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체험 '고독한 미식가' "맛있는 음식에는 국경 없어요" [특파원+]
"삼겹살 여러 가지 맛 섞여..뒷맛 일품 정화되는 느낌
한국 독특의 아이디어 영화 등 다른 분야에서도 자극
한·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내일이라도 韓가고 싶어"
"일반 가정에도 식가위 있나" 한국 식문화 관한 질문도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주최한 삼겹살 체험에 참여한 ‘고독한 미식가’가 말했다.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TV 드라마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인기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松重豊)씨가 6일 일본 도쿄의 한국문화원 4층 하늘정원에서 한국식 삼겹살 구이를 즐기며 온라인 방송을 했다. 드라마에서 마쓰시게씨가 연기하는 이노가시라 고로(井之頭五郞)는 업무차 여러 지역을 다니는 바쁜 일상 속에서 맛있는 한 끼를 통해 위로와 행복을 찾는 인물이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한국관광 여름축제 2021 일환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사전 응모에 당첨된 일본인 1020명이 참여했다.
◆삼겹살 구이 첫 경험…정화의 맛
“깻잎을 (잡고)…깻잎이 크네요. 상추를 2장 올리나요? 고기는 한 점? 초밥을 간장에 찍듯이 참기름을 찍고. 아! 마늘도 올리고…그리고 쌈장. 이러면 됐나요? 자 그럼 먹어보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마쓰시게씨가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이 시범을 보인대로 삼겹살 쌈을 하나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한다.
“음…여러 가지 맛이 섞여 있어서 코멘트하기도…(어렵네요). 처음에는 깻잎 특유의 향이 나오고, 고기 맛이 더해지고, 마늘, 쌈장 맛이 더해지고. 베이스로 참기름이 있네요. 뒷맛(後味)이 좋네요. 역시 모든 것을 정화하는 느낌입니다.”
여름에는 고기를 챙겨 먹으며 돼지고기를 좋아하지만 한국식 삼겹살 구이는 거의 처음이라고 했다. ‘껍질·지방·육질이라는 세겹의 의미가 있다’는 사회자 설명엔 “아 껍질까지 들어가느냐”며 놀라워했다.
고기는 굽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너무 구워도 안 되고, 너무 안 구워도 안 된다”고 말한 뒤 고기를 굽던 한국인 스태프가 감각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삼겹살 구이를 체험하는 도중에도 정 지사장에게 “가정에서도 (식)가위로 잘라 먹나”, “일반 가정에 이런 야채 세트가 있나” 등 한국 식문화에 관해 관심을 나타냈다.
2018년(시즌 7의 서울·전주)과 2019년(연말 스페셜 부산) 한국 출장 편 촬영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서울편에서) 돼지갈비, 그것도 돼지고기가 메인이었는데 맛있었다”면서 “고기를 먹기 전에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오는 식문화가 처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배불러 전부 먹는 것이 어려웠던 한국 요리”라고 했다.
‘고독한 미식가’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배경에 대해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는 국경이 없다. 누구든지 맛난 음식을 먹으면 맛있다고 생각하는 감각은 세계 공통”이라고 했다.
한국의 음식의 특징과 인기 이유에 관해서는 “마늘이나 고추라든지 우리(일본)가 경험하지 못한, 일본 요리에는 없는 재료로 요리가 되는 힌트를 본다. 정말 가깝고 가까운 나라이지만 (한국 음식에는) 아주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식 외에도 영화라든지 (한국이) 일본에 앞서가는 것에서 자극을 받는다”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그런 것을 생각할 기회가 된다”고 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노란 색깔의 탐스러운 참외가 화제에 올랐다. 한국농협인터내셔널이 디저트용으로 준비한 참외다. 마쓰시게씨는 참외를 보자 “어렸을 때 먹었다. 멜론 가격이 싸지면서 멜론을 먹기 시작했다”며 추억에 잠겼다. 일본에서는 멜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참외를 재배하지 않아 참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행사가 시작하자 온라인으로 참가한 일본인들에게서도 “노란 것은 무엇이냐”, “호박이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행사 중 사회자가 “한국 여름 과일을 소개하겠다. 이것은 한국어로 ‘참외’라고 한다”라고 소개하자 마쓰시게씨는 “식문화를 말하자면 내가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 출신인데 정말로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면서 참외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멜론을 살 수 없으니까 마쿠와우리(참외의 일본식 표현)를 먹었다. 독특한 향이 나는 그리운 과일”이라면서 한 조각 씹고서는 “이거다, 이거다, 부드러운 단맛”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인기 있나”고 물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왕래가 쉽지 않은 요즘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진한 참기름 향미(香味)와 콩가루 빙수의 맛, 그리고 가수 성시경씨의 친절함으로 남아있다.
삼겹살 체험 도중에도 “참기름을 엄청 좋아한다”고 말한 그는 전주 시장에서 샀던 참기름 이야기했다. “지금은 (전주에서 사 온 참기름이) 다 떨어졌지만 정말 향이 좋고 맛이 좋았다”면서 “전주에 갈 기회가 있으면 (참기름을 사러) 꼭 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다시 가면 먹고 싶은 음식으로는 부산에서 먹었다는 콩가루 빙수를 꼽았다. “디저트로 빙수에 엄청난 양의 콩가루를 뿌려 먹었는데 겨울인데도 정말 맛있었다. 아저씨도 놀란 맛이었다”며 도쿄의 분점이 없어져 일본에서는 맛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방문에서 가장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 성시경씨다. 가수 성시경씨는 ‘고독한 미식가’ 시즌 7의 9편(전주), 10편(서울)에서 거래처 사장 역으로 출연했다. 유창한 일본어로 NHK 교육TV의 한글강좌를 맡기도 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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