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올림픽선수촌 집단감염.."밤마다 무법천지 야외 술파티"

권윤희 2021. 8.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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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첫 집단감염 사례가 나온 가운데, 조직위가 밤마다 벌어지는 선수촌 술파티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만이 나왔다. 일본 유력 주간지 ‘슈칸신쵸’ 인터넷판 ‘데일리신초’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대회 관계자 폭로와 함께 야외 술파티가 벌어진 선수촌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사진=데일리신초 캡쳐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첫 집단감염 사례가 나온 가운데, 조직위가 밤마다 벌어지는 선수촌 술파티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만이 나왔다. 일본 유력 주간지 ‘슈칸신쵸’ 인터넷판 ‘데일리신초’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대회 관계자 폭로와 함께 야외 술파티가 벌어진 선수촌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2시쯤, 올림픽 선수촌에서 외국인 선수와 대회 관계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산케이신문 계열 후지뉴스네트워크(FFN, 후지TV가 중심 방송사)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외국인 선수 여러 명이 선수촌 내 노상에서 술을 마시는 등 소란을 피우다 대회 관계자와 시비가 붙었다는 신고를 받았다. 문제의 선수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흩어져 모두 숙소로 돌아갔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촌 내 음주 사건으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대회 관계자가 선수들과 몸싸움 끝에 발목을 삐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관리 부주의가 거론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직위는 입을 꾹 다물었고, 스포츠전문매체 닛칸스포츠가 대신 나서서 “대회 관계자가 다친 건 맞지만 이동 중 입은 부상으로 선수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대회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선수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데일리신초에 “언론에 보도된 것은 그날의 진상과 한참 거리가 멀다. 조직위와 경찰은 사태를 축소 왜곡해 발표했고, 언론도 이를 그대로 받아쓰며 사건이 작아졌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각국 선수들 10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야단법석을 떨었다. 경찰이 출동한 건 새벽 2시지만, 벌써 밤 10시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하지만 조직위 경비 관계자도, 선수촌 경비를 담당한 오사카부경 경찰들도 주위를 지키고만 있을 뿐 주의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다 사태가 커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건화할 만큼 큰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작은 문제도 아니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선수촌 술파티가 표면화될 줄 알았으나, 오히려 금지어가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선수촌은 밤마다 무법천지”라고 꼬집었다. 야간 경비 담당자의 어학 능력이 떨어져 통제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조직위 전체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런 상태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만든 ‘플레이북’도 의미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나 다를까, 4일 선수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는 그리스 아티스틱스위밍 선수 4명과 관계자 1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2021년 6월 8일 일본 도쿄만 상공에서 본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에 앞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규범집 ‘플레이북’을 공개했다. 먹을 때와 잘 때를 제외한 상시 마스크 착용, 선수들의 대중교통 이용 금지 등의 수칙이 포함됐다.

물론 조직위가 올림픽 기간 음주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선수촌 내에서도 배달 등으로 술을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각자 숙소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하지만 이 원칙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회 관계자가 데일리신초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경찰이 선수촌에 출동했던 지난달 31일 밤 선수촌 야외에서 30여 명의 남녀 선수가 라틴 음악을 틀어놓고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일주일에 일곱 번 조명이 바뀌는 관광명소 ‘레인보우 브리지’를 배경으로 두 손을 높이 치켜든 선수들 옆으로는 맥주캔과 술병이 나뒹굴었다. 얼굴까지는 식별할 수 없으나, 다양한 국적 선수들이 한데 뒤섞여 파티를 즐기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마스크는 쓰지 않은 채였다.

데일리신초 취재진이 선수촌을 방문한 1일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밤에도 도쿄도 하루미에 있는 선수촌에서는 왁자지껄한 선수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데일리신초 측은 “선수촌과 100m 거리 밖 하루미 부두에서 안을 살폈는데,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대합창 소리가 들려왔다”고 설명했다.

대회 관계자는 “이러면 폐회식 전 언제라도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신초는 이에 대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데일리신초는 “경찰이 출동했던 지난달 31일 사건의 개요, 선수촌 내부에서의 심야 야외 술파티 등에 대한 견해를 물었으나 조직위는 기한까지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회식 논란, 무더위 대책 미비 등 다양한 논란이 불거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조직위는 이제 기능부전에 빠진 걸지도 모른다”고 무능함을 비꼬았다.

아니나 다를까, 4일 선수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는 그리스 아티스틱스위밍 선수 4명과 관계자 1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다카야 마사노리 조직위 대변인은 “집단 감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수촌 첫 집단감염으로, 음성 판정을 받은 7명을 포함한 그리스 아티스틱스위밍 선수단 12명 전원이 숙박 요양 시설이나 대기 시설로 옮겨졌다. 이로써 그리스는 아티스틱스위밍 듀엣과 팀, 두 종목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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