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보석' 이중근 부영 회장도 가석방..부패사범 배제 원칙은 어디로

허진무 기자 2021. 8. 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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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018년 2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법무부의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뿐 아니라 ‘황제 보석’ 논란의 당사자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80)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재벌 총수에게 특혜를 줬다’는 여론의 화살이 쏟아졌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전날 가석방을 의결한 810명 명단에 이중근 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발표에서 이중근 회장의 이름은 누락됐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됐다”고만 했다.

법무부와 부영그룹 모두 이중근 회장의 가석방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가석방 여부 공개에 동의했지만 이중근 회장이 동의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형집행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법무부가 회사로 통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2018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부영그룹 최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개인 서적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회삿돈 246억원을 임의로 인출하고, 사업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아들이 운영하는 영화제작사에 회삿돈 45억원을 빌려준 혐의 등을 받았다.

이 회장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구속과 석방을 반복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는 2018년 7월 이 회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그해 11월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억원을 내고 보석 상태를 유지했다. 이 회장이 “고령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청한 보석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병원과 법원 외에는 외출이 금지된 병보석이 아니라 3일 이상 여행이 가능한 일반 보석을 허가받아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다.

2심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해 1월 이 회장의 형량을 징역 2년6월에 벌금 1억원으로 줄였다. 다만 이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140일만에 잠시 풀려나기도 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해 8월 징역 2년6월을 확정했다. 이 회장은 고령인 데다 형기의 80% 이상을 채워 법무부의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의 사면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지만 ‘중대 부패범죄 사범’을 두 명이나 풀어줘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오는 길에 취재진에 “이재용씨만을 위한 가석방이 아님을 거듭 강조드린다”며 “특혜가 아니다. 가석방 요건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했다.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선정기준을 낮춰 복역률 50% 이상이면 대상자가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이날 여권 지지·진보 성향 이용자들이 남긴 댓글 수백개가 달렸다. “공정하지 못한 결정” “유전무죄” “대체 법무부가 왜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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