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불간섭 주장해오던 中 "한미연합훈련 반대" 대놓고 내정간섭
"내정불간섭은 마법의 무기" 발언 직후 한국에 내정 간섭
美 "중국 핵무기 개발 세계 위협" 北과 싸잡아 세계 평화 위협 지적
◆“한미군사훈련 반대”… 내정 간섭한 중국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현재의 형세하에서 건설성을 결여한 것”이라며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 측과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조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간 군사 훈련은 엄연히 내정임에도 중국이 간섭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인권 탄압 공세 등을 하면 금과옥조처럼 “내정불간섭”을 꺼내 들어 참견하지 말 것을 강조해왔다. 이날 회의에서도 중국의 ‘금과옥조’인 내정불간섭 원칙을 밝혔다. 그러면서 모순된 행동을 취한 셈이다.
왕 부장은 또 북한이 지난 수년간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했다면서 “(한반도)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안보리 대북제재의 가역 조항을 조속히 활성화해 대북제재를 완화함으로써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 수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역 조항이란 일단 대북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한 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조치가 있을 때 다시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주장하자 미국은 중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중국이 핵무기를 급속도로 늘리려 한다는 우려를 표명해 핵무기 개발에 앞장서는 북한과 중국이 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호전적인 국가란 것을 강조한 셈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장관은 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 핵무기의 급속한 발전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남중국해, 대만, 첨단기술 등을 놓고 중국과 전방위로 대립각을 세웠지만, 국제회의에서 핵무기까지 우려를 표명했다는 식으로 국무부가 소개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과학자연맹(FAS) 소속 핵무기 전문가들의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중국의 신장 하미 인근에서 지난 3월부터 핵미사일 격납고 건설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발견된 것까지 포함해 중국이 건설 중인 핵미사일 격납고의 수는 230개에 달한다. 현재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격납고가 20개 안팎임을 고려하면 10배 이상을 새로 건설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300개 정도로 추정하지만, 플루토늄 보유량으로만 본다면 1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제조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러시아와 핵 군축 협상을 진행할 경우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중국은 핵무기 보유 수가 미국, 러시아보다 훨씬 적다는 이유로 핵 군축 협상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군비경쟁 억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 착수라는 지난 6월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핵 군축 협상을 진행 중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남중국해, 인권을 고리로 한 중국 견제 기조도 이어갔다.
그는 중국이 국제 해양법상 의무를 준수하고 남중국해에서 도발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티베트, 홍콩, 신장에서 계속되는 인권 학대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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