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관 근무 아프간인 수백명 "탈레반이 쫓고 있다. 도와달라"

김영현 2021. 8. 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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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병원·직업훈련원 등서 일했던 현지인 안전 위협 고조
가족 등 200여명 한국 정부에 이주 지원 요청
괴한의 폭탄 공격으로 다친 아프간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17년 괴한의 폭탄 공격으로 크게 다친 아프가니스탄인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의 형. 세디키는 2010∼2015년 바그람 한국 병원에서 통역으로 근무했으며 최근 탈레반이 세력을 넓히면서 가족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21.8.11 [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탈레반이 우리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한국을 위해 충실하게 일했습니다. 우리가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미군 철수와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세력 확대로 치안이 무너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과거 한국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던 현지인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령지를 넓혀가는 탈레반이 이들의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해 추적하는 상황 속에 이미 일부 관련 현지인은 총격 테러 등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아프간에서 병원과 직업훈련원 등을 운영하는 지방재건팀(PRT) 공식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미군 기지인 바그람 기지에 자리 잡았던 한국 병원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23만명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한국 직업훈련원도 '아프간의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불리며 400여명의 인력을 배출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한국 기관에서 근무했던 통역, 의료진, 사무직 직원 등 현지인이 아프간 정부와 외국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목숨이 위험해진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바그람한국병원에 근무했던 이들의 수만 45명가량 된다.

2010∼2015년 바그람한국병원에서 통역으로 근무했던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40)는 연합뉴스와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세디키에 따르면 한국 기관 근무자와 그 가족 중 한국 정부로부터 현지 탈출과 이주 지원을 바라는 이들의 수는 현재까지 파악된 인원만 200여명이다.

카불 이외 지방 거주자까지 포함하면 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괴한이 총격 공격을 벌인 아프간의 한 병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근 괴한의 총격이 발생한 아프간 바그람의 한 민간 병원. 당시 이 병원에는 아프간 바그람한국병원에서 근무했던 수나툴라가 있었고 이 공격으로 그는 중상을 입었다. 2021.8.11 [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현재 자국에 협력했다가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현지 주민을 구제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동원 중인데 이들 한국 기관 근무자들은 한국에 구원의 손길을 기대하는 상황인 것이다.

아내와 4자녀를 둔 세디키도 가족을 데리고 아프간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 동료와 함께 최근 한국 정부에 관련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수도 카불에서 20㎞가량 떨어진 마을에 사는 세디키는 "밤에 탈레반이 마을로 들어와 정부나 외국 기관에서 근무했던 이들을 찾고 있다"며 "잘 모르는 이들이 마을 주민에게 내 집의 주소를 묻기도 했다"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세디키는 "탈레반은 2주 전에도 정부 기관에서 근무했던 마을 주민 6명을 끌고 가 신체를 잔인하게 훼손하면서 살해했다"며 "지난달에는 한국 병원 동료였던 수나툴라가 바그람의 개인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괴한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11월에는 가족 차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나와 함께 있던 형이 크게 다쳤고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도 했다"며 "형은 이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 탈출 시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12살 때 아버지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후 가족 생계를 책임져왔다.

바그람한국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 아브 파힘도 연합뉴스에 "탈레반이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어 매우 걱정되는 상황이며 가족은 외출이나 여행도 두려워하고 있다"며 "우리의 삶과 안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세디키는 현지 치안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수천명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있다"며 "지난 5월 미군 등 외국군 철수가 시작된 후 이런 상황은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 당국은 "아프간 현지인으로부터 비자 발급, 이주 등과 관련한 공식 서류 신청은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며 "당국도 아프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은 후 정부군 등과 장기전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미군 철수가 본격화되자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러 주도(州都) 등 주요 도시를 잇달아 장악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경비를 서는 무장반군 탈레반 대원들. [AP=연합뉴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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