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완화 요구 나온 날..日, CVID '또' 꺼내들었다

정다슬 2021. 8. 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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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아세안+3회의서 한반도평화 지지 요청
일본, 유엔 대북제재 완전한 이행 강조..中 언급 無
미국은 '조건없는 대화' 입장 유지..6일 ARF '주목'↑
정의용(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3일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해왔던 북한이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서서히 대외메시지를 발신하기 시작하면서 한반도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동력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정의용 ‘한반도 평화’ 지지 요청…日은 CVID ‘방점’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오후 5시부터 2시간간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기존 남북, 북·미 간 합의를 기반으로 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계속 진전해나갈 수 있도록 아세안+3 차원의 지지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 장관의 발언에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접근에 대해 지지 의사를 보냈다. 특히 남북 간 통신선 복원에 대해 환영한다는 발언을 한 장관도 있었다.

반면 일본은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츠 일본 외무상은 이날 회의서 북한의 대량파괴병기 또는 모든 범위의 탄도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언급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의 완전한 이행이 불가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북한이 “패전국이나 쓸 용어”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CVID이라는 용어를 다시금 꺼내든 것이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CVID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을 고려해 이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에 대한 발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와 관련된 중국 외교부 발표에서는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美 “北 관여 없는 이상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

미국은 이날 아세안+3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전제 조건으로 광물 수출·정제유 수입·생필품 수입 허용 등을 들었다는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와 관련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이 어떠한 종류의 관여도 하지 않는 이상 유엔의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를 위한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이른바 ‘조건 없는 대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 된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분명히했다”며 “북한이 우리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일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참석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북 접근법에 있어서 한·미·일의 완벽한 조율과 공조를 중시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 역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 간 각급에서 긴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며 “협의 과정에서 특정 제재 면제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우리 정부 내에서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대북 관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는 통일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나온 데 이어 이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국회 보고에서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 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선권 외무상은 불참할 듯…北 대외메시지 주목

이런 상황에서 외교가의 시선은 오는 6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으로 쏠리고 있다. ARF는 북한이 참석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이자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도 모두 참여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북한 측에서는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아닌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아세안대표부 대사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안 대사는 화상으로 열렸던 지난해 ARF도 북한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시에는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없이 코로나19와 수해 대응에 전념하고 있고 당장 직면한 과제는 내부적인 어려움을 극복해 강성대국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수준의 발언만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남북 통신선 복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등을 통해 차츰 대외활동을 재개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ARF라는 국제무대를 통한 대외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대사가 지난해와 달리 ‘대사 대리’가 아닌 ‘정식 대사’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군 지휘관 보고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협의 중에 있다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보고에 대해 “여러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발언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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