, 오키나와현 미야코섬에는 이미 미사일 부대가 배치돼 있다. 이시가키섬까지 포함하면 미사일 부대 거점이 4곳으로 늘어나게 되며, 이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 연결)과 평행해진다. 제1열도선은 냉전 시기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경계선이자 중국이 군사력을 전개하는 목표선이다.

2021년 7월 12일 필리핀 마카티시 중국 영사관 앞에서 활동가들이 국제상설재판소(PCA)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 5주년을 기념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이날 PCA는 중국이 남해구단선을 그어 남중국해의 90%를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남중국해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아직까지는 중국이 우세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중국은 오랜 기간 인근 지역에서 상당한 규모의 해군·해병·연안 경비대 등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의 인민해방군 해군(PLAN)은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인민해방군 사령부에는 핵추진탄도미사일 장착 잠수함(SSBN) 4척,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SSN) 2척, 디젤추진 공격용 잠수함 16척 등 모두 76척의 잠수함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러시아와도 군사적으로 밀착하고 있다. 양국은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에서 도합 1만명 이상의 병력과 러시아군 수호이(Su)-30 전투기 등 각종 군용기와 장갑차들을 동원한 ‘서부·협력-2021’ 연합훈련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미국 견제용 훈련이라는 해석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두고 익명의 자국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훈련은 최첨단 무기가 동원된 대규모 전략훈련”이라며 “중국과 러시아 모두 미국의 억압에 직면한 것이 양국의 군사협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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