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왔다" 한마디에 관객 열광..'조드윅'이 돌아왔다 [리뷰]

선명수 기자 2021. 8. 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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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솔직하고 까칠하며, 예민하면서도 거침 없는 헤드윅으로 분한 조승우는 이번 시즌에서도 특유의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쇼노트 제공

“언니야…, 언니 왔다.” 금빛 가발에 진한 화장, 하이힐을 신은 조승우의 속삭이는 한마디에도 관객들은 열광했다. 여느 때와 같은 함성은 없었지만, 뜨거운 박수 소리만으로도 관객들의 환호가 전해졌다.

‘그 언니’, 배우 조승우가 뮤지컬 <헤드윅>에 돌아왔다. 2005년 초연부터 2016년까지 총 다섯 번의 시즌에 함께하며 ‘조드윅(조승우+헤드윅)’이라는 별칭을 얻은 정도로 그는 이 공연의 간판 같은 존재다. 그의 5년 만의 <헤드윅> 복귀 소식에 티켓 창구가 열리자마자 표가 매진되는 등 치열한 티케팅 경쟁도 벌어졌다.

<헤드윅>은 2005년 4월 초연 이후 12번의 시즌 동안 2300회 공연을 했다.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로는 최장기 스테디셀러다.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이 어린시절 겪은 학대, 실패로 끝난 성전환 수술, 사랑과 이별 등 인생 이야기를 콘서트 형식으로 들려주는 록 뮤지컬이다.

대학로 라이브 소극장에서 처음 한국 관객과 만난 <헤드윅>은 10년간 소극장에서 공연하다 입소문을 탔다. 2016년엔 700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옮긴 데 이어 이번엔 충무아트센터의 1250석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극중 헤드윅의 공연 장소 역시 뉴욕 후미진 거리의 모텔에서 2016년부터는 브로드웨이 ‘정크 야드(Junk Yard)’의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린 뮤지컬 ‘정크 야드’의 무대 철거 전날, 헤드윅은 단 하루 극장 사용을 허락받아 내일이면 사라질 무대 위에서 공연을 연다.

뮤지컬 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뭘 보겠다고 이렇게 많이 왔어? 이 시국에.” 화끈한 도발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 헤드윅의 매력은 여전했다. 다만 코로나19로 공연장 풍경은 달라졌다. <헤드윅>은 배우가 무대와 관객석을 오가며 노래하고, 관객 역시 환호성과 스탠딩으로 즐기는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으로 인해 박수 외에는 호응이 불가능하다. 헤드윅이 얼굴 모양 화장이 묻은 수건을 관객에게 건네거나, 객석 의자를 밟고 ‘슈가 대디’를 부르며 춤을 추는 ‘카 워시(Car Wash)’도 이번 공연에선 할 수 없었다.

대신 배우는 위트 있는 입담과 애드리브로 ‘코로나 시국’이란 답답한 현실까지 웃음으로 만들었다. 이전 공연처럼 헤드윅은 카메라맨과 함께 극장 뒤편에서 등장해 객석 통로를 지나 무대로 향하는데, 이번엔 마스크를 쓴 채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관객들의 소리 없는 호응을 유도했다. ‘쉿!’

함성 대신 “고개만 위 아래로 살짝 흔들어 달라”는 그의 주문에 관객석도 화답했다. 미군 루터가 헤드윅과의 첫 만남에서 미국제 곰 젤리를 건네는 순간, 무대 스크린 속 형형색색의 ‘곰 젤리’가 낙하하는 장면은 이번 시즌에 새로 추가된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헤드윅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패러디한 ‘곰 내려온다’를 부르며 춤을 춘다.

솔직하고 까칠하며, 예민하면서도 거침 없는 헤드윅으로 분한 조승우는 이번 시즌에서도 특유의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헤드윅>은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가 휴식시간 없이 사실상 홀로 2시간15분 이상을 끌어가는 공연이다. 누가 헤드윅을 맡느냐에 따라 각양각색의 공연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헤드윅>의 가장 큰 매력인데, 조승우는 수위 높고 찰진 농담과 관능적인 춤과 노래, 내면의 아픔과 외로움을 표현하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조드윅’의 명성을 다시금 증명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의 한 장면. ‘조드윅’으로 불리며 2005년 초연 때부터 이 공연에 함께해온 배우 조승우가 5년 만에 무대에 섰다. 쇼노트 제공

열세 번째 시즌을 맞은 <헤드윅>에는 조승우와 첫 시즌부터 함께한 배우 오만석을 비롯해 이규형, 고은성, 뉴이스트의 렌이 출연한다. 헤드윅의 남편인 ‘이츠학’에는 이영미, 김려원, 제이민, 유리아가 분해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다. 공연은 10월31일까지.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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