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탄소중립案 하려면 약 1800조원 필요.. 전기요금 수 배 오를듯

송기영 기자 2021. 8.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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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에 쓸 수 있는 기술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정부는 비용 얼마 드는지, 전기료 얼마 오르는지 침묵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놓고 에너지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시나리오의 현실성이 없을 뿐더러 추진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나리오 별 소요되는 예산이나 비용에 대한 설명이 빠져 ‘함량 미달의 로드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원자력발전 없이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결국 탈원전을 시나리오에 포함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 초기 단계 기술로 탄소중립 달성하겠다는 정부

산업계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주요 감축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등의 기술이 정부가 원하는 시기에 상용화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환원철을 만든 후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최근 포스코(POSCO(005490))가 개발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이론적으로 완성됐지만, 전 세계 어느 기업도 상용화하지 못했다. 포스코도 시제품을 향후 10~20년 내에 선보이고 상용화는 2050년으로 잡았다. 그런데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이 기술을 2023년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보다 먼저 기술 개발에 나선 미국, 유럽, 일본도 시험단계를 거쳐 오는 2040년쯤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CUS 모형./UNECE 홈페이지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앞선 선진국도 204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데 이제 개발 초기 단계인 한국 기업이 무슨 수로 2023년에 상용화하겠냐”며 “2011년 포스코를 중심으로 이 기술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국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을 중단했다. 예산을 삭감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빨리 기술을 개발하라고 부담을 주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로 소개한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기술 역시 상용화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CCUS는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해 이를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도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CCUS 기술로 최대 6000만톤(t)의 탄소 절감 효과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CCUS 기술력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80 수준이다. 유럽연합(95), 일본(90)은 물론 중국(82.5)에도 뒤쳐져 있다. 한국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도 2023년까지 상업적 규모의 CCUS 기술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용화는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포집한 탄소를 화학적·생물학적 전환을 통해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은 이제 막 실증 단계에 접어 들었다.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CCUS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지만 아직은 가보지 않은 길로 작은 규모의 저장 경험은 있으나 상업적 저장은 여전히 도전적인 기술”이라고 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29%에서 6∼7%로 낮추는 대신, 태양광과 풍력을 최대 71%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목표치의 경우 서울시 면적의 10배 이상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가능한데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풍력 발전 비중 역시 정부가 8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를 기준으로 발전량을 계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8㎿급 풍력 발전기가 아직 개발되지 못해 3~5㎿급이 주로 사용된다. 두산중공업(034020)이 최근에서야 8㎿급 개발에 나섰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탄소중립 실현 방향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하고 대국민 의견수립을 진행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탄소중립에 얼마 필요한지 모르는 정부... 천문학적 비용 누가 대나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가장 핵심인 비용 문제가 빠졌다고 비판한다. 탄소중립위는 시나리오별 소요 비용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30년 후 미래 시점의 비용을 현재 시각으로 추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탄소중립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숨겨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은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비현실적인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다 비용과 전기요금 등에 대한 분석조차 없다”며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전력공급시스템은 이론적, 계산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으나 상시적인 전력수급 불안과 막대한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연간 41조~96조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재생에너지전환 정책이 지속한다면 2050년 총발전 비용이 현재보다 약 100조원 증가하고 전기요금은 100% 이상 오른다고 전망했다. 시나리오 별로 차이는 있지만 2019년 50조7000억원 수준인 국내 총 발전비용은 2050년 최소 94조7000억원에서 최대 147조1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의 분석에 따르면 2050년 원전 발전비중을 13%로 낮추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발전설비 투자에만 약 1400조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여기에 태양광·풍력의 전력 생산 불안정 문제로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비용만 최소 300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 전 본부장은 “연간 발전비용도 2019년 51조원에서 2050년 166조원으로 크게 늘어나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최소 3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현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탄소중립으로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계는 탄소중립을 포함한 친환경 경영에 약 68조5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수소환원제철이나 CCUS 등을 강제할 경우 고로 매몰 비용까지 포함해 최소 10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와 비슷한 에너지 구조를 가진 일본의 경우 원전 비중을 늘리는 데도 탄소중립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정부가 비용을 누가 내는지도 밝히지 않고 탄소중립 목표만 발표하면 누가 믿고 따르겠느냐”라고 했다.

◇ 원전 없이 탄소중립 불가능하다는 목소리에는 묵묵부답

3개의 시나리오에서는 2018년 기준 23.4%인 원전의 비중이 6.1~7.2%로 대폭 축소된다. 그동안 에너지 업계와 전문가들은 꾸준히 원전 없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부에 건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닫고 임기 말까지 탈원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원전과 LNG 발전을 이렇게 줄여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고 탄소중립위에 건의했으나 시민단체와 친여 성향의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며 “이럴 거면 업계 의견은 왜 청취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탄소중립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전력수요는 지난 2018년 대비 2.28~2.37배 정도 늘어난 1200~1247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위는 이렇게 늘어난 수요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769.3TWh)와 연료전지(121.4TWh), 수소터빈·암모니아 발전(132.0~149.7TWh)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신재생 발전 등으로 연 1000TWh의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이는 미국 연간 재생에너지 발전량(2019년 기준 연 727TWh) 보다 많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국 기후 특성상 신재생에너지로 연 1000TWh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해도 에너지 손실이 많고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까지 가져가는 것은 상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를 야기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수소를 대안으로 제시하는데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수소로 변환했다가 다시 전기로 전환하면 50% 가량의 전력 손실이 난다”며 “ESS의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 역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해 효율적이지 않다. 1259.4TWh라는 전력 량도 이런 전력 손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했다.

탄소중립위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국내 원전은 신고리 2~6기와 신월성 1·2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9기만 남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시나리오가 철저히 탈원전을 토대로 만들어진 허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탈원전을 기본으로 전력량을 끼어 맞추다 보니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시나리오인데 이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상한 시나리오가 됐다”며 “탈원전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탄소중립은 해야 하니 결국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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