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도 2040년이면 산업화 전보다 1.5도 상승"..당초 예상보다 10년 빨라

조승한 기자 2021. 8. 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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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6차 보고서 승인 "지구온난화 모두 인간 때문"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일대가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여파로 주황색 연무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년부터 2040년 사이 지구의 온도 평균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제시한 2030~2052년보다 10여년이나 앞당겨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높아졌고 해수면도 1901년보다 0.2m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의 대형 산불 등 극한 폭염으로 발생한 극한기후 발생 비율도 4.8배 늘어났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모두 인간의 영향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제54차 총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IPCC는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협의체다. 과학자들이 전 세계 최신 기후변화 연구를 평가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는 보고서다. IPCC는 지금까지 총 5차례 평가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가장 최근인 2013년 발표한 5차 평가보고서(AR5)는 2015년 파리협정 체결의 중요한 근거로 쓰였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제1실무그룹 보고서다. IPCC 보고서는 제1실무그룹 보고서 외에도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 및 취약성을 담은 제2실무그룹 보고서, 기후변화 완화 방향을 담은 제3실무그룹 보고서를 낸다. 이를 종합해 평가하는 종합보고서도 발표한다.

이 보고서들은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 자료로 쓰인다.

IPCC는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담은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을 따로 발표한다. 현재의 기후상태와 가능한 미래 기후, 리스크 평가와 지역 적응을 위한 기후 정보, 미래 기후변화 억제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과거 170년간 전지구 지표면 온도 변화를 나타냈다 검은색이 산업화 이전 대비 관측된 지표 온도 변화, 갈색은 기후모델로 분석한 지표 온도 변화, 녹색은 자연적 인자만을 고려한 온도 변화다. 기상청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을 뜻하는 1850~1900년과 비교했을 때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전지구 지표면 온도는 1.09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보고서인 AR5에서 2003~2012년 0.78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한 것과 비교하면 8년 만에 0.31도 상승한 것이다.

전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년부터 2018년 사이 0.2m 상승한 것으로 계산됐다. 해수면 평균 상승 폭의 경우 1901년부터 1971년 사이는 매년 1.3mm 상승했지만, 2006년부터 2018년 사이는 매년 3.7mm 상승해 2.85배나 증가했다.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100만 분의 1), 메탄은 1866ppb(10억 분의 1), 아산화질소는 332ppb로 나타나 역대 최대 농도를 기록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소 200만 년 내 전례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왼쪽은 관측된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변화, 오른쪽은 요인별 온난화 기여도다. 오른쪽 두 번째가 온실가스에 따른 영향, 세번째가 에어로졸에 따른 영향이다. 세번쩨와 네번째는 자연의 영향이다. 이를 다 합한 것이 오른쪽 첫번째 온도변화로 관측치와 거의 같다. 기상청 제공

인간에 의한 전지구 지표면 온도 상승은 0.8~1.3으로 계산돼 관측된 기온 상승폭과 정확히 일치했다. 인간의 영향이 온전히 지구온난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1~2도 온난화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햇볕을 가려 지구 온도를 낮추는 에어로졸 같은 다른 인간의 영향은 지구를 0~0.8도 냉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새롭게 만든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SSP)로 미래 기후변화를 전망했다. SSP 시나리오는 2100년 기준 미래 기후변화 대비 수준에 따라 인구와 경제, 토지이용, 에너지사용 등 미래 사회경제상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적용한 시나리오다.

이번 보고서에서 새로 만든 공통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기상청 제공

2050년까지 지금의 2배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SSP5-8.5)와 2100년까지 현 수준의 2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나리오(SSP3-7.0),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배출량을 유지해 온실가스를 중간 정도 배출하는 시나리오(SSP2-4.5), 탄소중립을 2050년 이후에 도달하는 시나리오(SSP1-2.6), 탄소중립을 2050년 전에 도달하고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시나리오(SSP1-1.9)로 나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SSP1-1.9를 달성하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81년부터 2100년 사이 전지구 지표면 온도는 1~1.8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SSP5-8.5에서는 3.3~5.7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SSP1-1.9를 따르면 2100년 전지구 평균 해수면은 0.28~0.55m, SSP5-8.5는 0.63~1.01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화 이후부터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전지구 지표 온도의 변화다. 각 시나리오별로 추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따른 온도 변화를 표시했다. 기상청 제공

지구온난화로 이미 폭염과 같은 극한고온 현상의 빈도는 높아지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1도 높아진 현재는 50년 만에 한 번 발생하는 극한고온 빈도가 4.8배 늘어나고 극한고온의 온도는 1.2도 높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도 높아지면 극한고온 빈도는 8.6배, 극한고온의 온도는 2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보고서는 지역별 위기 정도 평가와 지역의 적응을 위한 기후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기후영향인자(CID)라는 개념도 도입해 발표했다. 평균기온과 극한기온 등 인간사회와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35개 인자로 구성됐다. 전 세계를 61개 표준 지역으로 나눠 CID 변화를 전망했다.

극한고온에 대한 산업화 이전 대비 온난화 수준에 따른 변화 빈도와 강도. 기상청 제공

미래 기후변화 억제 부문에서는 탄소중립을 통한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과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강력한 감축만이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85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390기가톤(Gt)으로 계산됐다. AR5에서 계산한 2011년까지 누적값인 1890Gt보다 20% 증가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미래 기후변화 억제 부문을 주도해 작성하고 SPM 작성도 주도한 이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의 핵심 의미로 4가지를 들었다. 우선 기후변화는 광범위하고 급속하며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과 20년 이내 1.5도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기후변화가 지구 모든 지역에 영향을 준다는 점,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빠른 온실가스 저감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만약 즉각적이고 급격하며 대규모 온실가스 저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2100년까지 1.5도 아래로 억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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