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패싱' 논란 악화일로..李·尹 신경전 이어져

최현욱 2021. 8. 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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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주관 행사 연달아 불참 논란
尹 측 "주인공은 지도부 아닌 후보"
李 "모든 후보 공정이 올바른 경선"
확전 우려 목소리.."함께하는 경선 돼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가 출발도 하기 전에 유력 주자들의 '지도부 패싱' 논란이 불거지며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유력 주자 측 사이에 거친 설전이 오가며 '원팀 경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른바 '지도부 패싱' 논란은 전날과 지난 4일 이준석 대표와 당 경선준비위원회과 주도해 개최한 당내 대선 주자 참석 행사에 윤석열·최재형·홍준표 후보 등이 연달아 불참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불참 후보들 모두 개인 휴가 및 사전에 계획된 일정을 불참 사유로 꺼내들었지만 경쟁 관계인 다른 주자들로부터 "우리는 시간이 남아서 참석하는가"라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후보 측과 이준석 대표는 공개적으로 설전을 이어가며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모양새다. 이를 우려하는 당 안팎의 기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가 중심에 서야 된다며 남들이 9월 말 경선 출발론을 이야기할 때 혼자 8월 출발론을 이야기하며 경선 일정을 당겨 후보들이 빨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적반하장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 캠프 측 인사들이 복수의 언론을 통해 익명으로 "샐러드 볼 만든다더니 후보를 녹즙기에 갈아 마시려 한다", "제왕적 갑질 대표"등의 비판을 전한 것에 맞대응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정작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면 '대표는 후보 안 띄우고 뭐하냐' 할 분들이 지금와서는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보인다' 이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후보들이 중심이 되려면 이회창 총재가 실패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지요. 이회창 총재 중심으로 선거 치르던게 '후보 중심 선거'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것이 후보중심 선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잇따른 당 행사 불참을 겨냥해 "누군가가 그냥 전당대회 때처럼 고민해서 메시지 내고 공약 내면서 달려나가면 그게 후보에게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공약 없고, 정책 없고, 메시지 없는게 3無 선거가 아닌 것"이라며 "전당대회때 룰 관련해서 이야기 한마디도 안하고, 당에서 오라는 이벤트 하나도 안빠지고 다 가고 해도 선거 치르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의 입당식이 진행된 지난 2일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15분간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윤 전 총장 측이 장성민 전 의원과 같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알려와 일정을 배려해줬다. 장 전 의원 측이 가장 기분이 나빠야 될 상황"이라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해 이 대표와 함께 회의장 배경막에 있는 '로딩중' 그래프에 배터리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 전 총장 측도 가만 있지 않았다. 당내 대표적 친윤계인 정진석 의원은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못 자란다"며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의 주인공은 후보들이다. 당 지도부가 아닌 것"이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당 지도부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 후보들은 푸른 등을 반짝이며 바다를 헤엄치는 고등어처럼 싱싱하게 삶의 현장으로 뛰어야 할 때"라며 "대선 후보들을 죽 늘어세워 놓고 함께 서 있는 모습, 3040 후배들이 내게 보내온 메시지는 '잔칫상에 몇 번 오르내린 잡채를 먹는 느낌', '구리다' 등 냉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멸치·고등어·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 자기가 잘 클 수 있는 곳에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고,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의정생활 하면서 이런 광경을 본 기억이 없는데, 후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역할"이라 말했다.


이준석 대표가 주관하는 대선주자들의 행사에 실효성이 없음을 주장하며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는 그림이 옳지 못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 이 대표는 정 의원의 발언에 즉각 메시지를 내고 "저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한다"며 "돌고래가 다쳤을 때 때린 사람 혼내주고 약 발라주는 것도 제 역할이고 멸치가 밖에 나가서 맞고 와도 혼내 줄 것"이라 반박했다.


한편 거세지는 신경전에 '원팀 경선'을 위해 양 측 모두 확전을 자제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박진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이 마련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대선 후보이기 전에 당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다. 당원의 의무는 다하지 않은 채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각자의 사정은 있겠지만 국민의힘을 대표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우리 스스로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진흙탕 경선처럼 '분열하는 경선'이 아니라 깨끗하게 경쟁하는 '함께하는 경선'이 돼야 하는 것"이라 말했다.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도 더 이상의 확전은 불필요하다는 입장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신지호 윤석열 캠프 정무특보는 이날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대선 후보와 당 대표의 관계기 때문에 긴밀한 협력과 서로 보완재 역할을 해야 한다"며 "후보 단독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고, 젊고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이준석 대표와 쌍끌이 전략으로 가야된다는 컨셉을 캠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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