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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이 지배하는 '기린의 세계'..고도로 발달한 사회성 확인

조홍섭 입력 2021. 08. 04. 14:56 수정 2021. 08. 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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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지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현생 반추동물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크며 아프리카 초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동물이다.

뮐러 박사는 "이렇게 크고 상징적이며 카리스마 넘치는 아프리카 동물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며 "이제까지 나온 증거는 기린이 실제로는 고도로 복잡한 사회성 동물이며 코끼리, 고래, 침팬지에 견줄 정도로 교묘하고 잘 작동하는 사회 체계를 유지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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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암컷 중심 강한 유대로 모계사회 이뤄
번식력 다한 뒤 수명의 30% 더 살아
손주 돌보며 유전자 퍼뜨리는 전략
새끼 죽으면 7일간 식음 전폐하기도
새끼를 돌보는 케냐의 기린 암컷. 새끼와 유대가 강하고 무리의 모든 암컷 성체가 새끼를 협동해서 돌본다. 조 뮐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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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지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현생 반추동물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크며 아프리카 초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동물이다. 그러나 이제껏 우리는 기린의 가장 중요한 특징, 곧 복잡한 사회성 동물이란 사실을 잘 몰랐다.

조 뮐러 등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자들은 4일 과학저널 ‘포유류 리뷰’에 실린 논문에서 “기린은 복잡한 협동적 사회 체계와 모계사회를 꾸리는 전형적인 포유동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기린에 관한 404개의 기존 연구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연구자들은 “2000년까지만 해도 기린은 사회성이 전혀 없고 그저 우연히 스쳐 가는 무리를 이루는 것으로 알았다”고 논문에 적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개체 식별과 데이터 분석 등 연구방법이 발전하면서 기린의 사회성이 분명해졌다.

기린은 3대에 이루는 친족이 모여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보통 3∼9마리가 무리를 이룬다. 조 뮐러 제공

뮐러 박사는 “이렇게 크고 상징적이며 카리스마 넘치는 아프리카 동물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며 “이제까지 나온 증거는 기린이 실제로는 고도로 복잡한 사회성 동물이며 코끼리, 고래, 침팬지에 견줄 정도로 교묘하고 잘 작동하는 사회 체계를 유지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흥미로운 건 늙은 기린 암컷은 생식능력을 잃은 뒤에도 수명의 30%를 더 산다는 사실이다. 잠비아에서 암컷의 수명은 평균 28살인데 가장 늦게까지 번식하는 나이는 20살이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죽기 전까지 생식능력을 유지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은 생식능력이 다한 뒤에도 수명의 각각 23%와 35%를 더 사는 코끼리와 범고래와 비교된다”며 “이들은 고도로 복잡한 사회구조와 협동적 돌봄을 하는 종”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할머니 가설’은 암컷이 나이가 들면 생식은 자식에게 넘기고 손주를 돌보는 편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유리하다는 이론이다. 사람을 비롯해 범고래 등 3종의 고래가 폐경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학설의 하나다(▶사람과 범고래는 왜 중년에 폐경 하나).

기린은 새끼를 극진히 돌보며 새끼가 죽으면 7일까지 물과 먹이를 먹지 않고 비통해 한다. 버나드 듀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린도 폐경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존 연구를 통해 분명해진 건 암컷을 중심으로 한 모계사회를 이루어 힘을 모아 새끼를 기른다는 사실이다. 범고래나 아프리카코끼리의 예처럼 할머니 기린도 수십년 만의 가뭄 때 물과 먹이를 구해 살아남는 지혜를 보유할 가능성도 있다.

기린의 모계사회에서 암컷은 무리에 남지만 수컷은 무리를 떠나 떠돌다 짝짓기 때 돌아온다. 무리 안에는 일종의 ‘탁아소’가 있어 다른 새끼를 돌보며 아예 자신은 생식하지 않고 다른 새끼만 돌보는 성체 암컷도 보고된다.

암컷은 새끼와 유대관계가 강해 새끼가 죽으면 7일까지 물과 먹이를 먹지 않고 비통해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또 다른 암컷의 새끼가 죽었을 때도 고통스러워 한다는 보고가 있다.

뮐러 박사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기린을 거칠고 포식자가 들끓는 생태계에서 고도로 성공적이고 복잡한 사회를 진화시킨 지적이고 집단생활을 하는 포유류로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린이 복잡하고 협동적인 사회 체계를 이루는 동물이란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이 동물 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린은 1985년 이후 개체수의 40%가 감소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올라 있다.

인용 논문: Mannal Review, DOI: 10.1111/mam.1226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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