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태양광발전량, 5시엔 60%로..한국도 '오리커브의 덫' 걸리나

손해용 입력 2021. 8. 12. 00:03 수정 2021. 8. 1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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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날씨 따라 발전량 격차 심해
태양광 크게 늘린 캘리포니아주
밤에는 인근 주에서 전력 사와
"한국은 전기 못 빌려, 요금 오를 것"

국내 태양광 발전량이 날씨·계절·시간대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겨울철인 지난 1월의 발전량은 봄철인 지난 4월의 절반 이하였다. 태양광 패널 위에 눈이 쌓인 데다 기온 하강으로 태양광의 발전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11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태양광 발전량은 34.9GW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태양광 발전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4월(71.7GW)의 절반을 밑돈다.

오리 형태 나타내는 캘리포니아주 전력수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태양광 발전량은 같은 달이라도 변동성이 컸다. 지난달 전력 소비가 많은 ‘피크’ 시간대에는 태양광 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평균 11.3%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3일(2.5%)과 5일(5.8%), 6일(4.9%), 7일(5%)에는 수치가 뚝 떨어졌다. 흐린 날씨로 평소보다 일조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 1~7월 심야 시간대(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5시)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영(0)이었다. 해가 지면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오후 2~3시 태양광 발전량은 10.1GW, 오후 4~5시에는 6.1GW였다. 한 시간 만에 발전량이 4GW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비 용량 1GW급 원자력 발전 4기를 정지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2013년부터 태양광 발전 설비를 대폭 늘린 뒤 전력 수요 그래프에 이른바 ‘덕 커브’(오리 모양 곡선)가 나타났다. 낮에는 태양광을 제외한 발전원의 전력 수요가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해가 진 뒤에는 전력 수요가 급상승하는 그래프의 모양이 오리와 닮았다는 이유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전력 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 조달하다가 끊기면 다른 발전원으로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은 수요 변화에 맞춰 전력 생산을 멈췄다가 재개하는 게 쉽지 않다. 캘리포니아주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인근 애리조나·오리건주 등에서 전력을 사오고 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국내에선 주로 LNG 발전소가 전력 수요를 맞추는 역할을 한다. 잦은 출력 변동은 설비 수명을 단축하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한국은 비상시 이웃 국가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게 불가능한 ‘에너지 섬’”이라며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무턱대고 늘리면 전력 수급 불안을 야기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11일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에너지 분야 교수들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에 필요한 부지 확보와 설비 이용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 면적의 다섯 배 수준으로 태양광 발전의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량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게 큰 문제라고 봤다. 이런 에너지 저장 비용을 추가하면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교수들은 추정했다. 교수들은 “원자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신재생에너지만 무모하게 확대하는 ‘탈원전 교조주의’에 빠져 오히려 탄소중립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에교협은 61개 대학의 전·현직 교수 225명이 참여하는 단체다.

세종=손해용 기자, 문희철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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