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운동가 집단" "독단적 갈등 유발자들".. '간첩 혐의' 4인 행적

이정원 2021. 8. 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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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조직 꾸려 노동·통일 분야 운동
"2004년부터 北에 포섭".. 당사자들은 부인
2010년대부터 선거 출마·정당 활동 나서기도
F-35A 도입 반대 운동하다가 민중당과 갈등도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청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들의 활동 이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북한 지령을 받고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충북동지회)'를 결성한 뒤 지역 정치권에 침투했다고 판단하는 반면, 당사자들은 "일반적인 노동운동 활동을 왜곡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조직 결성 후 가입한 민중당(현 진보당) 충북시도당에서 독단적 방식으로 활동하다가 지역 당원들과 수차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 노동운동단체 결성

한국일보가 입수한 구속영장을 보면 국정원과 경찰은 이들이 작성했다는 대북보고문을 근거로 2004년 A씨(구속)가, 2010년엔 B씨(불구속)가 각각 북한 문화교류국에 포섭됐다고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 다른 피의자 C씨(구속)와 D씨(구속)도 북한에 포섭됐지만 정확한 시기는 파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영장에 따르면 A씨는 1998년부터 충북에서 C씨, D씨와 함께 '새아침노동청년회'라는 노동자 연대 조직을 결성해 활동했고, 2001년 안경제조업체 노조위원장으로 일하던 B씨를 조직원으로 영입했다. 이들 4명은 노동자나눔치유 협동조합(현 D&H 협동조합)을 설립해 임원직을 나눠 맡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노동·시민사회계에서 이름이 꽤 알려졌다. A씨는 한국타이어 해고노동자 운동을 주도한 인사이고, D씨는 DMZ평화인간띠운동 충북본부 조직위원장을 맡는 등 통일운동 관련 정책 연대를 정치권에 꾸준히 요청해왔다. B씨는 청주 지역 기반의 온라인 매체를 운영해왔다.

이들은 북한 연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A씨는 7일 한국일보와 만나 "1995년 한국타이어에서 해고된 뒤 꾸준히 노동운동을 한 것이 이번 간첩 조작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민중당 가입했지만 수시로 갈등

국보법 위반 혐의 청주 지역 활동가 4인 이력 그래픽=김대훈 기자

수사당국은 피의자들이 2017년 충북동지회를 결성한 후 민중당 지역 조직에 침투해 세력을 넓힐 것을 지시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실제 2018년 10월쯤 민중당 충북시도당의 오창마을분회 결성을 선언하고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당원들과 협의 없이 일을 진행하다가 여러 차례 갈등을 일으켰다.

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2019년 민중당 논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정당 활동 초기부터 당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당시 충북시도당 위원장을 맡았던 E씨는 "누구와 이야기하고 지역 분회를 결성했냐"라며 이들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E씨는 또 네 사람이 미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 운동을 합의 없이 진행하면서 이를 당 이름으로 홍보하자 메신저를 통해 "우리가 언제 모여 (스텔스기 관련) 대책위 구성 논의를 했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들은 당헌·당규를 거듭 무시하고 정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민중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D씨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정리해 주요 당원들의 신상정보와 함께 북한에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당 활동이 북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 출마·문재인 대선캠프 특보 이력도

지난 대선 당시 피의자들이 문재인 캠프 노동분과 특보로 임명돼 받았던 임명장. 독자 제공

이들은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A씨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대전 대덕구청장 후보로 나섰고, C씨는 2016년 총선 때 대전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그러나 이들은 "선거 출마는 노동권 신장을 위한 것이었을 뿐 북한 지령을 받거나 대북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특보로도 활동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당시 특보 임명장을 보면 네 사람 모두 문재인 캠프 노동위원회 정책분과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이에 대해서도 "노동정책 제안과 촛불정권의 승리를 위한 활동이었을 뿐 북한과는 관련없다"고 설명했다. 구속영장에도 이들의 특보 활동 내역은 혐의로 적시되지 않았다.

네 사람에 대한 주변 평가는 다양한데, 이 중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선거 때마다 뭐라도 되는 것처럼 등장해 표를 가지고 협박하는 이들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유별나고 독단적인 지역 활동가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청주=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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