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비싸 못사겠고..'영끌' 20~30대 빌라 단독주택 몰려간다
군포·관악·강서 중저가 중심
지난주보다 가격 0.37% 올라
9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
수도권 아파트값이 9년 만에 최고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과 집값 단기 급등 부담감에 잠시 주춤했던 매수세가 다시 거세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작년 '8·4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데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수급 불균형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 주춤했던 분위기가 매수 분위기로 반전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주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37% 올라 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6월 셋째주 0.35% 상승하며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한 바 있는데 7월 0.36% 오르며 한 달 만에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8월 들어 다시 한번 최고 폭으로 껑충 뛰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01주 연속 오르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GTX, 3기 신도시 등 교통·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중저가 단지와 재건축 단지에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기도 군포시에서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금정동의 '주공2단지'로 10건이 거래됐다.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역세권 대단지인 이곳의 전용면적 51㎡는 6월까지만 해도 4억원대에 거래됐지만, 7월 5억원에 손바뀜되더니 현재 호가는 5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인근 '율곡주공3단지'도 7월에만 10건 매매됐다. 이를 반영하듯 군포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번주에만 0.85% 뛰었다. GTX-C 인덕원역 정차 기대감이 있는 안양 동안구(0.76%) 아파트값도 꾸준히 오르고,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단지가 많은 안성시 아파트값 역시 0.84%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0.18% 오른 데 이어 이번주 0.20% 상승해 2018년 9월(0.26%)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시장에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막차'를 타려는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7월부터 무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한도가 확대되자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유입된 점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30대 신혼부부는 "집값이 하염없이 오르는 것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 며칠 전 생애 첫 주택 매매계약서를 썼다"며 "6억원대 아파트를 사느라 대출이 많은 '영끌'이 됐지만 속은 후련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저가 단지가 많은 관악구(0.24%)와 강서구(0.22%) 모두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 부족과 전세난 등이 단기간 해결되지 않을 분위기에 전세 시장마저 불안해져 매수밖에 답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2차 매수세가 최근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전세와 매매는 서로 연동돼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매매가격이 뛰면 전세가격도 같이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세금 중과 유예 등을 통해 당장 집을 내놓을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세 시장은 재건축 이주 수요에 방학 이사철 수요까지 겹쳐 불안한 조짐이다. 수도권 전셋값은 전주와 동일하게 6년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0.28%)을 기록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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