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리더③] 공여국 된 한국..국제 사회 이끌어야

장정욱 2021. 8.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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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역할 확대
디지털 무기로 세계 신성장 주도
"변방의 선진국 아닌 중심에 서야"
전문가들은 국제사회 원조를 받던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만큼 앞으로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에 적극 나설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북동쪽 약 230㎞ 떨어진 무지(Mudzi) 마을에서 주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배급표를 들고 줄 서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달 우리나라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앞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단순 참여국을 넘어 경제·사회·문화 등 많은 부문에서 주도적 역할을 위한 연구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후유증을 이겨내고 개발도상국을 거쳐 선진국까지 오르는 과정에 국제사회 원조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겪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세계 최초 사례인 만큼 현재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영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은 “선진국 그룹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인 대외원조와 관련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지원받는 개도국 사정 보다 우리의 작은 단기적 이익을 더 중시하지는 않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한국은 한때 원조받던 나라였기 때문에 우리의 원조는 다른 선진국과는 차별적인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의 대외원조가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중시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오 소장은 덧붙여 “이를 통해 한국이 얻게 될 국제적 위상과 평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선진 한국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 아젠다 내놓고 주도할 수 있어야

후진국에 대한 원조가 선진국의 의무라면 세계 발전에 필요한 정치·경제·사회·문화 관련 ‘아젠다(agenda·의제)’를 제시하는 것은 선진국으로서 역할이란 의견도 있다. 의제 설정은 결국 선진국 내에서도 주도권을 쥘 방법인 만큼 깊은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주도하고 유럽이 디지털세를 밀어붙이며 해당 의제를 주도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강점인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세계 기후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아볼 수 있고, 디지털과 노동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 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무역과 환경, 노동과 같은 신통상 이슈를 선점하고 새로운 국제규범 정립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창의적인 정책 개발과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며 “정책 디자인 단계부터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기능을 포함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의 틀과 국제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올해 세계 경제 향방을 좌우할 7대 이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용화 ▲바이드노믹스 본격화 ▲중국의 성장전략 전환 ▲글로벌 패권 경쟁 상시화 ▲유럽 내 불균형 및 정치갈등 심화 가능성 ▲글로벌 경기회복 불균형 ▲기후변화 관련 국제적 대응 노력 강화를 꼽았다.


한국은행은 이번 분석이 선진국으로서 역할 확대 방향성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갈등이 심화하고 경제 불균등이 깊어지는 상황이 우리에겐 세계 무대에서 역할을 확대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기후, 탄소 중립 등의 의제와 함께 ‘지속가능성’과 ‘공동의 미래’를 위한 고민에서 앞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초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1월 발간한 ‘2021년 다보스 아젠다 위크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화, 디지털화 및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혁신적인 대응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며 “고용과 사회 안전망 확충, 미래 고용시장 변화에 대한 사전대비 등 다각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문제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영향력 확대를 통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제고와 선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국제 평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후 변화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의지를 적극 표명해야 한다”과 덧붙였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 2015년 미국 달러화와 EU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에 이어 5번째로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했다. ⓒ뉴시스

원화 국제화 통해 기축통화 만들 필요

전문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의제를 주도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손꼽는 것이 있다. 바로 원화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원화의 위상 강화는 실물 경제와 직결하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이끄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무역 시장은 기축통화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기축통화는 세계 무역에서 통용되는 기본 화폐를 말한다. 미국 달러와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중국 위안 등이다.


기축통화 장점은 대외정책 수립이 쉽고 환차손 위험이 적다는 점이다. 기축통화국 기업들은 해외 무역에서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그만큼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기축통화의 매력은 외환 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는 파산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과장된 표현이더라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아픔이 있는 우리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요소다.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는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최대 기축 통화인 달러 경우 금리가 오르내릴 때마다 세계 각국의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고 자금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축통화 조건으로 국제 거래에서 자유롭게 이용하고 교환할 수 있는 호환성을 꼽는다. 통화 가치가 보장되는 안정성도 필요하다. 모든 국제 거래를 충족시킬 정도의 통화 공급량도 조건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통화 발행국의 선진화된 금융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발행국의 경제력과 무역 규모, 외교력 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원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지난 2015년 IMF는 우리나라 원화가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자체 보고서를 통해 IMF 기준을 충족하는 통화들이 있다고 밝혔다. 원화를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무역 규모를 기준으로 할 때 원화가 1순위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먼저 원화의 국제화를주문한다. 2000년대 초 정책당국과 학자들 사이 원화 국제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진정 선진국이라면 해외 자본의 유출입에 경제가 휘둘리지 않아야 하며 원화 국제화가 선진국으로 가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늦었지만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한국의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과정에 대한 예측이 제한적인 이유는 원화가 충분히 국제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원화를 국제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훈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는 “원화 국제화 추진을 위해 검토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달러와 유로, 엔 등 주요 국제통화들에 대한 신인이 다소 낮아진 때가 비 국제 교환성 통화들의 국제화 추진에 적기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제는 리더④] 전문가가 말하는 선진 대한민국 미래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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