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을 사람도 모르게 바뀐 접종 일정.. 모더나 수급 차질에 시민들 '분통'

이학준 기자 입력 2021. 8. 10. 14:36 수정 2021. 8. 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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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전화·문자 한 통 없이 2차 접종 연기
접종자는 물론 병원에도 통보 안해
3~4주 접종간격 6주 이상 늘리면 문제 생길수도

지난달 26일 잔여 백신 예약으로 모더나를 접종한 임모(29)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초 예정됐던 2차 접종 일자가 오는 8월 23일에서 9월 6일로 연기된 것이다. 백신을 접종해 준 병원도, 백신을 맞은 접종자도 2차 접종이 연기된 것을 몰랐다. 접종이 지연될 것이라는 뉴스를 본 임씨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쿠브(COOV·코로나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에 접속했다가 접종 일자가 밀린 것을 확인했고, 병원에 문의해보니 “우리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문자나 전화 한 통 없이 2차 접종 일자가 변경된 것을 본 임씨는 백신 관련 행정 처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심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문자라도 미리 줬으면 이렇게까지 화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에 문의하니 자기들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아직 방역당국으로부터 공지가 내려온 것이 없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더나는 1·2차 접종 4주 후가 효과가 제일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6주로 갈수록 접종 효과도 떨어져 접종한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광화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하모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오는 9월 2일 2차 접종이 예정돼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9월 16일로 연기된 것이다. 하씨도 10일 오전 뉴스를 통해 모더나 도입이 연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쿠브에 접속했다가 연기 사실을 알았다. 그는 “백신 접종일에 맞춰서 백신 휴가를 내고 개인적인 일정도 잡아놨는데 모두 재조정을 하게 됐다”며 “쿠브에서 확인하지 않았으면 9월 2일에 병원에 가서야 알았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9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잔여 백신으로 화이자를 접종한 전모(23)씨도 2차 접종이 연기됐다. 접종 예정일이 내달 6일에서 같은달 20일로 변경되더니 3일 뒤로 재차 연기됐다. 그는 “접종한 병원에 문의해보니 접종 예정일이 연기된 것도 몰랐다”며 “질병관리청 공지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안내만 받았다”고 했다.

정부의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사전 통보 없이 변경된 2차 접종 일자. /제보자 제공

정부가 이달 들여오기로 했던 모더나 백신 가운데 절반 이상이 9월 이후로 연기되면서 백신 접종 일정도 덩달아 연기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사전 통보 없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자에 대한 2차 접종을 연기하면서 ‘깜깜이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접종 간격이 6주로 늘어나면서 접종 효과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접종을 진행한 위탁의료기관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10일 “아직 정부에서 따로 공지가 내려온 것은 없다”며 “심지어 8주 간격으로 연기된 접종자도 있는지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중랑구 소재 내과의원도 “정부 발표가 있고 문의 전화가 많이 오는데, 우리로서도 딱히 안내할만한 내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오른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등을 발표하는 합동브리핑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가 백신 접종과 관련해 너무 ‘속도전’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백신 관련 대응을 보면 속도전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화이자·모더나의 접종 간격을 6주까지 늘린다고 하는데, 결국 미국은 대부분 권장 기간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약사에서는 접종 간격을 3~4주로 권장하고 있다”며 “6주로 접종 시기를 지연하는 것이 괜찮다는 주장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브리핑을 열고 “최근 모더나 측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로 8월 공급 물량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만 공급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당초 모더나로부터 이달 들어올 예정이었던 백신 공급량은 지난달 받지 못한 백신 196만회분과 8월 공급 계약분 850만회분을 합친 1046만회분이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범정부 백신도입 TF 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추후 모더나사와 협의를 통해 백신 공급 일정과 그 외 백신 공급을 신속히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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