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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빈아, 왜 거기에 있느냐" 김홍빈 대장 유가족 오열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입력 2021. 08. 04. 16:17 수정 2021. 08. 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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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장례절차 시작 '5일장'..정부, 체육훈장 청룡장 추서
8일 '산악인장' 영결식 후 무등산 문빈정사에 유품 안치
"고인 죽음 헛되지 않게 정신·업적 계승 기념관 설립" 움직임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장애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실종된 김홍빈(57) 원정대장의 업적을 추모하는 장례가 4일 산악인장(葬)으로 시작됐다. 장례절차가 시작된 이날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1층에 마련된 김 대장의 분향소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여야 대표 등 정치권과 기관장들이 보낸 조화들이 가득 들어찼다. 김 대장은 영정 속에서 푸른 신록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제상엔 김 대장이 평소 착용하던 얼음벽 등반 장비, 혹한을 견디게 해준 방한 장화 등이 유품 대신 놓였다.ⓒ시사저널 정성환 

"홍빈아, 네가 왜 거기에 있는 거냐." "친구야, 너무 빨리 갔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장애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실종된 김홍빈(57) 원정대장을 추모하는 장례절차가 4일 산악인장(葬)으로 시작됐다. 이날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1층에 마련된 김 대장의 분향소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여야 대표 등 정치권과 기관장들이 보낸 조화들이 가득 들어찼다. 김 대장은 영정 속에서 푸른 신록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제상엔 김 대장이 평소 착용하던 얼음벽 등반 장비, 혹한을 견디게 해준 방한 장화 등이 유품 대신 놓였다. 열 손가락이 없는 김 대장을 위해 제작된 얼음벽 등반 장비, 혹한을 견디게 해준 방한 장화 등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고인의 발자취를 보여줬다. 한 추모객은 "김 대장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했다"며 "개인의 목표 달성을 넘어 세상에 뜻깊은 선물을 남긴 그는 영웅이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김홍빈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이 고인의 생전 모습이 상영된 전광판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4일 오전 광주시 서구 염주체육관에 차려진 김홍빈 대장의 분향소에서 김 대장의 둘째 누나 김효남(72)씨가 "홍빈아, 홍빈아 어디 갔나"를 외치며 오열하자 김 대장의 아내가 김 씨를 부등켜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분향소 추모 통곡…산악 동료·정치인·정부인사 조화 '도열'

김 대장의 분향소에선 유가족의 오열과 지역 산악인 동료들의 흐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11시30분께 분향소를 찾은 김 대장의 둘째누나 김효남(72)씨는 "홍빈아, 홍빈아 어디 갔나. 네가 왜 거기에 있는 거냐. 너무 멀리 갔다"라며 연신 고인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김 대장과 오랜 추억을 쌓은 원정 대원·지역 산악인 등 추모객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예를 올렸다. 브로드피크 원정에 참여한 광주 출신 대원 3명은 이날 새벽 귀국해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면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울음을 참아가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몸조차 가눌 수 없었던 김 대장의 첫째누나 김효덕(76)씨는 "어렸을 적부터 한 번도 속 썩인 적이 없는 착한 동생이었다"며 "오직 가족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온 동생인데, 남겨진 가족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막막하다"고 오열했다. 김 대장의 아내도 초췌한 모습으로 밀려드는 조문객들을 맞이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김 대장 친구의 어머니 원복달씨는 영정 사진 앞에서 "아들과는 살레시오 산악회 친구사이로 집에도 자주 놀러왔었다"며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영영 못 돌아올 먼 길을 떠났다"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았다. 광주 양동시장에서 홍어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원씨는 김 대장의 원정길에는 빠짐없이 '원기를 북 돋으라'며 홍어를 챙겨주곤 했다고 광주산악연맹의 한 관계자가 귀뜸했다.  

광주 살레시오고 졸업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살레시오 산악회는 동문 산악회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지역 유일의 산악회로 알려졌다. 이 산악회 동료인 이건희(70·광주 서구 화정동)씨는 "김 대장은 늘 산에서 죽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원대로 됐구나 싶으면서도 너무 빨리 가 안타깝다"며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하고 가서 다소나마 위안이 된다"고 했다. 

황희(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전 10시 30분쯤 김홍빈 히말라야 원장대장의 분향소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청룡장 추서식을 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황 장관은 "정부는 김홍빈 대장의 발자취와 업적을 보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정성환

황희 문체부장관, 분향소 찾아 유가족 위로

김 대장의 영결식은 8일 오전 10시에 광주염주체육관에서 산악인장으로 거행된다. 김 대장의 영정은 무등산 문빈정사 납골당에 유품인 등산 장비와 안치된다. 손중호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어젯밤 늦게 히말라야 현지에서 장비가 도착해 아직 안치할 유품을 정하지 못했다"며 "유족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체육 발전에 공을 세우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주는 체육훈장 청룡장(1등급)이 추서됐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전 10시 30분쯤 김 대장의 분향소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청룡장 추서식을 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앞서 정부는 2012년 고인에게 거상장(3등급)을 수여해 이번이 두 번째 훈장이다. 

"김홍빈 기념관 건립하자" 목소리  

일각에선 고 김홍빈 대장을 기리는 기념공간을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영용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장애인과 가족들은 김 대장의 도전을 모멘텀으로 제2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꿈과 용기를 얻었다"면서 "김 대장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을 계승·확산하는데 '김홍빈 대장 기념관'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형칠 광주전남등산학교 이사장은 "김홍빈 대장은 건강한 젊은이도 도전하기 힘든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인류 최초로 완등한 '세계적 자산'이자 '기념비적인 인물'이다"며 "그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고 본받는 게 마땅하다"며 기념관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날 훈장 추서를 위해 분향소를 찾은 황희 문체부장관도 기념관 건립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김홍빈 대장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유족과 광주시, 준비위원회가 여러 가지 노력을 할 텐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이들과 함께 그분의 발자취와 업적을 보존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산악인을 기리는 기념관과 전시관이 있다. 산악인 엄홍길씨의 고향인 경남 고성군은 2007년 '엄홍길 전시관'을 개관했다. 또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는 고 박영석 대장의 업적을 기리면서 누구나 산악체험을 즐길 수 있는 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가 지난 5월 개관했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장애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실종된 김홍빈(57) 원정대장의 업적을 추모하는 장례가 4일 산악인장(葬)으로 시작됐다. 분향소가 차려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외벽에 김 대장을 기억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그는 누구?

김 대장은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를 내려오던 지난 19일 0시쯤(현지 시각) 크레바스를 통과하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오전 5시 55분쯤 한국에 위성 전화로 구조를 요청했고 오전 11시쯤 러시아팀이 김 대장에게 로프와 등강기를 내려 보내 끌어올렸지만 줄이 끊겨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3년 대학 산악부에서 등반과 인연을 맺은 김 대장은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 단독 등반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동상을 입었고, 열 손가락을 절단했다. 병원에서 7번이나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장애를 얻었다.

그는 장애를 입은 뒤 알파인 스키로 전향하기도 했다. 1999년 처음 국가대표가 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그는 이후 2009년 남극 빈슨 매시프(4897m) 등정으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올랐고, 이번 등정으로 히말라야 14좌 완등 기록을 작성했다. 김 대장은 2015년 브로드피크에 도전했으나 7600m 지점에서 악천후로 하산했다. 지난해 코로나로 등정을 미뤘다가 이번에 정상 등정 후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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