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장착 '의식주 스타트업' 급증

이용익,우수민,임영신 2021. 8. 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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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요리·부동산분야 진격
올해 국내 투자 1조 넘을 듯

◆ 삶을 바꾸는 라이프테크 ① ◆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앞세워 '의·식·주' 혁신에 나선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신생 스타트업 제품이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해 전량 판매 행진을 벌일 정도로 급성장한 사례가 늘자 대기업 러브콜도 쏟아지는 모습이다.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일상을 '언택트'로 바꿔놓고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초 출생)가 소비 주체로 급부상하면서 이른바 '라이프 테크' 스타트업이 업계 게임체인저로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다.

8일 비영리 민관 협력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의식주 분야에서 투자를 유치한 국내 '라이프 테크' 스타트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129개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동안 투자를 받은 라이프 테크 스타트업이 총 159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투자금액도 올해 상반기 7322억원으로 이미 작년(5789억원) 규모를 추월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라이프 테크에 몰리는 투자금은 1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CJ, 롯데, 신세계, 농심 등 대기업이 이들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업에 나섰다. 패션업계에선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급성장하자 삼성물산이나 롯데, 신세계인터내셔날, 현대백화점과 같은 기존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 손을 내밀 정도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용익 기자 / 우수민 기자]

AI가 원피스 디자인하고…유행하는 굽높이 맞춰 신발공장에 주문

衣생활을 바꾼다…'머리부터 발끝까지' AI 활약

내 체형 학습해 원피스 디자인
유행하는 굽높이로 신발 주문
1초만에 10만개 시안 만들어

안경·신발도 AI로 맞춤 제작
생산기간 90%·원가 50% 절감

이미지로 쇼핑 MZ세대 주도
대기업들, AI스타트업 손잡아
직장인 이 모씨(28)는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인 '김민정 오피스룩'을 캡처해 패션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려봤다. 곧바로 사진 속 원피스와 이씨 체형에 맞는 비슷한 상품 여러 개를 추천받았다. 다른 앱에서는 원피스에 어울리는 반팔 재킷과 귀걸이까지 추천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비추자 귀걸이를 착용한 모습이 나타났다. 헤어스타일도 가상으로 바꿔봤다. 이처럼 사진·이미지를 활용한 모바일 쇼핑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자리 잡고 있다.

패션은 그동안 AI와 거리가 먼 분야로 꼽혔다. 주관적인 개인 취향이 중요한 데다 AI가 패션업계 특유의 변화무쌍한 사진·이미지 데이터를 다루는 게 쉽지 않아서 오프라인 힘이 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첨단기술이 이를 하나둘씩 극복해내면서 되레 전통 패션회사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태세다. AI와 클라우드가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분석하면서 패션 분야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에 첨단기술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패션업체들이 최근 급성장하는 이들 스타트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패션 스타트업 옴니어스는 AI로 소비자가 원하는 옷의 속성을 빠르게 찾아내고 이에 꼭 맞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AI는 사진 속 의류와 가방, 신발, 안경, 주얼리 등 각 아이템에 디지털 태그(tag·꼬리표)를 달고 속성(세부 특징) 정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AI가 기장부터 목라인, 소재, 스타일, 색상, 소매 길이, 무늬(프린트), 단추, 주머니까지 최대 15개 속성을 0.5초 만에 보여준다. AI가 뽑아내는 속성만 1000여 개에 달한다. 소매가 7부인지 롤업인지, 목걸이 펜던트에 밀리미터 단위 로고가 새겨져 있는지와 같은 디테일까지 정확하게 구분할 정도로 똑똑해졌다. AI가 이미지 2500만장 이상을 학습한 결과다.

전재영 옴니어스 대표가 인공지능(AI) 기반의 패션 아이템 태거 및 속성 자동 생성 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쇼핑 검색·추천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전재영 옴니어스 대표는 "AI 기반 태거(태그를 다는 기술)를 활용하면 판매자는 옷의 속성을 입력하는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고 사용자도 사진을 올려 원하는 옷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를 토대로 개인 기호가 데이터로 축적되기 때문에 AI가 여러 가지 아이템을 매치할 때 풍기는 청순함·시크함 등 무드를 학습하면 개개인 패션을 골라주는 'AI 스타일리스트'가 가능하다. 전 대표는 "초개인화 추천이 이뤄질 수 있다"며 "패션에서 AI는 산소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도 AI 기반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치마를 검색하면 해당 치마와 어울리는 블라우스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사용자와 비슷한 취향을 지닌 다른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교차 추천해주는 구조여서 데이터가 쌓일수록 추천이 정교해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남성 패션에도 AI를 도입하는 추세다. LG전자와 퓨처플레이가 공동 기획한 사외벤처 프로젝트 EDWO는 체형과 취향을 입력하면 코디를 도와준다.

AI 디자이너도 등장하고 있다. 패션 스타트업 디자이노블은 의류 판매량과 세부 설명, 이미지를 동시에 학습하는 AI를 개발했다. 검색창에 '파란색 작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력하면 AI가 조건에 맞는 원피스를 새롭게 디자인해서 1초 만에 샘플 10만개를 쏟아낸다. 라인부터 무늬까지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 시장에 바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니트, 블라우스, 티셔츠, 아우터, 팬츠에도 적용된다. 디자이너는 AI 디자이너가 만든 수많은 샘플 중 몇 가지를 골라 보완 작업을 거쳐 상품을 완성할 수 있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가 인공지능(AI)이 올 가을 유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디자인한 '트위드셋업'을 소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AI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품 판매량과 적정 생산량, 가격도 추정한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는 "패션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MD)가 시장 트렌드 조사와 디자인 시안 만들기 등 몇날 며칠 걸리는 작업을 AI가 몇 초만에 해낸다"며 "감에 의존하기 보다 데이터를 활용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AI 디자이너를 활용해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예쁜 옷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자이노블은 지난 3월 AI 디자이너의 영 캐주얼 브랜드 '레본디'를 론칭하고 이 옷을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신 대표는 "MZ세대가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가상세계 패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발에도 AI가 접목되고 있다. 패션 스타트업 크리스틴컴퍼니는 디자이너가 신제품 기획을 위해 국내외 트렌드를 일일이 탐색하던 과정을 AI로 대체했다. 신발 관련 포털·SNS 게시글 등 일주일에 데이터 약 1만건을 처리하는 덕분에 길게는 5개월에 달하던 작업 시간을 일주일 이내로 단축했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는 "AI가 요즘 인기 있는 굽높이나 색상, 자재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해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제조공정도 AI로 효율화했다. 신발산업은 120가지가 넘는 공정을 중개업자가 다른 공장에 나눠 넘기며 제작하는 방식이 고착화돼 있었다. 크리스틴컴퍼니는 부자재와 제조공장 180여 곳의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AI가 각 공정을 알아서 공장에 맡기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대표는 "생산기간은 90%, 제조원가는 50%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임영신 기자 / 이용익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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