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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 중 하나만 건져도 돼"..韓과학자 도발한 미군의 한마디[과학을읽다]

김봉수 입력 2021. 08. 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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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처럼 과도한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도 지구 저궤도나 화성 등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 물리적인 날개짓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풍뎅이형' 비행체가 한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박 교수는 평소엔 날개를 여러 번 접어서 숨겨뒀다가 비행할 때만 날개를 펴는 장수풍뎅이의 생체적 특성에 주목했다.

곤충의 날갯짓을 이용해 지구 대기밀도의 70분의1에 불과한 화성처럼 외계 행성의 저밀도 대기에서도 비행 가능한 비행체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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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 박훈철 건국대 교수
"15년간 곤충형 비행체 기술 개발 몰두"
"미 과학자의 말 한 마디에 '새로운 기술 개발' 결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로켓처럼 과도한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도 지구 저궤도나 화성 등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 물리적인 날개짓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풍뎅이형' 비행체가 한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장애물이 부딪혀도 추락하지 않아 첩보용이나 자연촬영용 비행체로도 적합하다. 박훈철 건국대 교수가 지난해 개발한 'KU비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 교수는 평소엔 날개를 여러 번 접어서 숨겨뒀다가 비행할 때만 날개를 펴는 장수풍뎅이의 생체적 특성에 주목했다.15년간 뚝심 있는 연구로 ‘KU비틀'을 개발했다. 곤충의 날갯짓을 이용해 지구 대기밀도의 70분의1에 불과한 화성처럼 외계 행성의 저밀도 대기에서도 비행 가능한 비행체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다음은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8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박 교수와의 일문 일답.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과 근황은?

= 사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엔 은퇴하기 전에 꼬리날개가 없는 곤충모방 날갯짓 비행로봇의 제어비행에 성공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논문으로 게재하게 될 줄도 몰랐다. 물론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이번 성과는 15년 이상 곤충모방 날갯짓 비행로봇 개발을 위해 함께 땀 흘린 석박사 과정 학생들 덕분이다. 올해는 곤충모방 비행로봇 관련 연구과제들이 종료되는 시점이어서, 저밀도 대기 비행과 같은 후속 연구를 위해 과제 도출을 준비하고 있다. 날치가 물속에서 공중으로 도약하는 특성을 모방하는 연구도 수행 중이다.

▲곤충의 비행을 모방한 비행을 연구하고 있는데?

= 곤충은 항공기 또는 조류와 다른 원리로 비행한다. 조류 모방 날갯짓 비행로봇은 자세 유지에 필요한 제어모멘트를 조류나 항공기처럼 꼬리날개에서 발생한다. 반면 꼬리날개가 없는 곤충은 날갯짓만으로 비행에 필요한 공기력과 자세 유지에 필요한 제어력을 낸다. 소위 정상 공기역학으로 예측한 것보다 큰 양력을 발생한다. 이 같은 특징에 주목해 2000년대 초반 공기 밀도가 낮은 화성에서의 비행 방법으로 곤충 비행을 모방한 연구가 급속히 진행됐다. 하지만 곤충의 비행은 조류의 비행을 모방하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꼬리날개 없이 내부에 장착된 배터리로 5분 이상 제어비행에 성공한 날갯짓 비행로봇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현재 화성에서도 날개짓 비행이 아닌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한 쌍의 날개를 가진 회전익 무인기가 비행하는 이유다. 곤충모방 비행로봇의 비행효율은 실제 곤충의 비행효율에 미치지 못해 많은 연구자가 해법을 찾고 있다.

▲자연 속 작은 곤충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 항공기와 로켓이 항공분야 연구의 주류이던 20세기 말에 무인기가 속속 등장했다. 2002년 미국 항공우주학회에서 처음으로 무인기학회를 개최했다. 당시 미국의 국방고등기술연구소가 새롭게 지원하는 연구는 전례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주제들이었고, 학회에 참석한 많은 미국 교수가 불만을 표했다. 그런데 패널토론에 참석한 미국 공군 대위가 “우리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100개 과제 중 하나만 성공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자 회의장에 순간 적막이 흘렀다. 저 역시 그의 말에 소름이 돋았죠. 그때부터 나도 무언가 새로운 연구를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건국대 호숫가를 산책하던 중 무당벌레가 날개를 접었다가 펼치며 비행하는 모습을 보았다. 예전에도 자주 보던 모습인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눈앞에 느린 화면이 재생되듯 보였죠. 곤충의 날개는 아무런 근육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데도 날개를 접었다가 펼쳐서 비행이 가능한 것이 신기했다. 이것을 모방해보자는 생각을 들었고, 장수풍뎅이의 비행과 날개 펼침-접힘을 모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논문으로 발표한 풍뎅이형 비행체 연구 결과를 소개해달라.

= 논문은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하나는 장수풍뎅이 날개의 펼침과 충돌 에너지 흡수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공학적으로 모방한 것이다. 장수풍뎅이는 앞날개만 완전히 펼치고 뒷날개의 바깥쪽은 접은 채로 날갯짓을 개시하는데, 이 초기 날갯짓으로 발생하는 공기력과 관성력이 뒷날개를 완전히 펼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더불어 완전히 펼쳐진 뒷날개는 중앙부의 충돌 에너지 흡수 메커니즘으로 인해, 날갯짓 비행 중에 뒷날개 바깥쪽이 장애물과 충돌해 뒷날개가 접히더라도, 짧은 시간에 날개가 다시 펴져 안정된 비행을 계속할 수 있음을 장수풍뎅이의 비행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두 번째로, 장수풍뎅이 뒷날개를 모방해 날개의 앞부분에 충돌 에너지를 탄성 에너지로 저장할 수 있도록 초탄성 형상기억합금 선재(wire)와 경첩 구조로 구성된 충돌 에너지 흡수 장치를 가진 날개를 개발했다. 바깥쪽이 날개 평면 및 수직 방향으로 접힐 수 있다. 장애물과 충돌하면 초탄성 형상기억합금 선재가 경첩 구조를 중심으로 접히면서 충돌 에너지를 탄성 에너지로 저장한다. 이 날개를 곤충모방 날갯짓 비행로봇(KU비틀)에 장착하고, 비행 시험을 실시해 날개 바깥쪽이 장애물과 충돌해도 안정된 비행이 가능함을 시연했다.

▲연구과정 중 기억에 남는 도전은?

= 초기에는 장수풍뎅이처럼 날갯짓을 180도 이상 안정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터 구동형 날갯짓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비행이 가능하도록 모든 장치를 최대한 간단하고 가벼운 형태로 개발해야 했다. 날개를 자동으로 회전하게 하는 방법도 고안해야 했다. 큰 각도의 날갯짓을 발생할 수 있고 날개의 자동회전이 가능해진 후에는, 이러한 날개가 날갯짓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공기력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날갯짓으로 비행이 가능한 공기력이 발생한다 해도 안정된 비행이 가능하려면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제어 모멘트가 필요하다. 조류와는 달리 곤충모방 비행로봇에는 꼬리날개가 없으므로, 날갯짓 중에 날개의 궤적을 계속 변경해서 공기력과 제어력을 동시에 발생해야 한다. 다음으로 요구된 것이 되먹임 전자 제어 기술이었다. 소형 드론에서 사용하는 초소형 전자부품을 조합해 되먹임 제어 시스템을 구성해 2016년 약 40초 제어 비행에 성공했다. 개선된 질량 1g의 일체형 전자보드에 구현된 제어시스템은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강태삼 교수님 연구실에서 개발했다. 2019년 이를 탑재한 KU비틀이 약 9분의 비행에 성공해 전 세계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한 곤충모방 날갯짓 비행로봇 중 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나?

= 무엇보다 곤충의 비행을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크기가 작은 곤충 날개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는 더욱 더 어렵다. 비교적 크기가 큰 장수풍뎅이를 연구 대상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수풍뎅이는 야행성이라 밤에만 비행한다. 아주 밝은 광원을 사용하는 디지털 초고속 카메라로 장수풍뎅이의 비행을 촬영해야 하는데 카메라의 광원 때문에 장수풍뎅이가 밤에도 날지 않았다. 장수풍뎅이를 날게 하고, 이를 촬영하는 데 많은 애를 먹고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더구나 곤충은 길들이기가 힘들어서, 날더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날지 않았다. 장수풍뎅이를 특정 방향으로 날게 하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반복 실험하는 데 큰 인내심이 필요했다.

▲연구 성과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 곤충모방 비행로봇은 다수의 프로펠러로 구동하는 드론과는 다른 원리로 비행한다. 생김새나 비행원리가 상대적으로 자연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로봇들이 현재의 드론과 유사한 기능을 발휘한다면, 전혀 다른 형태의 드론이 현실에서 활용될 수 있다. 혹은 제한된 비행시간이나 성능으로 용도를 다르게 활용할 수도 있다. KU비틀이 적에게 탐지되지 않고 은밀한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방과 관련된 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곤충의 비행원리를 설명하는 과학교재로도 사용할 수 있다.

▲향후 도전하고 싶은 목표는?

= 지금까지의 연구도 너무도 어려운 도전이었는데, 다들 다음 도전은 뭐냐고 묻는다.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있다면, 메뚜기, 날치, 가마우지 같이 두 가지 이상 방식으로 기동하는 생물체를 모방하는 이중 모드 로봇을 연구하고 싶다. 메뚜기 모방 로봇은 소기의 성과가 있었지만 만족할 정도는 아니고, 날치 모방 연구는 이제 막 시작했다. 가마우지 모방에 관한 연구는 작년에 제안했는데, 준비 부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단기적으로는 곤충모방 비행로봇인 KU비틀을 이용해 고도가 높아서 공기 밀도가 해수면 공기 밀도의 70% 정도일 때에도 비행이 가능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조건이 허용된다면, 더 낮은 공기 밀도에서도 비행하는 방법과 비행효율 향상에 관한 연구를 할 것이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학문은 인류가 남긴 그리고 남기게 될 가장 위대한 무형의 세계문화유산이다. 그중에서도 과학은 인류 생명을 연장하고 물질문명을 발전시켜온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학이라는 학문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은 미래 과학자들의 권리이자 의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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