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이름 안 대던 202경비단 달라졌네요" [청와대 앞 사람들]
경비단, 소속·이름 먼저 밝혀..1인시위자들 "경찰 달라졌다"
지도부 현장점검 모습도 포착..경비단장 "전체교육하고 점검"
지난 6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문재인 대통령 입장 표명 촉구' 릴레이1인시위를 하던 국민의당 소속 50대 남성은 청와대 앞을 지키는 서울경찰청 202경비단의 업무 태도를 묻는 질문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본지는 지난달 31일 '청와대 앞 사람들' 코너를 통해 202경비단이 청와대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본인의 신분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불심검문을 하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위반하는 행태를 보도했습니다. 해당 법은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할 경우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이나 동행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202경비단은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다수 목격됐습니다.
해당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202경비단 핵심 관계자는 잘못을 인정하며 "전체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과연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 202경비단의 행태는 개선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지난 5~6일 기자는 청와대 앞 분수대를 다시 찾았습니다.
보도 직후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202경비단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위반하는 태도에는 개선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자가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건너편을 지날 때 지난 5일에는 202경비단이 별도의 질문을 하지 않았고 6일에는 먼저 소속과 신분을 밝히고 기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6일 202경비단 소속 A경위는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며 "안녕하세요, A경위입니다"라고 소개한 후 "1인시위하려 오셨느냐"고 물었습니다. 본인 소개 없이 대뜸 "어디로 가시죠, 광장에 가시나요?"라고 묻던 지난달 말과는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1인시위자들도 202경비단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는 해당 고객센터 노조원 B씨는 "(202경비단의 문제가)예전보다는 나아진것 같다. 처음에는 (시민들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장기간 1인시위를 해온 C씨도 "202경비단은 4개조가 있는데 그중 특정 한개조가 유독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이) 심했다. 그런데 이번주는 그 문제의 조도 무난하게 넘어갔다"며 "(매경의 보도)혜택을 보는 것 같다. 고맙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본지의 지적에 대해 "차라리 잘 됐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보도 직후 "터질 게 터진 거다"라며 연락해 왔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202경비단이 소속·이름을 밝히지 않고 시민들에게 불심검문을 한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종종 문제제기 돼 왔다"며 "그럼에도 그동안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2경비단 내 1~4경비대 중 특정 경비대 근무 때 특히 문제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현장에서 만난 1인시위자의 발언도 뒷받침해줬습니다.
물론 본지 보도 후 202경비단이 진짜 개선이 된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입니다. 일반적인 행정 조직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 직후에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만, 그것이 지속성이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적어도 '청와대 앞 사람들' 연재 중에는 기자도 이 점을 꾸준히 감시하겠습니다.
그래도 당장의 202경비단의 태도 변화 노력은 진정성이 있어 보입니다. 지난 6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시위자를 취재하던 중 202경비단 지도부의 현장 점검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손동영 202경비단장은 통화에서 " 조금이라도 국민들이나 공권력에 대한 것들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통제 부분에 있어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원칙이 준수하는게 맞다고 교육을 했다"며 "(단원들이)현장에서 신분증을 안 차는 경우도 없도록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윤식 기자]
※서울 종로구 효자동 139,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매일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습니다. 집회금지구역인 이곳에서 피켓을 하나씩 들고 청와대를 향해 '1인시위'를 합니다. 종종 노숙농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매주 토요일, 청와대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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