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용 가석방' 후폭풍..'촛불 배신' 비난에 지지층도 출렁

박홍두 기자 입력 2021. 8. 10. 16:30 수정 2021. 8. 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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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광주학동사고 재발방지대책 당정협의’에 참석, 회의 도중 김영배 산업재해 예방 TF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촛불 혁명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분열에 대한 위기감까지 비등하자 일부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당 안팎에선 이 부회장 가석방 건과 함께 부동산 대책, 한·미연합훈련 시행 등 여권의 행보가 그동안 ‘확고하다’고 믿고 있던 여권 지지층을 출렁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나자 민주당 권리당원 등 지지자들은 10일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 “정의와 공정을 파괴했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는 재벌 범죄에 대해 단순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식 비판을 한 것이 아니라 이 부회장이 2017년 촛불 집회의 원인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이라는 점에서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항의해 자신들이 세운 정부가 이 부회장을 가석방해줬다는 건 결국 국민의 뜻을 저버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여권에서 제대로 이를 막아선 정치인들이 드물었던 점도 실망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 이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 공식 입장은 이소영 대변인이 전날 가석방 발표 이후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이 전부였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잠잠했던 당 지도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이 부회장이 없는 삼성이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는 현실을 덮고 코로나19와 경제성장의 논리로 이 부회장이 가석방됐다”며 “이 부회장의 남은 재판에서도 정의와 공정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는 왜 그토록 집권하려 했을까”라며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한탄이 또렸해지는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대선 주자들 중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박용진 의원이 논평을 내고 “재벌 총수에 특혜를 준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등 신중한 반응만 내놨다. 지지층의 비판이 거세지만 정부에 각을 세우는 쪽은 되도록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당내에서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지자들의 분열과 이반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당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당히 격앙된 비판을 하는 지지자들이 많다.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지지자들의 배신감이 정권심판론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그래도 대선에서는 (지지자들이) ‘국정농단 세력’이었던 당을 선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성 지지층에서부터 여론이 엇갈리는 일들이 속출하는 것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지자들 내부에서조차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백신 수급 논란, 한·미연합훈련 시행 찬·반 등을 놓고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결국 여권 스스로도 ‘딜레마’인 사안들에서 지지자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는 것”이라며 “삐긋하는 행보를 더 보인다면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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