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슨 일이"..용인 임대 아파트 4억 웃돈..규제 사각지대 임차권 암시장
거래신고·양도세·취득세 없고
다주택자도 거래 쉬워 증여수단
수도권 민간임대 억대 웃돈
지방도 수천만원대 '껑충'
8~10년 뒤 분양 전환을 약속하고 공급되는 민간임대주택의 임차권 거래 시장이 활황세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 웃돈이 붙어 손바뀜이 활발하다. 강도 높은 분양권 규제에 다주택자들이 당국 눈을 피해 분양 전환 임대주택을 절세와 증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A민간임대아파트에는 임차권에 수억 원대 웃돈이 붙어 있다. 이 단지는 6억500만원(전용면적 84㎡ 기준)을 임대 보증금으로 걸고 8년 뒤 8억5700만원에 분양 전환한다. 입주 전 2회까지 명의 변경이 가능하고 입주 후에는 명의 변경에 제한이 없다. 이곳은 최근 몇 달 새 웃돈이 1억원 넘게 뛰었다.
한 공인중개업소는 "인근 신축 아파트 단지 매매값이 15억원을 훌쩍 넘기니 임차권에 붙은 웃돈도 오른다"며 "최근 웃돈만 4억~5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근 신축 단지인 광교 더샵과 광교 아이파크 등은 전용면적 84㎡ 기준 매매 호가가 16억원에 달한다. A단지의 분양 전환 가격보다 2배 이상 높다. 웃돈을 얹어 임차권을 확보해도 향후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6월 입주자 모집을 마친 충남 오송 B단지도 수천만 원대 웃돈이 붙었다. 이 단지는 분양 전환 시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고, 임차인에게 우선거주권이 없다고 명시했음에도 임차권 거래가 활발하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급매로 나온 로열층 웃돈만 6500만원이고, 보통 호가가 1억원에 달한다"며 "8년 산 세입자를 갑자기 쫓아낼 수도 없고, 시행사도 향후 분양가를 거주자에게 먼저 안내한다고 약속하니 우선거주권에 큰 변수가 없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충남 당진에서 지난해 10월 분양한 C단지도 웃돈이 약 2000만원 붙어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민간임대주택 임차권 거래는 부동산 당국이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권과 달리 임차권 거래 땐 별도 신고가 필요 없다. 사업시행자가 임대차계약 명의를 변경해주면 된다. 청약 자격도 까다롭지 않다. 거래 신고가 필요 없어 취득세와 양도세, 보유세도 물지 않는다. 올해부터 취득한 분양권이 주택 수에 포함돼 최고 세율 75%에 달하는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차권 거래는 '암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에 청약해 당첨되거나 전매를 통해 임차권을 취득한 뒤 웃돈을 붙여 차익을 실현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해도 과세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부 민간임대주택 임차권 거래가 증여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돼 웃돈이 치솟고 있다"며 "이런 시장은 부동산·조세 당국이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규제 회피 수요와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 실수요자들 지원이 겹치면서 지난 5월 말 청약한 10년 민간임대아파트 안중역 지엔하임스테이는 평균 경쟁률 286대1, 3월 청약한 신아산 모아엘가 비스타2차는 평균 경쟁률 187대1을 기록했다.
건설사업자들에게도 규제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경기도 용인 옛 롯데마트 수지점 땅에는 사업시행자가 최근 민간분양에서 민간임대로 사업 방식을 변경해 10년 거주 민간임대아파트 715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민간임대로 사업계획 제출 시 인허가 과정에서 고분양가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민간임대주택의 당초 취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당초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였지만 현재 수분양자에게는 양도세와 취득세를 회피하며 시세차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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